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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이론과 실제의 딜레마
주가 연일 고공행진, 이성적 판단이 절대적이지 않은 양상



7월19일, 서울 명동 증권가의 증시주요피표 보드 앞을 젊은 여성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증신은 유가하락 소식 등의 호재로 종합주가지수가 1,075포인트를 넘어섰다. <연합>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어차피 이런 일은 예견되었던 것이다. 지난 주 바로 이 자리에서 언급하였듯 지금의 주식시장은 과거와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기관과 펀드의 막강한 자금력에서 비롯된 수급구조가 이전과 다르고, 외국인들의 접근방식도 이전과 다르다.

또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낮은 금리수준이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이전의 경우는 주식시장으로 시중의 자금이 온통 몰리면서 금융장세의 꼴을 보였지만, 지금의 주식시장은 그렇지도 않다. 시중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크게 몰리는 것 같지 않으면서도 주가는 오르고 있다.

이는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서두르고, 전환사채를 발행할 궁리를 하였고, 정부는 정부대로 보유하던 국영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고 국민주네 뭐네 하며 주식시장에 공급을 늘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기업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자사주를 매수하여 소각할 궁리만 하고 있고, 펀드나 기관, 혹은 외국인들의 수중으로 들어간 우량주들은 도무지 시장에 다시 나올 기미가 없는 것이다. 대규모의 주식공급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수요만 잔뜩 늘어날 참이다. 이처럼 일방적인 수요 중심의 시장에서는 주가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차트에서는 지금의 시장이 과열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합리적, 이성적인 판단의 뒤안길에는 반드시 비합리적, 감성적인 판단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주식시장에서는 반드시 합리적, 이성적인 것만이 옳으며 수익을 내는 비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 또한 진리이다. 군중심리를 말하지만 군중심리를 이용할 수 있는 지혜도 또한 필요한 덕목이다.

주식시장은 심리 전쟁이라고 흔히 말한다. 시장의 심리 즉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 투자자들의 심리를 잘 읽는 것이 주식투자 전쟁에서 승리하는 비결이라는 뜻이다. 기업의 실적이나 경기 동향 혹은 향후 전망 등과 같이 지극히 경제적인 요인들이 주가를 좌우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바로 자신의 돈이 걸려 있는 문제이면서도 투자자들은 종종 엉터리 같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혹은 말도 안 되는 억측과 비논리적인 생각에 빠져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상아탑에서도 행동 재무학(behavioral finance)이라고 명명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행동 재무학이란 이를테면 경제학과 심리학을 혼합한 형태이다. 그러기에 행동 재무학은 심리학 이론을 적용하여 시장의 비효율성을 설명하려는 방법이다. 행동 재무학을 가장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곳으로 대표적인 학교는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과이다.

코넬 대학 출신인 리차드 탈러(Richard Thaler)교수가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과에 부임한 이후 그는 투자자들이 항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기존의 이론, 즉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하여 의문을 가졌고 그것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였다. 실제로 주식시장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보다는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경우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 군중심리가 문제
투자자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사례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것이 군중심리이다. 이런 예를 하나 생각해보자. 레밍스(lemmings)라는 동물이 있다. 레밍스는 툰드라 지역에 사는 자그마한 동물로 쥐의 일종이다. 몸집도 자그마한데다 보잘 것 없는 동물에 불과하지만 특히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즉 일종의 집단자살, 다시 말하여 바다로 줄지어 뛰어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상적인 상태에서 레밍스는 먹을 것이나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서 봄에 이동한다. 하지만 매 3~4년에 한번씩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활발한 번식으로 레밍스의 숫자가 불어나게 되면, 이들은 밤중에 미친 듯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대낮에 줄지어 어디론가 이동하게 된다.

이동하는 도중에 장애물을 만나고 장애물을 넘지 못하는 레밍스의 숫자가 늘어나게 되면 이들은 더더욱 광란에 빠져드는데, 급기야 장애물에 무작정 돌진하거나 심지어 평소라면 도망 다녔을 것이 틀림없는 천적이나 큰 동물에게 덤벼들기도 한다. 이 와중에서 많은 레밍스들이 죽는다. 굶어 죽고, 다른 레밍스에게 밟혀서, 사고로, 혹은 다른 동물에 먹혀서 숫자가 줄어들지만 상당수의 레밍스는 결국 장애물을 넘어 바다에 도착하게 된다.

이들 레밍스 무리가 바다에 도착하게 되면 이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즉각 바다에 뛰어들어 헤엄치는데 결국은 지쳐서 모두 물에 빠져 죽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이 레밍스의 이러한 기이한 행동의 원인을 연구하였으나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레밍스의 숫자가 먹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나면 이에 따른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나머지 그런 기이한 행동, 즉 집단자살을 하는 게 아닌가 추측할 따름이다.

사람은 물론 레밍스가 아니다. 그러나 이솝 이후 많은 현인들이 가르쳐왔듯이 동물들의 행동에는 사람들의 행동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레밍스의 행동을 관찰하면 주식시장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군중심리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금융시장도 군중심리에 의하여 드라마틱하게 움직이곤 하므로 투자 전문가들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인 이론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왔다.

군중심리에 의하여 주가가 움직일 때, 정작 그 소용돌이 속에 파묻히게 되면 우리는 지금의 시장이 정상적인 상태인지 아니면 과열된 상태인지 도무지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군중심리에 떠밀려 우리는 기존의 방향을 계속 이어간다는 사실이다.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면 우리는 시장심리, 군중심리에 파묻혀 연일 상승하는 주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군중심리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더구나 군중심리를 잘 이해한다면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수익을 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레밍스를 군중심리의 사례로 들지만 거꾸로 말한다면 레밍스야말로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먹을 것이 모자라는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는 결과이니 말이다.

시장의 과열상태는 종종 연장되는 법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 또한 시장의 특성인 것이다. 차트에 의존하는 펀드 매니저들 중에는 종종 이런 하소연을 필자에게 하곤 한다. 기술적 지표상으로는 분명히 과열국면인데 주가는 올라가기만 한다고. 그럴법한 이야기이다.

차트를 그려서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려는 기술적 분석기법 이론에 의하면 시장의 과열상태는 곧 정상으로 회귀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므로 차트에서 과열신호가 포착되면 보유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교과서에서의 이론이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시장은 과열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열기가 식어 들기는커녕 여전히 활활 불 타오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럴 때 섣불리 과열을 겁내어서 시장에서 빠져나오거나 혹은 보유한 주식을 몽땅 처분한 투자자들은 내리 상승하기만 하는 주가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


입력시간 : 2005-07-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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