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쏘나타, 그렌저" 인기 폭주파이브헌드레드 "없어서 못팔아요"

2005년 자동차 시장이 마감되고 있다. 올해 자동차 시장의 최대 뉴스는 무엇보다 내수 판매량이 오랜 불황의 그늘에서 탈피, 상승 반전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2004년 자동차 내수 판매가 전년 대비 17%나 감소한 109만4,652대에 그친 반면 올해에는 11월까지 101만4,55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 늘어났다.

현대차 쏘나타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112만여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2% 상승하는 선에서 올해 자동차 시장이 정리 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62만2,268대를 기록한 뒤 줄곧 내리막 곡선을 그리던 내수 판매가 드디어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불경기를 극복하고 이처럼 내수 판매가 회복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신차들의 몫이 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올해 화제의 모델 베스트5를 꼽아봤다.

쏘나타 세계적 성능 인정

화제의 모델 베스트1은 누가 뭐라 해도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다. 쏘나타는 11월까지 8만4,144대가 팔려 올해 가장 많이 판매된 차에 올랐다.

쏘나타의 인기는 먼저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자동차에 기술 이전료를 받고 수출할 정도로 세계적 성능을 인정 받고 있는 쎄타엔진에 힘 입은 바 크다.

쎄타엔진은 고성능, 저연비, 정숙성, 내구성, 친환경성 등 5가지 면에서 세계적 수준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쎄타엔진은 고무로 된 타이밍 벨트 대신 스테인레스 타이밍 체인을 적용해 타이밍벨트를 교체할 필요가 없고, 우물 정(井)자인 서브 프레임의 강성과 구조를 개선, 엔진 투과음과 진동이 실내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했다.

또 유리창을 두껍게 해 방음 효과를 더 높이고 방음제로 된 엔진 커버를 씌워 소음이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이러한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 현대차의 영업력이 맞물리며 쏘나타는 9~11월 3개월 연속 베스트 셀링 카 위치를 지켰다.

배기량이 2,000㏄, 2,400㏄, 3,300㏄로 선택의 폭도 넓고,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의 위치를 76㎜까지 앞뒤로 조정할 수 있어 키가 작은 운전자나 여성들도 쉽게 운전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현대차의 ‘그랜저’는 올해 나온 신차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차다. 5월에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8월에는 8,304대가 판매되며 ‘쏘나타’(5,350대)를 제치고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형차가 월 판매 1위를 기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불황기에 중ㆍ소형차 모델을 모두 따 돌리고 1위를 기록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비 양극화와 함께 수입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과 디자인이 성공 요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차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고객들이 그랜저를 구입한 이유로는 ‘경쟁차에 비해 품질이 더 좋을 것 같아서’(29.9%)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외관 디자인이 맘에 들었다’(15.8%), ‘회사 이미지가 좋다’(12.5%), ‘사회적 품위’(10.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 그랜저










신형 그랜저는 배기량 2,700㏄ 모델엔 뮤 엔진이, 배기량 3,300㏄와 3,800㏄ 모델엔 람다 엔진이 탑재됐다.

‘람다 3.3’ 모델을 기준으로 먼저 크기에서 보면 차 길이(전장)의 경우 4,895㎜로 렉서스 ES330의 4,855㎜보다 40㎜ 더 길고 차 폭(전폭)도 1,850㎜로 1,810㎜인 ES330에 비해 넓다. 반면 최대 회전력(토크)과 연비는 ES330이 더 우수하다.

국산 첫 디젤승용차 프라이드

기아차의 ‘프라이드’는 올해 나온 국산차 중 첫 디젤차라는 점에서 출시 당시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차다. 디젤 승용차라는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프라이드는 휘발유(가솔린) 모델보다 경유(디젤) 모델이 더 많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고유가로 인해 유지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소형차 고객을 공략하는 데에 성공한 셈이다.

특히 디젤 승용차는 가솔린 차에 비해 힘이 좋고 경제성이 뛰어나다.

프라이드 1.5 디젤의 최고 출력은 112마력으로 현대차의 뉴아반떼XD 1.6(가솔린)의 110마력보다도 높다. 짐을 많이 실었을 때나 언덕길을 올라갈 때 필요한 토크도 2,000rpm에서 24.5㎏ㆍm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프라이드 1.4(가솔린) 모델의 경우 엔진 회전수가 4.700rpm까지 올라가야 고작 12.7㎏ㆍm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두 배 이상 수준이다.

또 프라이드 1.5 디젤의 연비는 수동 변속기의 경우 ℓ당 20.5㎞. 우리나라의 유일한 경차인 GM대우차 마티즈(20.9㎞)와 별 차이가 없다. 특히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를 기준으로 보면 ℓ당 16.9㎞로 마티즈(16.6㎞)보다도 낫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S-클래스(왼쪽), 기아차의 프라이드








수입차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의 ‘뉴 S-클래스’가 단연 올해의 차라고 할 만하다. 배기량 3,500㏄ 모델이 1억5,980만원, 5,000㏄ 모델이 2억260만원인 이 고가의 차가 10월 출시되자마자 1차 수입분 500대가 모두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메르세데스-벤츠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는 뉴S-클래스는 ‘프리세이프(PRE-SAFE)’에서 한 단계 더 진보한 ‘프로세이프(PRO-SAFE)’ 시스템을 적용, 다시 한번 자동차의 미래상을 보여준 차다.

프리세이프가 통합 센서를 통해 위험한 상황을 예견, 안전벨트를 조이는 등의 예방 조치로 사고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프로세이프는 앞차와의 충돌이 예상될 때 제동이 걸리며 에어백이 팽창하기 가장 좋은 상태로 좌석이 조정되는 등 탑승자 뿐만 아니라 도로 위의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다.

차체는 7세대 S-클래스에 비해 더 커졌고 디자인도 필요 없는 굴곡 등을 단순 처리, 세련되게 바뀌었다. 출력은 26%, 회전력(토크)은 15% 증가됐다.

특히 ‘S/C/M’ 버튼을 통해 ‘S(스포츠) 모드’나 ‘C(컴포트) 모드’, ‘M(매뉴얼ㆍ수동) 모드’로 손 쉽게 옮겨갈 수 있어 럭셔리 세단을 타면서도 마치 스포츠카를 탄 듯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국산차보다 싼 수입차…가격혁명

포드의 ‘파이브헌드레드’는 올해 없어서 못 판 차다. 배기량 3,000㏄의 수입차임에도 불구하고 차량가가 3,880만원 밖에 안돼 ‘국산차보다도 싼 수입차’로 화제를 모았다.

포드 파이브헌드레드











배기량이 같은 다른 수입 브랜드가 6,000만~1억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 혁명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트렁크가 골프백 8개가 들어갈 정도로 넓은데다 차체도 커 우리나라 사람들의 취향에 딱 맞아 인기를 모았다. 합리적 가격의 수입차를 찾던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맞춘 것도 성공 비결이다.

당초 500대가 판매 목표였던 파이브헌드레드는 이미 600대 이상 판매됐고 아직도 계약 후 2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트렁크만 넓은 게 아니다.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차 길이 5,100㎜, 차 폭 1,895㎜, 차 높이 1,530㎜는 현대차 에쿠스보다는 작지만 그랜저보다 훨씬 길고 넓고 높다.

배기량 3,000㏄의 뉴 V6 3.0 듀라텍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 파워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며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고 연비가 이 정도 크기의 수입 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ℓ당 9.1㎞에 달해 경제성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