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임단 T1, 중국 최고 프로게이머 샤쥔춘·루오시안 영입

SK텔레콤의 e-스포츠 마케팅…"용병게이머로 대륙진출 시동"
프로게임단 T1, 중국 최고 프로게이머 샤쥔춘·루오시안 영입

국내 e-스포츠(온라인 디지털게임 대회 등을 포함한 관련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을 일컫는 말) 시장에 사상 최초로 용병이 수입됐다.

프로야구나 프로농구의 용병 수입과 다른 점은 리그 선진국이 아닌 한국보다 뒤쳐진 중국에서 선수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세계 최고 수준의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축구 스타 박지성이나 이영표를 스카우트한 것과 비슷한 경우다. 이는 ‘게임 강국 코리아’의 e-스포츠가 갖는 세계적인 위상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1998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소개된 뒤 PC방 등지에서 싹트기 시작한 국내 e-스포츠는 게임 전문 방송이 리그 대회를 창설하면서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한국e-스포츠협회에 따르면 1999년 180만명에 불과했던 온라인게임 인구는 지난해 1,7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빼어난 실력을 갖춘 게이머들도 양산돼 한국은 해외에서 e-스포츠의 종주국, 또는 메이저리그로 통하고 있다.

이번에 중국 용병을 데려온 구단은 SK텔레콤 산하 프로게임단 T1이다. T1은 지난 6일 중국 스타크래프트 선수인 샤쥔춘(21)과 루오시안(20) 등 두 선수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WNV 북경팀에서 활약한 바 있는 샤쥔춘은 WCG(World Cyber Gamesㆍ세계 최대의 e-스포츠 대회) 중국 예선에서 3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하는 등 각종 국제대회의 중국 예선을 휩쓸어온 스타 선수다.

루오시안 역시 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실력파다. 지난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CKCG(한ㆍ중 e-스포츠 페스티벌) 2005 본선에서는 국내의 대표적 프로 게이머인 ‘테란의 황제’ 임요환(T1 소속)을 물리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중국사업 활성화 기대

T1이 두 선수를 영입한 것은 물론 이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주훈 T1 감독은 “스타크래프트 선수층이 엷은 환경에서 연습해온 두 선수가 국내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게 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스포츠마케팅팀 장순일 부장도 “두 선수는 중국의 최고수급으로 분명 높은 잠재력을 지녔다”며 “국내 최고 수준의 T1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 실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K텔레콤 측의 복안은 단순히 T1의 전력 보강에 머물지 않는다. 중국 최고의 프로 게이머를 영입함으로써 e-스포츠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을 확산시키는 한편, e-스포츠의 ‘메이저리그’로 인정 받는 한국 리그의 위상 제고까지 함께 계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용병 영입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SK텔레콤의 중국 사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몇 년 전부터 게임 열풍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게임 인구가 수천만명에 이를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는 소식이다. 이와 아울러 이동통신 시장의 규모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동전화 부문은 2004년 기준 약 3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해 단연 세계 최대 시장이며, 무선인터넷 부문 역시 음성과 단문 메시지 중심의 단조로운 이용 패턴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의 경제 성장 추세로 미뤄 향후로도 이동통신 서비스 및 관련 콘텐츠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는 현실이다.

국내 시장의 포화와 경쟁 심화에 위기감을 느낀 SK텔레콤은 수 년 전부터 해외 사업을 차세대 성장 엔진으로 삼고 글로벌화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중국의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 합작해 무선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유니에스케이(UNISK)를 출범시켰고, 올해는 국내서 ‘싸이질’ 선풍을 일으킨 SK커뮤니케이션스의 싸이월드 서비스도 중국에 상륙시켰다.

‘U족부락’(U族部落)이라는 브랜드로 상용화에 들어간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차이나유니콤 가입자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끌며 1년 만에 20여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실적을 올렸다.

SK텔레콤 측은 높은 성장성을 가진 중국 무선인터넷 ?洲?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자평한다.

김신배 사장은 지난 8월 CKCG 2005 대회가 열린 중국 베이징에서 언론과 만나 “SK텔레콤은 이미 다방면으로 중국에 진출했거나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싸이월드 등 일부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e-스포츠 시장 급성장

이처럼 SK텔레콤의 ‘대륙 공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산하 프로게임단 T1에서 중국 선수를 스카우트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각종 첨단 정보통신 서비스의 소비자와 게임 관심층이 대개 10~20대로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프로게임단을 이용한 중국 내 마케팅 전략이 꽤나 유용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내 사정을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입증된다. 현재 11개의 국내 프로게임단 가운데 5개가 삼성전자, SK텔레콤, KTF, 팬택 앤 큐리텔, 한빛소프트 등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 소속이다.

삼성전자는 나아가 WCG 대회의 글로벌 스폰서로 참여해 오고 있다. 비단 정보통신 업체뿐만 아니라 타 업종의 유수 기업들도 e-스포츠 시장의 급성장에 주목해 각종 대회의 후원자로 속속 나서는 상황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소속 선수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한 스타 마케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한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프로 게이머 임요환의 경우만 하더라도 56만여명에 달하는 팬 클럽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연예ㆍ스포츠 스타들보다 수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장순일 부장은 “매출이나 브랜드 가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는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지만 임요환 선수를 보유한 SK텔레콤이 젊은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한국인 대다수가 LA 다저스의 팬이 됐던 것처럼 샤쥔춘과 루오시안 선수를 영입한 SK텔레콤 역시 많은 중국인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초의 중국 용병 게이머를 영입한 SK텔레콤의 중원 진출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9-13 17:38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