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의 꽃 'RFID 혁명' 성큼, 진화된 대상식별 기술로 바코드 대체
"앞으론 손 하나 까닥 안하고 산다" 물류산업의 꽃 'RFID 혁명' 성큼, 진화된 대상식별 기술로 바코드 대체
주부 A씨가 아파트 현관문에 휴대폰을 갖다 대니 문이 열린다. 실내로 들어와 거실 소파에 앉으니 이번엔 TV가 저절로 켜진다. 채널은 평소 즐겨 보는 드라마에 맞춰져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식사 준비를 위해 주방으로 간다. 싱크대를 그의 키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한다. 어떤 식단을 짤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싱크대 앞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손을 몇 번 대면 추천 메뉴가 뜬다. 집안의 ‘조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 된 음식을 들고 식탁으로 자리를 옮기자 조명이 식사하기에 알맞게 은은해진다. 정수기에서는 체질에 적합한 육각수가 흘러나온다. 욕실은 더욱 놀랍다. 욕실에 들어서니 물이 좋아하는 온도와 색깔로 바뀐다. 거울은 얼굴 상태를 살펴 보더니 현재 피부 조건에 맞는 화장품을 추천한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듯한 이런 장면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개관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미래형 주택 체험관이 그곳이다. 이른바 유비쿼터스 주거 혁명을 구현한 이 체험관의 기술적 토대에는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ㆍ전파 식별 또는 무선주파수 인식)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인간생활에 혁명적 변화 RFID는 무선주파수(RF, Radio Frequency)를 이용해 물건이나 사람 등 대상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일컫는데, 안테나와 칩으로 구성된 RF 태그에 일정한 정보를 저장해 적용 대상에 부착한 후 RFID 리더로 그 정보를 인식한다.
이 기술은 바코드와 같이 직접 접촉하거나 스캐닝할 필요가 없다는 편리성 때문에 바코드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평가된다. 미래형 주택 체험관이 부린 조화의 비밀은 대충 이렇다. A씨가 입은 옷과 신발뿐 아니라 집안의 각종 제품에 부착된 RF 태그가 고유한 정보를 전파에 실어 보내고, RF 리더와 운용 시스템이 이를 판독해 적재적소에 활용한 것이다. RFID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일상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사례 몇 가지를 들어 보자. 출생 내력 등 각종 식별 정보를 입력한 칩을 동물의 몸에 이식하면 혈통 관리와 위치 파악이 손쉽게 된다. 애완견 수요가 날로 커지는 요즘 상황에 딱 들어맞는 셈이다. 마라톤 경기에 출전한 수많은 선수들의 기록을 관리하는 데도 RFID 시스템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선수들이 가벼운 무선 태그가 부착된 운동화를 신고 달리면 출발선, 반환점, 결승선 등에 설치된 리더가 각 선수의 기록을 정확하고 빠짐없이 체크할 수 있다. 교통카드나 주차관리 시스템으로도 아주 효율적이다. RFID 칩이 내장된 교통카드를 소지한 승객이 버스나 지하철 등지에 설치된 리더 옆을 지나치기만 해도 자동으로 요금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중 이용시설의 주차장에서는 차량의 태그 정보를 읽어 상시 출입 차량인지 외부 차량인지를 금방 파악하는 것은 물론 요금 징수도 동시에 할 수 있다. 국내 일부 시설에서는 이미 RFID를 적용한 주차관리 시스템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분야에서 RFID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바코드보다 훨씬 간편한 데다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특성 덕분에 조만간 물류 산업의 꽃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다. 박스나 제품 단위로 태그를 부착하면 자동으로 입출고 처리가 되는 데다 공장을 출발한 제품의 실시간 위치 추적과 효과적 재고 관리가 함께 가능해진다.
대형 유통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계산대 앞에 늘어설 필요도 없게 된다. 구입한 물건을 담아 리더 옆을 지나면 자동으로 대금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산물의 이력 관리에 안성맞춤이다. 각종 농산물의 원산지와 생산자, 농법 등의 정보를 입력한 태그를 상품에 붙여 유통시키면 문제가 생겼을 때 역으로 추적하기가 수월하다. 이뿐 아니라 RFID가 상용화되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런 활용 가치를 일찌감치 파악한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관련 기술과 제품의 연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시장 가파른 성장세 RFID 시장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 1996년 약 6억 달러를 기록한 뒤로 매년 25% 이상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추산이다. 세계 시장의 경우 올해 30억 달러 규모에서 2010년에는 10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는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 2003년 660억원 대에서 2007년에는 3,180억원 대로 훌쩍 뛰어오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007년은 몇 년 전부터 RFID 산업 활성화에 매달려온 우리 정부가 국내 시장의 보급기로 보는 시점이다. 정보통신부는 ‘U-센서네트워크(USN) 구축 기본계획’에 따라 2007년까지는 ‘U-Life’ 기술에서 세계 1위 수준에 오른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 놓았다. ‘IT 코리아’의 기술력과 자부심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다. 정통부는 이를 기반으로 2010년에는 RFID 및 U-센서네트워크 세계 시장의 7%(53억7,000만 달러)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자원부는 주로 물류 산업에 초점을 맞춰 시범사업을 펼치는 등 국내 RFID 산업 정착과 활성화에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결성된 한국RFID/USN협회를 주축으로 관련 기업들의 기술ㆍ제품 개발과 ‘킬러 서비스’ 발굴 노력도 탄력을 받고 있다. 10월 중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RFID/USN 코리아 2005’ 행사에서는 몇몇 기업들이 결실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SK텔레콤이 한국인삼공사와 손잡고 내년부터 실시하기로 한 ‘홍삼 진품 여부 확인 시스템’이나 아시아나IDT가 현재 시범 서비스 중인 RFID 항공수하물 추적관리 시스템 등이 그 사례다. 김신배 한국RFID/USN협회장(SK텔레콤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유비쿼터스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이 바로 RFID이며, 한국은 유ㆍ무선을 넘나드는 서비스와 다양한 네트워크 인프라까지 갖춰 RFID 선두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보였다. IT 코리아가 RFID라는 황금어장에서 또 한 번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입력시간 : 2005-10-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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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