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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진 달러, 환테크에 눈 돌려라
원화 강세로 환율 '세자릿수'로 추락 전망 수출기업 타격 우려



연말이 다가오면서 외환시장이 다시금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 보통 12월이 되면 외환시장은 조용하게 지나는 경우가 많다.

외환딜러들이 연말을 맞아 그다지 활발하게 거래하지 않고, 그로 인하여 외환시장도 조용하였던 것.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 달러/원 시장은 다소 예외인 듯 하다.

시장에서 심리적 지지선으로 간주되던 1,030원선이 하향 돌파되자 달러/원 환율은 순식간에 1,010원대에 이르게 되었으며, 이제 ‘세 자리 숫자’, 즉 달러/원 환율이 1,000원 이하로 하락(원화 강세)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세자리 숫자의 환율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달러/원 환율은 1,000원선을 무너뜨리며 98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한차례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기도 하였던 터.

그런데 3월만 하더라도 이후 해외 외환시장의 달러 강세에 힘입어 환율은 재차 상승하여 1,000원 위로 올라섰었고, 그 결과 환율에 민감한 수출기업들은 한 시름을 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근본적으로 해외 시장에서 달러화의 약세전망이 우려되는 양상이니만큼 3월과는 달리 달러약세/원화강세 양상이 상당기간 이어질 공산이 높아 보인다.

12월 중순 미국의 연방 준비 위원회 공개시장위원회가 열리던 날, 전 세계 금융시장의 눈과 귀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발표문에 집중되어 있었다.

과연 이번에도 미 연준위가 또 금리를 올릴 것인지가 관심거리이기도 하였지만, 그것보다도 연준위 회의가 끝난 후 나오는 발표문에서 몇몇 단어들이 여전히 포함되어 있을지 여부에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이다.

그런데 12월의 발표문에서는 이제까지의 발표문에 반드시 들어있던 ‘경기조절적(Accommodative)'이라는 단어가 삭제된 것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두고 금융전문가들은 이제 미국의 연준위가 13번이나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하던 정책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단어 하나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무엇이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제까지 미 연준위를 관장하던 그린스펀 의장의 성격으로 미루어볼 때 발표문을 변경함으로써 미국의 통화정책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장에 강력하게 신호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환율 하락의 원인

올해 내내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강세기조를 이어왔다. 이는 무엇보다도 미 연준위에서 꾸준하게 달러 금리를 인상한 덕택이 크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2월 중순의 연준위 회의까지 포함하여 연속적으로 13번이나 꼬박꼬박 달러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하여 왔던 것.

그로 인하여 높은 수익을 얻으려는 국제 자본의 속성상, 많은 자금들이 달러화로 몰려들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달러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것이다.



2005년 2월 원/ 달러 환율이 1,000원 대 밑으로 떨어지자 외환은행의 딜러들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래프를 들여다보고 있다. / 이호재 기자

우리나라의 달러/원 환율은 해외에서의 달러 강세보다는 그 강도가 세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달러 강세에 힘입어 1,030원 이상을 내내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준위 회의에서 바뀐 발표문에 의한다면 이제 달러화의 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확률은 희박해진다.

아울러 그린스펀 의장의 임기가 내년 1월로 끝나고, 후임 버냉키 의장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는 사실까지 감안한다면 최소한 단기적으로라도 달러 약세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예상된다.

그린스펀이 연준위 의장에 갓 취임하였을 때에도 시장은 불안감에 떨었던 것처럼, 신임 버냉키 의장에 대한 신뢰가 쌓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까지 달러환율은 하락기조가 이어질 공산이 큰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달러/원 환율에 있다. 올해는 그럭저럭 해외에서의 달러 강세에 힘입어 버텨왔을지라도, 그러한 임시방편이 더 이상 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당장 달러환율이 하락기조를 이어간다면 달러/원 환율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결국 1,000원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럴 때 기업은 어떤 전략을 이용하여야 할 것인가.

리딩과 래깅 전략

수출기업의 경우, 환율이 하락한다면 그 피해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애써 만들어놓은 제품을 수출하여도 환율이 하락하는 통에 제 값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반면 수입업체로서는 환율 하락이야말로 바라던 일.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고스란히 수입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니 휘파람이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처럼 입장에 따라 다르므로 환율 상승 혹은 하락 어느 한 방향이 국가 경제에 일방적으로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어떤 경우이건 기업으로서는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환 위험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우선 대외적으로 거창하게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지급시기와 결제시기를 당기거나 늦추는 식으로도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여갈 수 있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는 리딩과 래깅(leading and lagging)이라고 한다. 관리하고자 하는 통화가 향후 강세일지 혹은 약세일지 전망에 따라 전략이 나뉘어진다.

예컨대 달러의 경우, 앞서 설명하였듯 당분간은 약세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결제할 달러 자금은 되도록이면 지급 시기를 늦추고, 반면 받아야 할 달러 자금은 어떻게 하든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리딩과 래깅 전략의 요체다.

이는 개인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유학자금이나 혹은 경조금 등으로 해외에 송금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되도록 최대한 송금 시기를 늦추면 좀 더 낮은 환율로 송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말, 연시를 맞아 해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해외에서 사용하는 경비는 최대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신용카드 대금은 최소한 한달 정도의 기간을 둔 연후에 청구되므로 그 기간 중에 하락하는 환율의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정반대의 논리도 성립한다. 예컨대 달러/원 환율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 대금을 수취할 예정인 수출기업이라면 어떻게 하든 달러 자금의 수취시기를 앞당기고, 이를 한시 바삐 원화로 바꾸어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물환 혹은 통화선물거래

내부적인 시스템에서 좀 더 발전한다면 은행이나 혹은 선물거래소 등과의 대외적인 거래를 통해 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환 위험을 보다 확실하게 제거하는 방법에는 선물환거래가 있다. 거래은행과의 계약을 통하여 미래의 환율을 미리 확정하는 것이 선물환 거래인데, 일반적으로 계약 당시에는 환율만 정할 뿐이지 자금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컨대 내년 3월에 달러를 수취할 예정인 수출기업이 있다면, 오늘 당장 거래은행과 내년 3월에 매도할 달러환율을 지금 확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환율변동의 리스크에서는 벗어나는 셈. 그러므로 향후에 환율이 어떻게 변동되더라도 일단 선물환 계약만 체결하면 기업은 환 리스크를 잊어버리고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다.

다만 선물환 거래는 비교적 큰 규모의 외화자금이어야만 은행과의 거래가 가능하고, 또한 은행과의 선물환 거래를 할 수 있으려면 나름대로 은행이 정한 신용기준을 통과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누구나 쉽게 선물환 거래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난점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규모가 작거나 아니면 은행이 정한 신용기준에 부합되지 못하는 기업 혹은 일반인들의 경우, 통화선물을 이용해 볼 수 있다.

통화선물의 원리는 선물환 거래와 거의 유사하지만 차이점이라면 거래이행을 보장하는 보증금을 쌓아야 한다는 정도다.

하지만 소액의 증거금을 납입할 경우, 달러/원 환율은 물론이고, 해외 통화선물거래를 이용하여 엔, 유로, 파운드 등의 환 리스크까지도 적극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은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


입력시간 : 2005-12-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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