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채무 등이 족쇄, 지원조건 완화로 실질적 혜택 줘야

벤처 패자부활제 '그림의 떡' 돼선 안된다
기존 채무 등이 족쇄, 지원조건 완화로 실질적 혜택 줘야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5월 16일 본격 시행에 들어간 ‘벤처 패자부활제’(벤처기업 경영재기 지원제도)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직하게 기업을 경영하다가 실패한 벤처 기업인의 소중한 경험을 썩히지 않고 사회적 자산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제도라는 게 정부와 벤처기업협회(회장ㆍ조현정, 장흥순)의 설명이다.

패자부활제는 지난 연말 도입 방침 발표 때부터 화제와 논란을 몰고 왔다. 제2의 벤처 붐에 대한 기대가 전자라면 또 다른 거품과 부조리의 온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후자다. 1차 도덕성 평가 기관인 협회는 후자 눈치를 보느라 노심초사했다. 협회 측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아니냐는 일부의 시선이 가장 부담스럽다”면서도 “그 때문에 오히려 제도의 수혜자 범위를 넓게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아닌 게 아니라 1차 도덕성 평가를 신청하기 위한 지원 조건(자세한 내용은 www.kova.or.kr 참조)은 무척이나 까다롭다. 협회는 “구체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 수많은 내부 회의를 열면서 처음엔 기준을 엄격하게 가져가기로 결정했다”며 “패자부활의 성공적인 사례가 나온 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때 제도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패자부활 접수 창구는 아직 잠잠하다. 제도 시행 4일째인 5월 19일 정오까지 단 한 건의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반면에 문의 전화는 연일 빗발치고 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3일 동안 하루 종일 전화만 받았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수화기 너머로는 절절한 사연들이 넘친다. 이 관계자는 “문의 전화 내용을 듣다 보면 부득이하게 부도를 낸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며 “애써 개발한 기술은 사장되고 재기도 못하는 이중고에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쾌재를 부르며 지금껏 기다렸는데 조건을 뜯어보니까 금융권 채무가 여전히 족쇄더라”며 하소연하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실제 협회에 따르면 지원 조건을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신청 자격 ‘언저리’에 걸린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것. 패자부활 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는 비율이 아주 낮을 것으로 점쳐지는 근거다.

막상 신청 접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도덕성 평가를 통과하기란 쉽지 않다. 변호사와 회계사로 구성된 현장 실사팀이 신청자의 제반 상황을 정밀 점검하기 때문에 웬만한 허물은 감출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족과 친지, 과거 임직원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재기에 나설 때 주변의 지지와 독려는 커다란 동력이 되기 때문이라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10인 이내로 구성될 도덕성평가위원회의 최종 면접도 신청자들에게는 녹록치 않은 시험대다. 제출 서류와 현장 실사팀의 보고서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뭔가 감춘 게 있으면 여기서 들통날 가능성이 크다.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예리한 질문과 시선을 무사히 벗어날 ‘사기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실패 후 원천 기술 향상에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도 중요한 심사 대목이다. 재기 의지를 따져봄과 동시에 현 시점에서의 사업성과 경쟁력을 판단하기 위한 잣대다.

이래저래 벤처 패자부활제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이나 어려운 절차가 될 공산이 현재로서는 커 보인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5-26 17:13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