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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경쟁력이다" 펀 경영 활짝
기업 생산성 향상에 도움 되는 유머경영 확산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말이 이제는 ‘웃어야 산다’는 말로 대체되는 시대가 되고 있다. 특히 생존 경쟁이 치열한 기업과 직장인의 세계에서는 웃음이 경쟁력의 요체로 떠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임원급 대상 유료정보 사이트 ‘세리CEO’ 회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머에 관한 5가지 항목의 설문 조사 결과에는 그 같은 세태 변화가 잘 나타나 있다.

우선 웃음과 유머를 경영의 주요 축으로 삼는 ‘유머 경영’이 기업 활동의 여러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아주 높았다.

‘유머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항목에 ‘그렇다’ 57.1%, ‘매우 그렇다’ 23.9% 등 81%가 동의했고, ‘유머가 기업 조직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항목에서도 ‘그렇다’ 48.5%, ‘매우 그렇다’ 39.5% 등 찬성 의견이 88%에 달한 것.

또한 ‘유머 경영이 고객만족에 기여한다’는 항목에도 응답자들의 81.6%(‘그렇다’ 48.2%, ‘매우 그렇다’ 33.4%)가 공감을 표했다.

국내 경영자들의 이런 인식은 직원 채용 과정에도 상당 부분 반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머가 없는 사람보다 유머가 풍부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싶다’라는 항목에 77.4%(‘그렇다’ 50.9%, ‘매우 그렇다’ 26.5%)의 응답자가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이는 유머 감각이 있는 직원이 업무 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조직문화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경영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직원들에게 손수 음식을 서빙하는 한국피자헛 조인수 (왼쪽) 사장.

























실제 ‘유머를 잘 구사하는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일을 더 잘한다고 믿는다’는 항목에서 응답자들의 57.7%(‘그렇다’ 40.6%, ‘매우 그렇다’ 17.1%)가 동의를 나타냈다.

고객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져

회사를 신나는 일터로 만들어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를 한층 향상한다는 이른바 ‘펀(fun) 경영’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펀 경영은 ‘유머 경영’, ‘웃음 경영’ 등 다른 말과 혼용되고는 있지만 임직원들이 회사 생활과 업무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는 점에서 같은 의미다.

흔히 펀 경영의 대명사로 거론되는 회사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허브 켈러는 1981년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이후 자신의 독특한 개성이 반영된 경영 철학으로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는데, 그 바탕이 바로 펀 경영이었다.

허브 켈러는 스스로 근엄한 경영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친근한 ‘엉클 허브’로 직원들에게 다가갔고 회사 일에 대해서도 틈만 나면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눴다.

엘비스 프레슬리 옷차림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공식 행사에 등장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도 그의 전매특허다. 이러다 보니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하는 조직 문화가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펀 경영의 대명사로 평가되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와 즐거움을 임직원에 심어준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주목할 것은 펀 경영을 통해 높은 생산성과 끈끈한 결속력을 얻었다는 점이다.

30년 이상 연속 흑자에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는 것이나, 9ㆍ11테러 이후 다른 대형 항공사들이 줄줄이 도산 위기에 처했을 때도 단 한 명의 인원 감축 없이 격랑을 헤쳐 나온 것은 단적인 증거다.

전문가들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펀 경영이 성공한 것은 그것이 내용적인 측면에서 곧 인재중시 경영이자 신뢰 경영이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펀 경영을 실천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펀 경영의 전도사로 활동 중인 이요셉 한국웃음연구소장은 “펀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며 사람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타난다”며 “직원들이 내면에서부터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기업만이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펀 경영 바람이 처음 불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부터다. 전문가들은 구자홍 LS그룹 회장이 2001년 LG전자 부회장 시절에 시도한 기업 문화의 변화를 펀 경영의 시초로 평가한다.

이후 하나 둘 펀 경영 대열에 동참하는 사례가 늘어나 최근에는 상당수 기업들이 펀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경영전략의 필수요소

펀 경영의 실천은 한때의 유행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부응한다는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아직 단순한 ‘이벤트’에 머무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펀 경영이 경영 전략의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붕영 안산공과대 교수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매년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의 특성이 신뢰, 자부심, 재미라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재미는 경영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펀 경영은 기업과 구성원, 고객 모두가 즐겁고 신뢰할 만한 일터를 만들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감성적인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핵심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제과회사에서 시작해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도약한 오리온은 펀 경영의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창업 당시부터 고객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경영 철학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즐거움의 범위를 ‘보는 즐거움’, ‘느끼는 즐거움’까지 확대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고객에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직원들부터 즐거운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 게 당연한 법이다. 오리온의 성공 비결은 김상우 대표이사의 다음과 같은 평소 지론으로 요약된다.



오리온 펀 스테이션에서 게임을 즐기는 여직원





















“오리온은 직원들에게 많은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고 업무 자체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행복한 사원이 많은 행복한 회사, 일하고 싶어 미치도록 오고 싶은 회사가 오리온의 컬러다.”

펀 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임직원들에게는 웃으라고 해놓고 자신은 엄숙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펀 경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기업문화 컨설팅 전문가는 “펀 경영을 도입한 회사들 중에 최고경영자는 정작 뒷짐을 지고 전담 부서만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래서는 진정한 펀 경영이라고 할 수 없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재미난 사람이 된 후에 임직원들을 이끌어야 펀 경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붕영 교수는 “펀 경영은 단순히 웃고 즐기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신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따라서 경영혁신 차원에서 조직 문화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최고경영자에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회사를 신나는 일터로 만든다

초코파이로 유명한 제과회사 오리온이 최근 영화, 극장, 방송, 체육복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변신한 데는 회사 곳곳에 묻어 있는 펀 경영, 펀 문화가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평소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강조하는 김상우 대표이사는 얼마 전 회사 안에 ‘펀 스테이션’(fun station)을 세웠다. ‘펀 스테이션’은 말 그대로 임직원들이 업무 중간에 짬짬이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든 곳이다.

카페를 연상시키는 이 곳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뮤직비디오가 쉴새 없이 방영된다. 또 한편에는 회사에서 만든 과자들이 수북이 놓여 있고 고급 커피들도 연신 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케이드 게임과 만화책, 잡지 등을 즐길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만점이다.

오리온은 화장실에도 펀 문화가 숨쉰다. 임직원들은 비데가 설치된 화장실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화장실 미소’라는 메모판에 기록으로 남긴다.

고대 그리스 민주광장 ‘아고라(agora)’를 모티브로 하는 ‘아고라 룸’도 눈길을 끈다. 오리온 직원이면 직급을 떠나서 누구나 자유롭게 회의를 하는 곳이다. ‘아고라 룸’에서 나온 회의 결과는 아무런 책임도 따르지 않는다.

임원들도 펀 문화의 예외가 아니다. 오리온 임원들은 ‘체험, 트렌드 따라잡기’라는 행사를 통해 요즘 10~20대의 문화와 유행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경영진이 현장 속으로 뛰어든 것은 사무실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생생한 자극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병윤 경영지원부문 상무는 “제과사업은 과자를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업’이며, 고객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트렌드와 취향을 잘 알아야 하는 동시에 스스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피자헛에는 ‘사훈’이 없다. 대신 ‘함께 일하는 문화’라는 용어가 통용된다. 직원들이 지위고하를 떠나 자유롭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회사 분위기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이 회사가 펀 경영을 도입한 것은 고객에게 맛과 즐거움을 함께 서비스하는 외식업체의 특성상 직원들의 튼실한 팀워크와 즐거운 분위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한국피자헛 펀 경영의 요체는 칭찬 문화에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한국피자헛에서는 칭찬이 전 임직원을 춤추게 하는 것이다.

직급에 관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서로 칭찬을 할 수 있도록 한 이 회사의 독특한 문화는 임직원 간 의사소통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사장이 말단 직원에게, 말단 직원이 사장에게 칭찬을 하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임직원들은 업무상으로 크고 작은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칭찬해 주고 싶은 상대방이 있을 때, 칭찬 카드에 칭찬할 점을 기록한 뒤 칭찬 카드에 붙어 있는 칭찬 스티커를 떼어 상대방의 신분증이나 수첩에 붙여주며 칭찬한다.

매주 초 부서별 회의에서는 각자 작성한 칭찬 카드를 발표하며, 여러 사람 앞에서 칭찬할 점을 널리 알려 격려하기도 한다.

2개월에 한 번씩 본사 교육장에서 열리는 ‘피자헛 칭찬의 날’은 한마디로 칭찬 파티다.

이 날은 각 부서별로 선정한 수상자들에게 여러 가지 재미 있는 주제의 상을 전달하면서 화합과 우애의 장이 펼쳐진다.

전춘식 인사담당자는 “칭찬 문화는 즐겁게 일하는 가운데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피자헛만의 독특한 조직문화”라며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직원 개개인의 노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업무 능률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고 임직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회사 만족도 등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5-12-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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