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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국제유가, 끝이 안보인다
중동 정세 불안·위안화 절상 등 악재 "첩첩"
전문가들 "70달러 돌파 시간문제"




국제유가가 연일 치솟자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유가 추이 그래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호재 기자



요즘 천정부지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분야가 한 군데 있다. 바로 국제 유가다. 국제 유가가 그야말로 천정부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세만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 당 56.79달러로 올랐다. 두바이유는 연초만 하더라도 배럴 당 34.26달러였으니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은 기간동안 무려 22.53달러, 65.8%나 폭등했다.

더구나 문제는 이제까지 원유가격이 올랐다는데 있지 않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 유가 상승의 충격을 완충판 없이 고스란히 안아야 할 판국이지만 국제 원유 가격은 도무지 하락할 기색이 아니다.

국제 유가가 이처럼 연일 급등세를 보이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고유가 현상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헤지 펀드나 투기성 자본들로 인하여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설령 헤지 펀드나 투기적 펀드들로 인하여 유가가 올랐다고 치더라도 그게 본질적인 원인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거꾸로 이들 투기자본이 석유 시장에서 빠져나갈 때 유가가 다시 하락하리라고 예상되어야 할 것이나 실상은 그렇다고 선뜻 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최근 국제 원유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상품의 경우는 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하면 자연스럽게 수요가 감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석유의 경우에는 그러한 경제학적 공식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석유야말로 에너지 원천으로서 모든 산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기에 가격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예컨대 휘발유 값이 올랐다고 자동차에 연료로 식물성 식용유를 넣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가격은 상승하지만 소비가 줄지 않는 상황이므로 수요ㆍ공급의 작용으로서의 자연스러운 가격조절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거기에다 공급 면에서도 여러 불안요소 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위승계와 관련한 테러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격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으나 만의 하나라도 사우디의 석유 생산시설에 테러가 발생한다면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당장 크게 감소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를 우려한 잠재적인 매수세가 끊임없이 원유의 현ㆍ선물시장을 자극하고 있어 유가는 좀처럼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또 정치적으로 강경파 대통령이 집권한 이란의 경우, 핵 문제로 인한 미국 등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원유의 공급 면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요인이다. 게다가 미국의 상당수 정유시설이 노화된 탓에 지난 몇 주 동안 여러 차례 가동이 중단되었고, 이것 역시 공급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해외 석유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SK가 지분참여를 통해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15-1 광구의 모습.

예컨대 8월 초에는 하루 2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던 필라델피아의 수노코(Sunoco)사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텍사스 소재 BP사의 하루 47만 배럴규모 정유시설은 누수사고로 가동을 중단했다.

그 외에도 세브론(Chevron), 발레로(Valero)에너지, 엑슨 모빌 등 크고 작은 미국의 정유업체 들이 최근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여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정유시설이 몰려있는 대서양 연안에 걸핏하면 찾아 드는 강력한 허리케인도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소비 측면에서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대의 소비국으로 커가고 있는 중국의 에너지 소비 증가가 원유가격에는 큰 부담이다. 최근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하였는데, 이는 중국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의 가치상승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수입물가 하락을 가져오는 일이므로 원유소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발표된 7월21일, 세계 원유 선물시장에서 중국의 추가적인 원유소비 증가를 우려하여 원유선물가격이 한바탕 상승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지난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올해 안에 추가로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국제 유가 전망을 한층 더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유가의 상승은 전쟁이나 테러 등과 같은 일시적 충격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수급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또한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그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근원적인 해법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므로 유가가 단시일 내에 안정되거나 하락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유가가 하락하기보다는 상승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하겠다. 이와 관련 원유시장의 전문가들 가운데서는 벌써부터 국제유가가 배럴 당 7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선뜻 “여기가 꼭지”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는 것 또한 문제다.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수급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다시 북반구의 겨울이 찾아오면 과연 유가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배럴 당 70달러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높은 유가가 경제에 역풍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듯 원유 가격의 상승은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당장 운임의 상당부분이 연료비로 충당되는 항공이나 해운 등 운송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고, 유가상승은 원가상승으로 전가되어 석유화학에도 수익악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발전단가의 인상으로 이어져 한국전력 등에도 부담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유가상승은 큰 부담이다. 단적인 예로 휘발유 가격인상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를 내리지 않을 방침이어서 소비자들은 고유가의 부담에 100%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다만 유가가 이처럼 올랐지만 과거 우리가 겪었던 1차, 2차 오일쇼크같은 충격은 받지 않으리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로 물가 인상분을 감안할 때, 지난 79년 2차 오일쇼크 당시의 유가는 지금 물가로 따져 배럴 당 90달러였다는 것. 거기에 비하면 아직도 지금의 유가는 견딜만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환율이 절상되어 유가상승의 부담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있다는 것도 우리나라 경제로 보아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말미암아 국제유가는 원화를 기준하면 2.7% 상승하는데 그쳤다. 거듭되는 국제 유가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시장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원인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원화 환율의 평가절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유가상승의 부담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이라고 한다면 소비절약, 대체에너지 개발, 해외 유전개발 등인데 이는 단기일 내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환율 하락으로 충격을 흡수해가면서 시간을 벌고, 우리 스스로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 전체적인 주식시장에는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유가상승이 정제마진의 증가로 이어지는 SK나 S-Oil 등의 정유사 주식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대체에너지 관련 주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예전과 같은 중동 건설 붐이야 기대하기 어려우나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대형 건설사에게도 유가상승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


입력시간 : 2005-08-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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