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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에 옆구리 차인 삼성 '발칵'
"불법도청 방영은 명백한 위법" MBC·KBS 등에 강력 대응 태세

삼성 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이른바 ‘이상호 X파일’이 7월 21일 조선일보 보도를 계기로 전격 공개되면서 한바탕 쓰나미에 휩쓸린 듯한 모습이다.

‘이상호 X파일’(이하 X파일)은 1997년 대선 직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ㆍ현 국가정보원) 비밀 도청팀이 모 중앙 일간지 사주와 유력 재벌그룹 고위 임원이 대선 후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 등을 의논한 내용을 불법 도청해 녹음한 테이프로,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가 지난 연말부터 장기간 추적하면서 붙여진 별칭이다.

미국 출장을 떠나며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글이 밖으로 알려지면서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냈던 ‘X파일’은 이후 문화방송 내부에서 보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져 다시 한 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조금씩 밖으로 흘러나왔고 결국 조선일보가 먼저 선수를 치면서 세상에 실체를 드러내게 됐다.



홍석현 주미대사(왼쪽)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

삼성, 테이프 조작가능성 제기
갑작스레 뚜껑이 열린 ‘X파일’은 전방위로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우선 그룹 핵심 인사 두 명이 도청 테이프 속의 대화 당사자로 드러난 삼성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화방송을 상대로 방송보도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지만 다른 언론들의 우회적 보도를 통해 사실상 모든 내용이 까발려지자 허탈감을 넘어 분노의 표정까지 읽힌다. 모든 언론 보도를 일일이 검토한 뒤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도 취재 경쟁을 벌이는 각 매체들에 대한 적극적 반격이라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의 측근 인사인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과 손아래 처남인 홍석현 주미대사(전 중앙일보 회장)가 ‘X파일’의 주인공으로 드러난 것은 삼성 측의 충격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결정적 동기다.

그 동안 삼성은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에 대한 편법적 경영권 승계 작업이나 무노조 원칙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을 때도 애써 무시해왔다. 하지만 이보다 폭발력이 더욱 큰 ‘구악’(舊惡)과 연관된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사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도청이 불법이라는 점과 이를 통해 녹음된 테이프 내용이 보도된 것 자체도 당사자의 명예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손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테이프의 조작 가능성도 강하게 제기한다. 홍 주미대사는 미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 나지 않는다”며 사실상 테이프 속 대화 내용을 부인했다.

실제 ‘X파일’이 제작된 경위와 언론에 입수된 과정 등은 아직 명백하게 밝혀진 게 없다. 비밀 도청을 담당했다는 ‘미림팀’의 경우도 정상적인 조직 체계 밖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정원은 사건이 불거지자 즉각 과거사 진상규명 차원에서 ‘X파일’ 등과 관련한 과거 안기부의 불법 도청 행태를 조사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불법 도청 사례가 드러날 지는 미지수다. 항간에는 불법 도청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만 수천 개에 달한다는 설이 나돌지만,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정권이 교체된 후 그 같은 내용이 새로운 권력에게 포착되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테이프 소지자 삼성과 거래 시도 주장도
그렇다면 ‘X파일’은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으며 왜 지금에 와서 세상 속으로 나왔을까. 현재로선 도청 테이프 제작에 관여했던 전직 국정원 직원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끄집어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도청 테이프 소지자가 삼성 측과 ‘X파일’을 두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엄청난 휘발성을 가진 불법 도청 내용을 직원 개인이 마음대로 ‘요리’할 정도로 국정원이 허술한 조직인가라는 대목에서 특히 그렇다. ‘X파일’에는 이학수-홍석현 두 사람이 97대선 당시 대권 후보들에게 수십 억원의 불법 대선 자금을 제공하는 사안을 논의했다는 내용과 함께 검찰 등 권력기관 일부에 정기적인 떡값을 돌렸다는 대화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기 언급된 당시 한 대선 후보 측은 “돈을 받은 웰옛愎蔑굅?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도 2002 대선 과정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이미 단죄됐는데, 그 전의 일이 왜 불거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과연 ‘X파일’은 우리 사회의 과거 뿌리깊은 정ㆍ재ㆍ언 권력 유착의 실체를 만천하에 밝히게 될지, 아니면 알맹이 없는 의혹으로만 끝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 최고의 권력으로 부상한 삼성 그룹이 연루된 이 사건의 추이에 온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07-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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