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단지 등 아파트값 하락세 뚜렷, 주시시장 활성화가 관건

[경제] 8.31 부동산 종합대책 한 달…낙관은 일러
강남 재건축 단지 등 아파트값 하락세 뚜렷, 주식시장 활성화가 관건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대책이 발표되기 전, 간헐적으로 언론을 통하여 “깜짝 놀랄만한 대책이 될 것”이라는 엄포가 전해지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이기도 하였으나, 정작 대책이 발표된 다음에도 시장은 이를 깜짝 쇼로 받아들이는 태세는 아니었다.

사실 8ㆍ31 조치가 발표되기 오래 전부터 시장에는 “이번만은 부동산 가격 급등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가 전해졌다.

그러기에 8ㆍ31 조치의 내용에 무엇이 포함될 것인지, 그리고 그 강도가 얼마나 될 것인지가 시장의 관심이었지 대책의 효과를 의심하기는 엄두내기 어려웠다.

아울러 이번에도 또 정부가 엄포에만 그칠 것이라고 효과를 부인할 ‘간 큰’사람도 드물었다. 정부가 바라는 대로 8ㆍ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 가격은 완연하게 하락하고 있는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대책이 제대로 약발이 먹히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그렇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8ㆍ31 조치를 낳게 한 주된 원인이었던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세가 확연하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사실상 8ㆍ31 조치가 아파트 가격에 반영된 7월 이후부터 따져 재건축 단지의 가격은 3.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개별 단지로 살펴볼 때 아파트 가격의 급락세는 더더욱 완연하다. 비율로는 지난 6월 최고점에서 20% 가량 하락한 곳이 수두룩하며, 가격으로는 호가가 몇 억원씩 내린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더구나 비단 재건축 단지가 아닌 일반아파트에도 가격 하락세는 완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만하면 8ㆍ31 대책의 효과가 뚜렷하다고 정부는 자신할 법도 하다.

가격 하락 속 시기상조론 여전

시장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지금은 8ㆍ31 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예컨대 8ㆍ31 조치가 발표된 지 1년 후가 되면 그 때의 부동산 가격은 지금보다 훨씬 안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낙관하려면 아직은 시기상조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시장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또한 ‘대책’에서 나아가 ‘제도화’되는 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이며, 아울러 추가적인 정책이 연결되어야 한다. 결국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첫째로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면서 가계의 소비가 늘어나면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의 매출확대로 이어지고, 고용증가, 산업생산 확대, 경기 호전의 선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공익광고를 통하여 홍보한 바 있다. 물론 아무리 선전광고를 요란하게 한다고 할지라도 경제주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

경제주체의 행동은 홍보나 광고 선전에 좌우되기보다는 실질적인 믿음에 좌우된다는 것이 진실이다. 주식시장도 같다.

아무런 효용가치도 없는 종이조각에 불과한 주권을 사람들이 투자하는 것은 결국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며, 이는 대부분 심리적인 요인에 크게 좌우된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상자’에 불과하다면 아파트 가격이 이처럼 급등할 리 만무하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은 결국 미래에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적 믿음이 가세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최근 안정양상을 띠고 있는 아파트 값이 재차 급속히 상승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즉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8ㆍ31 대책이 그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제도화되는 단계를 밟아야 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법, 소득세법 등을 비롯한 세금과 관련된 법령들, 그리고 부동산 제도와 관련된 법률 등을 정부 여당이 야당과 긴밀한 협조 하에 법제화하여야만 비로소 ‘대책’이 ‘제도’로 탈바꿈하는 것이고, 그 결과 안정적인 부동산 가격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기 전까지는 부동자금이 잠시 눈치만 보고 있을 뿐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었다고 단언할 수 없다.

둘째로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겉으로는 하락하는 듯 보이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4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관망하고 있기에 부동산 시장이 잠잠한 것이지, 완전하게 부동산의 하락심리가 자리 잡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동자금은 그 성격상 높은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현재의 낮은 예금 금리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대기하고 있는 한 부동산 가격이 움직일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아파트 가격을 포함하여 부동산 값이 하락, 안정태세를 갖추려면 부동산으로는 이제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일반적이고도 공통된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

그러기 전까지는 안심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시중 부동자금의 흐름의 물꼬가 재차 부동산 쪽으로 흐른다면 이제는 걷잡을 수 없다.

이전의 대책보다 훨씬 더 강력한 대책일지라도 기껏 다잡아 놓은 부동산 가격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적 내집마련 대책 절실

셋째로 이제까지는 급등하던 부동산가격에 고삐를 잡는 일에 정부가 주력하였다면 지금부터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작 서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내 집 마련 대책에 정책의 중심이 옮겨져야 할 것이다.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겠으나,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임대아파트를 비롯한 값싼 주거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 수 있다.

아울러 자칫 8ㆍ31 대책의 부작용으로 전세가격이 들먹이는 것도 막아야 할 것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전세가격이 상승한 나머지 집 값에 비하여 상당수준에 육박하면 결국 집 값이 오르곤 하였던 바 있다.

높은 비용을 치르고 전세를 사느니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심리가 촉발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그러기에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전세가격의 안정에도 정부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넷째로 당초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면 시중의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들 것으로 기대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중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려든다는 뚜렷한 조짐은 엿보이지 않는다. 물론 주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으므로 고객 예탁금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간접 투자 상품인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서 빠져나와 대체 투자수단으로 주식시장을 찾고 있다고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다.

부동산 시장에 투자되는 자금은 지극히 보수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 과감하게 투입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어차피 수익을 찾아 자금은 움직이는 법이다. 특히 1가구 2주택 중과세의 유예기간이 지나는 1년 후에는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리라 예상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나는 주식시장에 걸었다”라고 말한 것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아울러 주식시장이 꾸준하게 상승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전처럼 주가가 오른다고 정부가 서둘러 보유주식을 팔아버리는 등 상승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이 오르고, 앞으로도 꾸준히 상승할 것이 확실하다면 거래하기도 힘들고 유동성도 떨어지는 ‘부동’산에 악착같이 투자하려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 뻔하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상승추세를 이어가게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의 안정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입력시간 : 2005-10-11 20:06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