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 종합대책과 주식시장 전망

증시로 돈이 몰린다고? 글쎄…
8·31 부동산 종합대책과 주식시장 전망

지난 8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은 KBS TV의 '참여정부 2년 반,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당시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하여 언급하며 부동산 투기를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이는 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온 일이기도 하고, 또한 서민의 입장에서 응당 정부가 정책으로 시행하리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정부의 공통적인 정책과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그날 방송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집을 사려다가 최근 주식에 간접 투자했다"며 "내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주식에 걸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는 끝났으므로 자신은 이제 주식에 투자했으며, 국민들에게도 주식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 셈이다.

그리고 8월31일, 정부는 2개월간의 논의와 준비과정을 거쳐 다시금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사전에 언론에 의하여 보도되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나 신선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정작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던 당일,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혹은 강남의 부동산 시장이 대체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이미 많은 부분이 사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깜짝쇼’를 통하여 시장에 충격을 줄 의도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이번처럼 사전에 여론의 검증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나은 정책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여하간 이번에 나타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부동산은 당분간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상당히 낮아질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주식시장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 시각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기대처럼 “이제는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이다”라는 명제가 성립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글쎄”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부동산 대책이 주식시장에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로 모아진다.
















주식시장에 악재야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기대할 정도의 호재도 아니라는 의미다. 얼핏 보기에 부동산에 대하여 정부가 강력하게 규제하면 할수록 주식시장은 유리할 듯 하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이 높은 수익을 쫓아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것이고, 그 결과 주식시장은 신규 매수세로 말미암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다소간 순진한(?) 생각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으로 인하여 부동산의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것이고, 노 대통령이 “걸었다”라고 표현하였듯 상대적으로 증시의 매력도는 높아질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곧바로 주식시장 상승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번의 부동산 대책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이렇게 요약된다. 첫째,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투자대상으로서 대체관계가 거의 없다.

즉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그걸 가지고 부동산에 투자할까 아니면 주식에 투자할까 이리저리 재보고 망설이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계에서 부동산에 들어갈 자금과 주식에 투자될 자금은 확연한 차이가 있느니만큼 부동산이 투자대상으로 매력이 낮아진다고 단박에 주식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화증권의 조사에 의하면 부동산 대책과 주가와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화증권은 1977~2002년까지 있었던 18번의 부동산 가격 억제대책 이후의 주가변동을 살펴보았는데,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1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한 경우가 9번, 상승한 경우가 9번 있었으므로 부동산 대책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분석했다.

즉 부동산 대책이 주가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부동산과 주식 사이에 대체되는 가격관계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오히려 자칫 정부가 부동산을 과다하게 규제하여 부동산 가격이 경착륙이라도 한다면 주식시장에는 타격이 있을 위험도 있다. 왜냐하면 정부가 주장하듯 경제는 심리적인 요인이많이작용하는 법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경우, 상당수의 중산층은 소비를 줄일 것이고 이는 즉각 경기둔화, 경기후퇴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소 극단적인 경우다.

예컨대 1997년의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은 마이너스 15% 이상 급락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이제 와서 “그때 집을 장만하였더라면 싼 값에 살 수도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은 경험법칙에 의하여 살아간다. 만일 이번의 조치로 인하여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기라도 한다면 IMF 위기 당시를 떠올리며 저가에 매수하고자 하는 실수요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런 매수세를 예상할 수 있는 한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낮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경착륙하여 증시가 위축될 가능성 또한 대단히 희박하다.

장기적 효과 기대, 은행주 등은 관심

셋째, 이번의 부동산 대책이 증시에 미치는 효과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서서히 나타나리라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에 정부가 부동산에 대한 양도세 중과조치를 내놓으면서도, 그 조치는 2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시장에 내놓도록 1년간 유예하여 2007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 스스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한번 부동산에 투입된 자금이 빠져 나와서 다른 대체 수단으로 유입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부동산의 매력이 낮아졌다고 하여 곧장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 호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얼마나 주식시장에 들어올지도 따져 보아야 할 일이지만, 설령 일부가 주식시장으로 유입된다손 치더라도 그 시기는 장기간에 걸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증시 일각에서는 은근히 이번 부동산 대책 중에서 주식시장에 직접적이자 단기적인 약효를 발휘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기를 기대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 포함된다면 당장 직접적으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배제되었으니 증시가 단기간에 덕을 볼 여지도 덩달아 없어져 버렸다.

넷째, 여하간 이번의 부동산 대책이 증시에 전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라면 몇몇 종목들은 나름대로 영향이 있을 것이다.

정부의 조치는 첫째 공급확대, 둘째 가수요억제를 통한 수요억제로 모아진다. 따라서 조치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은행, 그리고 건설사의 주가 동향이 관심사가 된다. 은행은 이번 조치로 인하여 당장 부동산 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기업의 설비투자 수요가 둔화하는 추세를 부동산 담보 가계대출을 늘리는 전략으로 대처해왔는데, 이번 조치로 인하여 전략을 수정해야 할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각 은행들의 주택담보비율(LTV)이 56% 수준으로 낮은 편이므로 주택가격이 하락하여도 가계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은 낮으나, 은행의 입장에서는 가계대출로 인한 성장성이 둔화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주가에도 다소 부정적이리라 우려된다. 건설사에도 부정적이리라 판단된다. 물론 이번의 조치가 부동산의 공급확대를 담고 있으므로 건설사의 일감이 줄어든다거나 하는 일은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공급의 확대가 공영개발의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니 만큼 단순 하청건설사의 입장이 될 건설사로서는 이전에 비하여 수익성이 낮아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또한 2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 가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자칫 분양시장이 침체할 우려도 있다. 반면 부동산에 투자되는 자금은 비교적 장기적인 성향을 가진다.

이런 자금이 부동산에서 빠져 나와 주식시장에 들어 온다면 결국은 고 배당, 안정성 위주의 종목으로 몰릴 공산이 높다. 따라서 부동산의 대체수단이 될 수 있는 종목이라면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시간 : 2005-09-07 17:50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