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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세 자릿수 추락, 호사다마?
8년만에 1,000원 아래로, 증시도 1,000고지 앞두고 주춤
"증시 상승에 영향없다" 견해 속 수출주·내수주 희비 엇갈려






1,000선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질주하던 종합 주가 지수가 ‘환율 쇼크’에 발목이 잡혔다. 2월 23일 환율이 1,000원 아래로 일시에 무너지자 경기 회복에 다시 빨간 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감돌았기 때문이다. 증시가 ‘환율 쇼크’를 이겨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식 시장은 2월 21일 장중 992까지 올라 지수 네 자릿수 시대가 본격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틀 뒤인 23일 원 ? 달러 환율이 7년 여 만에 처음으로 장중 1,000원 아래로 급락하자 종합 주가 지수는 960선으로 후퇴했다. 10일 연속 순매수 행진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이 날은 주식을 팔았다.

‘낙관론이 팽배한 상승장에서는 웬만한 악재를 무시하고 지나 간다’는 증시 격언이 현실화된 듯 증시에 미치는 파장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증시는 이틀 간 20포인트 하락으로 일차 조정을 마무리한 뒤 24일 다시 980선으로 올라가는 뚝심을 보여 줬다. 그러자 지나친 급등으로 과열 신호를 보내온 주식 시장에게 ‘환율 쇼크’는 때마침 찾아 온 조정 국면의 핑계 거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환율 쇼크’에 대해 무던하게 반응한 주식 시장과 달리, 실제 경기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수출 산업에 치중한 우리 경제 구조상 환율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는 경기 회복에 물을 끼얹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럴 경우 주식 시장에도 부담이 될 것이란 주장.

환율 하락, 증시에 ‘독’이냐 ‘약’이냐
누구보다 환율 하락에 동요하는 곳은 바로 수출 기업이다. 수출 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엄청난 규모의 환차손을 입게 될 지경이다. 지난해 순이익 100억 달러를 돌파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순이익이 2조원 가량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출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와 대응 실태를 조사한 결과, 환율이 하락했던 지난 넉 달 동안 구체적인 피해를 경험한 기업이 절반이 넘는 53.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출에 주력하는 조선과 일반 기계, 반도체, 무선 통신 기기, 섬유, 자동차 업종의 경우 환율 하락의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업종 평균치 69.3%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돼 상대적으로 환율 급락에 따른 피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가 23일 주요 수출 기업 730곳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한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달러당 환율이 1,000원 밑으로 하락할 경우 기업체의 67.7%(494곳)는 “연초 목표치 보다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나 우리 경제에서 현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만큼, 환율 하락은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지난해 무려 31%나 급증했고, 경상 수지 흑자도 2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이번 환율 하락이 내수와 수출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것이란 낙관적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이 그 동안 호황이었던 데 비해 내수는 가계 부채 문제와 신용 카드 부실 등으로 침체를 겪었기 때문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박사는 “환율이 1,000원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그 동안 우리나라의 무역 수지 흑자폭과 외환 보유액 현황(세계 4위) 등을 볼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환율이 떨어지게 되면 대체로 내수가 살아나게 돼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입으로 무리하게 환율을 방어해 수출 기업의 채산성을 높이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좋지 않다고 김 박사는 지적했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마찬가지 입장. 홍 팀장은 “한국 주식시장은 그 동안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시기, 즉 달러 약세 ? 원화 강세의 시기에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고 밝혔다. 달러 약세를 계기로 비달러화 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강화되는데다 달러 약세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힘입어 수출 단가가 동반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환율 급락이 중장기적으로는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환율하락 수출주엔 부담, 내수주엔 호재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된다면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간 큰 이견이 없다. 다만,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으로 수출 채산성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내수가 회복됨으로써 이를 보강할 것이란 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100원 절상될 경우 조선ㆍ기계ㆍ자동차ㆍ전자ㆍ화학 업종 등은 순이익이 감소하는 반면, 항공ㆍ해운ㆍ정유ㆍ유틸리티ㆍ철강ㆍ음식료 업종 등은 순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림 참고)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환율 하락이 계속될 경우, 수출주엔 부담이 불가피한 반면 내수주들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곤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출 기업들이 환율 하락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음식료 업체와 내수 기업들이 경기 회복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다”며 “일부 내수주는 자산주 성격도 강해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안전한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장중 세 자릿수대로 급락했던 23일은 열흘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는데, 대부분 수출관련주들을 팔았다. 내수주에는 별다른 매도 움직임이 없었다. 주가 역시 수출 비중이 큰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주 등의 하락폭이 큰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거나 외화 부채가 많은 음식료, 항공, 해운주 등은 강세를 보였다.

대우증권 안병국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기업 △대규모 달러 부채 보유 기업 △달러 기준 수입 비중이 높은 업체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이 같은 요건을 갖춘 종목으로 포스코, 동국제강, INI스틸, 고려아연, 한국전력, CJ, 대상, 삼양사, 농심, 대한항공, 한진해운 등을 제시했다.



정영화 기자 hollyjeong@hanmail.net


입력시간 : 2005-03-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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