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허리케인으로 멕시코만 석유시설 파괴, 시장 불안 증대

유가 '100달러 악몽' 현실화 되나
잇단 허리케인으로 멕시코만 석유시설 파괴, 시장 불안 증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즈를 물바다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한 차례의 허리케인 리타가 멕시코 만 일대를 강타했다.

리타의 위력이 약하여 그리 큰 피해는 없었으나, 이번에도 또 멕시코 만 일대에 집중되어 있는 미국의 석유 생산시설이 상당기간 가동이 정상화되지 못할 전망이고, 그 결과 국제 유가가 재차 출렁이고 있는 실정이다.

카트리나가 안긴 ‘물 대포’로 인하여 물에 잠겼던 뉴올리언즈는 간신히 물이 빠지려는 찰나에 다시 리타의 급습을 받아 또 물에 잠기면서 아예 도시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더구나 강한 바람과 폭우가 멕시코만 일대를 덮치고, 이재민과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그 동안 겉으로 잘 표출되지 않았던 미국 사회의 빈부격차, 인종차별 등의 사회문제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허리케인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훨씬 직접적이며 또한 그 규모는 과거에 비할 수 없이 크다.

당장에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인하여 국제유가가 급등하였고 이 피해에서 다소 벗어날 찰나에 재차 또 다른 허리케인 리타가 덮쳤으니 세계 경제가 받는 충격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국제유가의 상승추세가 고개를 숙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자칫 세계 경제는 허리케인의 후유증을 앓을 참이다.

허리케인으로 인해 멕시코만 연안의 많은 미국 원유 생산시설, 정제시설, 수입항구 등이 파손되었고, 정유사들이 조업을 중단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미국 원유수입의 60%에 이르는 멕시코만 연안의 시설이 파손되어 중장기적으로도 유가상승을 유발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허리케인의 피해를 입은 석유관련 시설들이 복구되어 정상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북반구가 이제 날씨가 쌀쌀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때인데다 계절적으로도 여름철 휴가시즌이 지나고 휘발유 재고가 낮아지는 시기라는 점까지 겹쳐 수급상의 혼란은 당장 유가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아니었더라도 수급불안을 이유로 고공행진을 지속하였던 국제유가였기에 설상가상으로 허리케인의 피해를 당하고 보니 그 심각성은 막심하다.

세계경제 압박할 고유가 부담

당연한 이야기지만, 뚜렷한 대체 에너지원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상승은 미국뿐이 아니라, 우리나라 혹은 전 세계의 경제에 주름살을 안겨줄 위험천만한 요인이 될 것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혹은 그 이상이라면 상당히 비싼 것, 혹은 비정상적이자 일시적인 현상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배럴 당 50달러는 옛날 이야기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의 가격이 배럴 당 70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흔한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일은 이제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한다.

그러나 고유가가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하여 경제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유가가 뉴스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사이에 고유가의 부담은 점점 경제를 압박할 것이다. 허리케인의 피해로 말미암아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해마다 겪는 일이며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도 있다. 예컨대 작년의 경우, 9월16일 미 남부 멕시코만 연안지역에 상륙한 허리케인 아이반은 앨라배마와 플로리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 등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멕시코만 연안의 미국 생산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바 있다.

당시 멕시코만 지역의 하루 석유 생산량이 140만 배럴이나 줄어들었고 이로 인하여 국제유가는 작년 9월부터 10월 말까지 한달 만에 22%나 급등한 바 있다.

심지어 일부 석유 생산시설은 아이반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도 미처 복구되지 못하여, 생산시설의 4% 정도는 아예 1년 동안 내내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하여 많은 정유사들이 생산시설에 피해를 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노후화된 시설이 많았고, 또한 설비능력이 부족하여 가동률은 거의 최대수준을 유지臼눼?터다.

이들이 허리케인으로 인하여 파괴되거나 조업이 중단되었다면 당장 막대한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석유수급에 주름살이 가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특히 작년에 멕시코만을 덮쳐 석유생산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안긴 아이반은 태풍 등급으로는 3등급 규모에 불과했으나, 올해의 카트리나는 그보다 강력한 4등급 규모였다는 점에서도 피해 정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자연재해이면서도 이를 사전에 막거나 혹은 사후적으로라도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의 영향으로 향후 20~30년 동안 대서양에서 강력한 허리케인이 빈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또 다시 카트리나에 버금가는 강력한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을 덮칠 가능성은 높다. 그런데 허리케인은 점점 더 위력을 더해 갈 것이지만, 허리케인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린 미 동부 연안 해상유전이나 석유 생산시설은 오히려 전체 석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늘어나고 있으니 우리의 걱정을 더하게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나 쿠웨이트 등 중동산 원유공급은 이제 거의 한계치에 이른 상황이다. 반면 멕시코만 해상 유전은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미국과 인접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생산비중이 늘어날 참이다.

실제로 원유탐사 등 미국의 신규 원유 프로젝트도 멕시코만 해상유전에 몰려 있다. 이번 같은 대규모의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면 커질수록 가뜩이나 불안정한 국제유가는 더욱 더 불안정성을 더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의 국내 원유생산 중 해상유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년 전의 12%에서 현재는 25% 이상으로 늘어 생산량이 하루 160만 배럴에 달한다고 한다.

원유의 채굴과 생산이 편리한 육지에서의 석유생산량은 1970년대 이래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대규모 원유 매장지는 해상에만 남아 있으니 해상유전의 비중은 당연히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대규모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결국 석유시장의 불안도 더 증대될 수 밖에 없는 모순이 야기되는 것이다.

"수년 내 105달러까지 급등" 전망도

작년에 멕시코만을 덮친 허리케인 아이반이 국제 원유가가 배럴 당 50달러 수준에 고착되도록 만든 주 원인으로 작용하였다면, 올해 카트리나와 리타로 이어지는 허리케인은 국제 원유가를 그보다 훨씬 더 높은 배럴 당 70달러 수준으로 옮겨놓는 주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석유 전문가들은 국제 원유가가 배럴 당 70달러 수준이 아니라 조만간 배럴 당 80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도 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컨대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수년 내 유가가 105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거기에다 나날이 경제성장을 더해가면서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 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국도 변수다.

2004년도 전 세계 석유 소비 증가율은 3.4%선이었지만 중국의 석유 소비 증가율은 세계 평균의 4배가 넘는 15%를 기록했다.

중국의 위안화가 추가로 평가 절상될 경우, 중국의 소비자들은 강해진 자국통화의 구매력을 바탕으로 석유소비를 늘릴 것이고, 이는 즉각 전 세계 석유소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면에서도 비단 허리케인뿐 아니라 다른 불안 요인도 상존한다.

중동은 최근 잠잠하긴 하지만 언제 ‘화약고’가 터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 세계 석유의 50%를 공급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오일달러 확보를 위해 고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국제유가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만을 낳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시간 : 2005-10-05 16:03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