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량 내비게이션을 구입키로 한 회사원 안모(29)씨는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 지 고민이다. 워낙 다양한 업체들이 여러 가지 종류와 기능의 내비게이션을 출시하고 있는 데다 잘못사면 무용지물이라는 주위의 의견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내게 딱 맞는 내비게이션을 고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목적지만 입력하면 초행길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 주는 내비게이션은 현재 그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20만대 규모였던 것이 올해는 60만~70만대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내비게이션 판매량이 내년에는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 109만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자동차보다 많이 팔리는 자동차 용품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처럼 내비게이션 시장이 급성장한 데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만원을 호가했던 내비게이션이 최근 20만~30만원 대까지 떨어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 동안 사고 싶어도 너무 비싸 살 수 없었던 내비게이션이 이젠 맘만 먹으면 살 수 있는 용품이 된 것이다.

또 갈수록 교통 정체가 심해지면서 빠른 길을 찾고 싶어하는 수요가 커진 점과 주 5일 근무제가 확산되며 지방 여행 등이 늘어난 것도 내비게이션 시장의 확대 요인으로 풀이된다.

내비게이션을 살 때 가장 크게 고려되는 것은 역시 가격이다. 먼저 ‘길 찾기+20만원 대’의 제품들을 살펴보면 현대오토넷의 ‘내비로 HNA-3541’과 파인드라이브의 ‘A-300’ 등이 있다.

모두 20만원대의 가격에 길 찾기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그러나 3.5인치 화면에 리모컨 방식으로 조작토록 돼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물론 통상 내비게이션은 운전하기 전에 작동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내비로 HNA-3541이 27만4,000원, A-300이 27만9,000원이다.

또 카포인트의 ‘X로드’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29만9,000원이다. 외국에선 한 가족이 여러 대의 차를 보유한다는 점에 착안, 자동차에 붙이거나 떼기 쉬운 포터블 내비게이션 제품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DMB폰과 연결하면 위성TV 시청도 가능

‘길 찾기+부가기능+30만원 대’의 내비게이션은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가격대의 제품이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프로 플러스’, 파인디지털의 ‘파인F-400’, 현대오토넷의 ‘폰터스 HNA-3530’ 등이 있다.

이 제품들은 모두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조작이 쉽고, 20만원 대 제품에 비해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차계부를 만들거나 MP3를 들을 수도 있고, 영화감상 등도 가능하다.

또 아이나비 프로 플러스는 인터넷으로 매달 여행정보를 업데이트 받을 수 있고, 파인F-400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과 연결하면 위성TV도 시청이 가능하다.

특히 폰터스 HNA-3530은 교통상황을 문자로 수신 받을 수 있고(무료), 서비스에 유료 가입하면(연 2만~2만5,000원) 주요 도로 소통상황을 색깔별로 나타내줘 운전자가 한눈에 막히는 구간을 알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길 찾기+부가기능+휴대가능+ 50만원 대’의 내비게이션은 차 안에서는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하고, 차 밖에서는 들고 다니는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PMP)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주기능은 내비게이션이지만 MP3, 영화 및 뮤직비디오 동영상 플레이어, 게임, 음성녹음 등도 가능하다. LG상사가 대만에서 수입판매하고 있는 ‘미오 268’, ‘미오 169’와 현대오토넷의 ‘폰터스 HNP-3510’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오는 휴대하기 쉽도록 무게가 200g도 안 되고 손바닥 보다 작게 만들어져 주목된다. 넉넉한 저장 공간을 제공하는 1G SD메모리와 차계부, 스케줄 관리, 워드, 엑셀, 계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PDA 전자수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거치대는 차량 내부 앞 선반이나 유리창 모두 흡착이 가능하여 설치가 간편하다. ‘미오 268’, ‘미오 169’이 각각 54만9,000원, 64만9,000원, 현대오토넷의 ‘폰터스 HNP-3510’이 54만9,000원이다.

이미 생활필수품이 돼 버린 휴대폰을 통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매월 별도의 이용료를 내야하고, 화면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지만 따로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모델들이 LG상사가 수입판매하고 있는 미오 내비게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네이트 드라이브 전용단말기를 통해 수신이 가능하다. 매월 기본료 및 정보이용료, 데이터 통화료 등이 부가된다. 서비스 종료에 따라 월 4,500원에서 1만5,500원 정도의 사용료가 부가된다. KTF의 케이웨이즈는 월정액 9,000원을 내면 추가 요금 없이 길안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지상파 DMB를 볼 수 있는 내비게이션이 출시될 예정이라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지상파 DMB는 2만원의 가입비와 월 1만3,000원의 수신료를 내는 현재의 위성 DMB와 달리 가입비가 따로 없다.

단말기만 있으면 누구나 차 안에서 TV를 즐길 수 있다. 파인디지털이 7인치 화면의 DMB 일체형 내비게이션을 준비하고 있고, 현대오토넷의 DMB 단말기 일체형 내비게이션은 6.2인치 화면에 MP3플레이어, 사진 보기 등의 부가 기능까지 갖춘 ‘다목적형’으로 개발되고 있다.

아이나비와 디지털큐브 등도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각오다. 그러나 지상파 DMB 내비게이션의 경우 운전시 화면 보기를 규제할 방법이 없고 이 경우 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단속을 둘러싸고 논란도 예상된다.

AS·부가기능 등 꼼꼼히 살펴야

주의할 점도 있다. 내비게이션이 유용하고 편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너무 믿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 내비게이션 사용자들의 중론이다.

간혹 길을 자신이 알고 있는 방향과 다르게 가르쳐 줘 운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길을 거의 정확하게 알려주기는 하지만, 초행길이 아닐 경우에는 내비게이션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두번째로 주의할 점은 최근 내비게이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제품을 단순히 제작ㆍ판매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한번 고장 나면 애프터서비스(A/S)를 받지 못해 일회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확실한 유통 경로를 확보하고 있는 지, A/S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업계 관계자는 “A/S의 경우 꽤 알려진 회사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자 하는 업체에 전화를 걸어 제품에 고장이 났다고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미리 점검해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