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 설립 법안 통과정부 보유 외환 200억 달러 위탁 운용, 고수익 창출엔 회의적 시각

달러를 굴려 돈을 번다는데…?
한국투자공사 설립 법안 통과
정부 보유 외환 200억 달러 위탁 운용, 고수익 창출엔 회의적 시각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의 일정액을 외국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이르면 상반기 안에 출범한다.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 IMF에 손을 벌린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 정부가 이제 넘치는 달러를 굴려 돈을 벌 궁리를 하고 있으니 격세지감이라는 평이다.

국회는 3월 2일 본회의에서 그 동안 여야 간에 논란이 됐던 한국투자공사 법안을 찬성 147표, 반대 109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의 골자는 외환 보유액과 연ㆍ기금 등의 투자 업무를 담당할 한국투자공사를 신설, 한국은행 보유분 170억 달러와 외국환평형기금 30억 달러 등 총 외환 보유고의 10% 선인 200억 달러를 위탁 받아 운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투자공사는 싱가포르 정부의 해외투자 기관인 GIC를 모델로 하고 있다. 서울의 파이낸스센터, 스타타워 등 대형 빌딩을 사들인 큰손으로 국내서도 유명한 GIC는 외환 보유액 등 2,000억 달러의 재원으로 세계 30여 국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투자공사가 정부의 바람대로 GIC와 같은 고수익을 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공사 설립을 반대하는 쪽의 견제로 자산 운용 규모가 200억 달러로 대폭 줄어든 데다, 파생금융상품이나 사모펀드 등 일부 고수익 상품도 위험성을 이유로 투자 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투자공사는 투자 대상과 수익률 등 투자 내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돼 있어, 비공개로 자산 운용을 하는 외국 투자기관에 비해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사 설립에 강한 애착을 보여온 이헌재 재경부 장관은 “큰 고기를 잡기는 한 것 같은데 뼈만 남았더라”며 불만스러워 하기도 했다.

이미 법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한국투자공사라는 기관이 그렇게 절실했는가 하는 의문도 여전하다. 기존의 외환 운용 주체인 한국은행은 국제 기준금리인 리보(Libor)의 3.7%보다 훨씬 높은 연 평균 6~7%대에 달하는 수익률을 최근 수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또 다른 외환 운용 기관을 만드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런 까닭에 야당과 한은 등은 정부가 외환 보유고를 자의적으로 운용하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재경부 출신 관료의 낙하산 인사 우려와 외환 관치 논란도 물론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투자공사를 이끌어갈 사장과 운용위원에 어떤 인사들이 선임되는지를 보면 기관의 독립성 여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외환 보유고의 수익률 제고와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이라는 공사 설립 취지를 정부가 구현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3-09 14:53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