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낮은 금리 등에 '상승세 지속' 전망 속 일부선 "글쎄요"

주가 1,000p, 네자릿수 시대 '희망가를 불러?'
풍부한 유동성·낮은 금리 등에 '상승세 지속' 전망 속 일부선 "글쎄요"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종합주가지수는 1,000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로 다소 과열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주가지수가 별 흔들림 없이 계속 1,000포인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의 바람대로 “이번만은 다르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우리는 과거에 여러 차례, 무던히도 속아왔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그리고 과거 지수가 ‘네 자리 숫자’, 즉 1,000포인트 이상 오르기만 하면 항상 장미빛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불거졌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주가는 단기 고점을 만들고 1,000포인트 아래로 내려서고 말았으며,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내내 하락하기만 해 되레 주식시장이 근심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하간,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또한 이번만은 과거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것이 시장의 기대이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는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며 또한 그런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증시 저평가로 수익 기대감 여전
첫 번째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수준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상회한 시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금리수준에 있다. 가장 최근에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상회하였던 때는 1999년이었다.

그런데 당시 시중 금리는 CD 유통수익률 기준으로 7~7.5%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역시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을 넘어섰던 때는 1994년 11월이었는데, 당시의 금리수준은 역시 CD 유통수익률 기준으로 14% 이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CD 유통수익률이 고작 3.5% 수준이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시장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은행 등의 낮은 예금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 수 밖에 없으며,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로 인하여 금융비용이 절감되므로 그만큼 수익성이 높아진다는 이점이 된다. 단순하게 말해 과거 금리수준이 14% 이상일 때에도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을 유지하였는데, 지금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두 번째로, 주식시장의 수급구조가 바뀌고 있다. 과거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상회하였던 때를 상기해 보라. 당시 주가가 연일 상승하였을 때라면 증권회사의 객장이 시끌벅적하였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몰리고, 시장처럼 북새통속에서 거래가 이루어졌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든 말든 증권회사의 객장은 마치 절간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과거와는 달리 투자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하여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탓도 있겠다. 하지만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은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월에서 6월에 이르는 기간동안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였지만 개인투자자들은 5월에는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매도하였고, 6월중에도 단 이틀을 제외하면 연일 매도만을 거듭했다, 7월에도 여전히 일반인들은 매도하고만 있다. 그런데 이처럼 일반인들의 비중이 줄고, 기관들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주식시장으로서는 긍정적이다. 왜냐하면 기관들은 아무래도 일반인들에 비하여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셋째로, 일반인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만큼 당연히 이들의 영향력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주식을 팔았지만 전체적인 주식시장의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의 거래량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고, 주가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반인들이 주식을 판 자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부동산으로? 그렇지 않다.

최근의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살피면 투자신탁 등 기관들의 영향력은 거꾸로 증가하고 있는 경향이다. 결국 일반인들은 개인적으로 투자하던 직접투자의 행태에서 벗어나 펀드 등에 가입하는 간접투자로 옮겨가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증권선물거래소?따르면 주식형 펀드 설정잔액은 2001년 6조9,000억원, 2003년 9조3,000억원이던 것이 최근(2005년 6월말 기준)에는 무려 13조1,000억원 등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펀드 자금은 그 속성상 중장기적인 성격을 띠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펀드를 통하여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주식시장에 머무르게 되고,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끄는 든든한 안전판이 될 것이다.

넷째로, 현재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나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주가수준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7~9배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심지어 홍콩이나 대만 등의 주가수익비율과 비교하여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므로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처럼 매력적인 투자처도 없는 것이다.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고, 아울러 달러-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거나 혹은 약간의 평가절상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주식과 환율에서 모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격언에 수급은 재료에 우선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재료는 재료대로 좋으며, 수급 또한 호황을 맞고 있는 상태이다.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 이상에서 만족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서두르지 말고 종목 연구하면 기회 온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친구가 길을 가고 있는데, 도중에서 사오정을 만났다. "사오정. 너 오래간만이다. 무슨 좋은 일 있냐. 싱글벙글하게." "응, 방금 영화하나 보고 왔는데, 정말 그 영화 끝내주게 재미있더라." "무슨 영화인데 그러냐. 나도 한번 가서 보게." "응, 박신양, 전도연이 나오는 약속이라는 영화야. 그런데 이제는 가 봤자 별로 재미없을걸?" "왜?" "주인공 박신양이 마지막 장면에서 죽어버렸거든."

별로 우습지 않은 유머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제 상영된 영화에서 박신양이 죽어버렸다고 그 영화가 이제 재미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 상영된 영화에서도 또 여전히(!) 박신양은 살아서 관객을 웃기고 울릴 것이 틀림없다. 주식시장도 같다. 주식시장은 여전히 움직이고, 기회는 항시 있다. 주가가 1,000포인트 이상으로 올랐다고 기회가 영영 사라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종종 주식투자를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 주식계좌에 현금이 남아 있는 꼴을 보지 못한다. 하루라도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혹은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우리들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다시피 기회는 항상 있으며 기회가 날아간 다음에 다시 오지 않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아울러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종목이 거래되고 있으므로 한 종목에서 기회를 놓쳤다고 하여 수익을 영영 내지 못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오히려 서두르지 말고, 종목 연구에 철저할 때, 수익은 성큼 우리 눈 앞으로 다가오게 된다. 주식시장의 전체적인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느냐는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시간 : 2005-07-21 19:31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