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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DMB 성공의 조건은 '콘텐츠'
양질의 프로그램 공급 여부가 최대 관건
지상파 방송 재송신 문제 등도 난제




DMB 방송 사업자인 TU미디어 직원들이 서울 성수동 방송센터 주 조정실에서 휴대폰 겸용 단말기를 통해 방송을 수신해보고 있다. 박서강 기자



30대 초반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ㆍ신제품이 출시되면 누구보다 먼저 구입해 써본 뒤 주변에 제품 정보를 퍼뜨리는 성향의 소비자 집단) 박승민(가명)씨에게 “위성 DMB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휴대폰으로 TV를 볼 수 있다니까 일단 신기하긴 하죠. 그런데 뭐 볼 만한 내용이 있을까요.”

하지만 다른 30대 중반의 얼리 어답터 이성수(가명)씨는 좀 다른 반응이다. “아직 DMB를 보지는 못했지만 곧 구입할 생각입니다. 위성 DMB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면서요. 직업상 돌아다닐 일이 많은 편인데, 아무데서나 TV를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

지난 1월부터의 시범 방송을 마치고 이번 달부터 본 방송을 시작한 위성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에 세간의 관심이 높다. 고도 정보통신 기술과 방송이 결합해 탄생한 위성DMB는 언제 어디서나 선명한 화질과 깨끗한 음질의 멀티미디어 방송을 제공한다. 이제 DMB폰 등 DMB 전용 수신 단말기만 있다면 ‘손 안의 TV’라는 신세계를 맘껏 즐길 수 있게 됐다.

27개 채널로 첫 선, 기대 못 미쳐
하지만 위성DMB가 과연 우리 일상 생활에 안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위성파 전파 송출 시스템, 단말기 등 DMB의 하드웨어는 별 손색이 없지만, 성공의 최대 관건인 콘텐츠를 보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비싼 돈을 들여 단말기를 사고 매월 일정액의 수신료를 내는데도 정작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면 분명 문제다. 위성DMB를 시청하려면 70만~80만원대의 고가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데다 가입비 2만원과 월 이용료 1만3,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방송 초창기 ‘콘텐츠 승부수’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 측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다. 기존의 뉴미디어인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콘텐츠 부실로 정체 상태를 겪는 현상을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선을 보인 위성DMB의 콘텐츠는 대체로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27개(비디오 7개, 오디오 20개)라는 많은 채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비디오 채널의 경우 무려 6개가 대부분 기존의 케이블 TV 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음악(m.net) 영화(홈CGV) 뉴스(YTN) 스포츠(MBC-ESPN, SBS스포츠) 드라마(MBC드라마넷, SBS드라마) 게임(온게임넷) 채널 등이 마찬가지다.

5월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TU미디어에서 관계자들이 DMB 본방송 첫 전파를 송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TU미디어가 직접 운영하는 오락 채널인 채널 블루(ch.BLUE)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은 정도다. 채널 블루는 20~30대 젊은 층을 주로 겨냥한 ‘모바일 전용 채널’로, 이동 중 짧은 시간 동안 시청하는 DMB의 속성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평이다.

콘텐츠는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에서 잠깐씩 시청한다는 DMB만의 특수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30분에 한 번씩 방송하는 1분짜리 이슈 프로그램 ‘1Minute’나 10분 정도 분량의 만화를 보여주는 ‘무빙카툰’, 역시 10분짜리 버라이어티쇼 ‘다짜고짜 테스트쇼’ 등이 DMB 전용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다. TU미디어는 “작은 단말기나 틈새 시청 등의 특성을 감안하면 1~10분짜리 콘텐츠 개발이 핵심 과제”라고 진단한다.

이에 따라 TU미디어는 앞으로 점차 DMB용 프로그램 비율을 늘려 나가는 한편 지상파 방송 3개 채널을 포함해 전체 채널을 40개 선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콘텐츠 강화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무엇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매우 얇다는 것이 장애물이다. 5월 2일 문화관광부가 주관한 DMB 정책 간담회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는 대부분 이 부분에 모아졌다.

이 날 간담회에서 홍성규 TU미디어 부사장은 “몇몇 콘텐츠 제작사(PP)들과 일해 보면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PP들의 영세성을 해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콘텐츠 제작사인 리얼리티비전의 조한선 사장도 “매체 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며 “제작사들의 기획 부문에 대해 정부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 DMB 산업 적극 지원 천명
문광부는 DMB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 동안 DMB를 차세대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꼽아 왔다. 문광부가 내놓은 DMB 콘텐츠 지원 방안은 ▲콘텐츠 창작 인프라 구축 ▲콘텐츠 제작비와 연구비 지원 ▲선도형 콘텐츠 관련 융자 사업 ▲콘텐츠 유통조합 설립 등이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도 대대적인 콘텐츠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향후 5년 동안 7,000억원 가량을 쏟아 부을 계획이다.

그럼에도 콘텐츠를 둘러싼 위성DMB의 사정은 녹록치 않다. 방송위원회에서 오랜 숙원이었던 지상파 방송의 재송신을 허가했지만, 정작 각 방송사는 미온적인 반응이다. 특히 KBS는 정연주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재송신 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과연 위성DMB는 ‘외화내빈’의 첫 걸음을 극복하고 황금 시장을 열 수가 있을까. 해답은 콘텐츠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05-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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