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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
정지선 부회장 주식 거래, 증여세 재원 마련·계열사 지배권 유지 묘수



정몽근(왼쪽 세번째) 현대백화점 회장이 2003년 8월 부천 중동점 개점식에서 기념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이호재 기자



최근 국내 재계에서 창업 3, 4세대의 경영 참여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현대백화점 그룹(정몽근 회장)의 경영권 이양 작업이 세간의 구설수에 올랐다. 정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부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구축하는 과정에 다소 편법적인 수단이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게 논란의 요지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18일 공시를 통해 비상장 계열사인 한무쇼핑의 주식 32만주(10.5%)를 713억여원(주당 22만3,000원)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눈길을 모으는 대목은 이번에 거래되는 한무쇼핑의 주식이 지난해 12월 정지선 부회장이 정몽근 회장으로부터 증여 받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주식을 두 달여 만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백화점에 되판 셈이 됐다.

정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백화점과 한무쇼핑의 ‘삼각’ 주식 거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3년 6월 정 부회장이 자신의 한무쇼핑 지분 13만5,000주(4.4%)를 주당 17만7,000원에 현대백화점에 매각했던 것이다.

삼각 주식거래로 일거양득
이번 주식 거래의 결과는 정 부회장에게 일거양득의 모양새다. 우선 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인 한무쇼핑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배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한무쇼핑의 지분 34.33%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 현대백화점의 경영권을 정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부친 정 회장으로부터 현대백화점 주식 215만주(9.58%)를 물려 받아 현대백화점의 최대 주주(지분 15.72%) 위치에 이미 오른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이 지분 50%를 소유한 계열사 현대푸드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10월 매입한 정 회장의 현대백화점 주식 95만주(4.3%)를 더하면, 실질적으로 현대백화점의 지분 20%를 확보한 셈이다.

정 부회장은 또한 이번 거래를 통해 한무쇼핑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충당할 재원도 마련했다. 부친 정 회장에게서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해 정 부회장이 내야 하는 세금은 주식 평가액의 40%에 달하는 300억원 정도의 거액이다. 하지만 이번 주식 매각 대금으로 이 같은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요약하자면, 결국 이번 거래는 정 부회장의 증여세 재원도 마련하고 계열사 지배권도 그대로 유지하는 묘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논란이 야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경영권 승계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계열사 간의 대주주 주식 사고 팔기라는 우회적인 방법이 활용됐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최한수 팀장은 “현대백화점 측은 한무쇼핑 주식 매입을 정상적인 포트폴리오 투자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황들이 적지 않다”며 “정지선 부회장의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등 특수 관계인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가를 산정하기 모호한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이용해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결국은 정 부회장의 지배 구조 공고화를 노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이은정 연구원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이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한무쇼핑 주식 매입은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한 지분 이동을 통해 대주주의 그룹 지배권을 확고히 한 케이스”라며 “재벌의 경영권 세습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회 통념에 비춰 편법 동원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주식 고가매입 의혹 제기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한무쇼핑 주식을 다소 비싼 가격에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최대주주인 정 부회장에게 의도적으로 더 많은 돈을 활保?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상당히 민감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회계 전문가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을 운영하는 한무쇼핑의 주가수익률(PER)은 현대백화점과 동일하게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하지만 이번 거래 가격 산정에서는 한무쇼핑의 PER를 현대백화점보다 높게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그러나 이 같은 의혹 제기를 일축하고 있다. 외부 회계법인에서 공정하게 산정한 가격에 한무쇼핑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한무쇼핑 주식 거래는 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본다”며 “정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역시 이미 오래 전부터 점차적으로 이뤄져 왔는데 새로울 것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편법 논란에도 불구, 현대백화점이 주식 매입 가격을 적정하게 산정했고 증여세와 양도 소득세를 제대로 낸다면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세금만 올바로 낸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영권 승계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도 “정 부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증여 받은 한무쇼핑 주식에 대한 증여세는 납부 기간이 아직 남아 있으며, 이번 주식 매각으로 인한 양도 소득세도 나중에 자진 신고를 한 뒤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으로서는 당장 무슨 조치를 취할 일은 없다는 얘기다.

현대백화점의 한무쇼핑 주식 고가 매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당국은 담담한 반응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사안에 대해 특별히 문제 삼을 만한 내용은 없으며, 현대백화점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 여부 역시 주주들이 판단할 몫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지선 부회장은

정지선 부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부회장은 1997년에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기획, 인사 등 핵심 부서에서 일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입사 5년 만인 2002년에는 만 30세의 나이로 그룹을 총괄하는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재계에서도 그의 초고속 승진에 놀라움을 나타낼 정도로 정 부회장의 경영 수업은 신속하게 이뤄졌다.

최근엔 정 회장의 계열사 지분이 정 부회장에게로 대거 이전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가 임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현대백화점 측은 정 부회장이 일상적인 그룹 경영 전반을 무난히 챙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03-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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