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운영체제·웹브라우저 다변화 등 깃루편중 해소 노력 활발

윈도우(Windows), 인터넷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등 마이크로소프크사의 PC 운영체제(OSㆍOperating System)와 웹브라우저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 새해 벽두부터 활발하게 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우선 금융부문이 두드러진다. 2004년 신한은행이 맥킨토시용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농협이 오는 1월15일부터 리눅스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로써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중 17개(우체국제외) 은행들로부터 외면 받던 리눅스 사용자(리눅서)들도 윈도우가 깔린 다른 컴퓨터로 옮겨 않을 필요 없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은행 일을 볼 수 있게 됐다.

리눅스 사용자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균(32) 씨는 “농협이 리눅스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난해 연말 가깝게 지내는 회원 30여명이 동시에 농협을 찾아 인터넷 뱅킹 계좌를 개설했다”며 농협의 이번 조치 이후 달라진 리눅서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농협, 리눅스인터넷뱅킹 서비스 시작

허중회(46) 농협 인터넷뱅킹 기획팀장도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적인 문제로 시중 은행들이 리눅스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미뤄왔다”면서 “소수 사용자들을 위한 농협의 이번 조치에 리눅서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시스템 개발에 1억원 이하의 비용이 든 것으로 알려진 농협은 이번 조치로 20만~30만 명의 리눅서들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일찌감치 눈치 챈 신한은행은 맥용 인터넷뱅킹 서비스에 이어 리눅스 인터넷뱅킹 서비스 기술을 개발해 놓고 서비스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또 국민은행과 기업은행도 리눅스 인터넷뱅킹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주 5일제 근무를 처음으로 시행, 정착 단계에 접어들게 한 것처럼, 이번에는 리눅스 인터넷뱅킹 서비스로 리눅스 사용자들의 저변 확대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한글과 컴퓨터를 비롯한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서도 한소프트리눅스 등을 내 놓고 OS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우정국 인터넷 뱅킹 사업의 구축에 사용된 서버용 플랫폼의 경우 한소프트리눅스 서버 제품이 사용돼, 온라인뱅킹이 지원될 수 있도록 했다.

순수하게 국내서 개발된 OS로 인터넷 뱅킹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높은 점수를 매기고 있다.

살아있는 운영체제, 리눅스

한글과컴퓨터 리눅스 컨설팅팀 윤대종(31)씨는 “리눅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현재로서는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미 많은 리눅스용 소프트웨어들이 나와 있고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제품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몇 년 전만해도 리눅스는 작은 규모의 웹서버나 메일서버 정도에 사용되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도 리눅스가 사용되는 등 그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NEIS 구축 사업의 경우 세계 최대 규모(2,370대)의 리눅스 프로젝트다.

공공부문에 불고 있는 리눅스의 이 같은 바람에 대해 소프트웨어 판매점 후이즈닷컴의 배진환 팀장은 “지난 한해 조달청을 통해 76만대 이상의 노트북 컴퓨터와 데스크탑이 구매됐다”며 “이들 PC에 윈도우가 아닌 공개 OS인 리눅스가 깔린다면 엄청난 세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C를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세팅돼 있는 윈도우 XP(홈에디션)를 개별적으로 구입할 경우 9만~10만원. PC제작 업체 또는 공공기관 등에서 대규모로 구매가 이루어질 경우(라이센스 계약)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급이 되고 있다고 했지만 그 가격은 쉽게 공개되지 않았다.

주목 받고 있는 리눅스의 최대 강점은 ‘자유로움’이다. 흔히들 소스가 공개되어 있다는 것이 바로 이 얘기다.

이는 누구나 리눅스를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해 개인용, 업무용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또 모든 사용자들이 그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버그를 자유롭게 수정하고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윤대종씨는 “공개된 소스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리눅서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버그를 수정하고 있고, 또 새로운 버전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전 세계 사람들에 의한 살아있는 운영체제”라면서 “치명적인 버그가 나타나도 제조사의 처분만 기다려야 하는 폐쇄적인 OS와 차별되는 운영체제”라고 설명했다.

익스플로러도 흔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OS인 윈도우 뿐만 아니라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도 만만치 않은 적수를 만나게 됐다.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인터넷 화면을 볼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애플컴퓨터 코리아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웹표준화를 위한 공동기술팀이 발족했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네티즌들의 98%가 웹 브라우저로 사용하고 있는 익스플로러에게는 가공할만한 소식이다.

웹사이트가 표준화 되면 윈도우에서는 물론, 리눅스 환경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웹브라우저 ‘파이어폭스’를 비롯해서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 ‘오페라’, ‘사라피’ 등을 이용하는 소수자들은 익스플로러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굳이 익스플로러를 고집할 필요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익스플로러를 ‘인터넷의 전부’로 알고 있는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식의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익스플로러를 제외하고 국제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웹브라우저는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 익스플로러보다 기능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용자들의 호평이 잇따르면서 시장점유율도 2004년 5월 2.1%에서 1년 반만이던 지난해 말에는 11.5%으로 급성장했다.

웹표준화는 웹 브라우저의 종류에 상관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W3C라는 국제표준기구의 규격에 따라 홈페이지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간혹 사이트 하단에 보이는 ‘이 사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돼 있다’는 문구는 더 이상 무의미해지게 된다.

우리가 우리 발목 잡은 격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움직임을 이유로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던 마이크로소프트. 그 ‘가능성’의 언급만으로 국내 인터넷 사용자는 물론, 관련 업계는 크게 술렁거렸다.

포털 등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기술에 의존하고 있고, 대부분의 인터넷뱅킹과 전자정부 사이트의 민원 서류 출력 서비스 등도 익스플로러가 아니면 아예 이용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에 대해 한국소프트웨어 진흥원 공개소프트웨어 지원센터 남일교 팀장은 “정부도 지난해를 소프트웨어 산업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바 있고, 2010년까지 국산화율을 4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금처럼 특정 기업에 편중된 현상은 차츰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리눅스 사용자 모임의 김창균씨는 “오늘날과 같은 기술 편중 현상은 당장 사용하기에 편하다고 마구 들여와 쓴 결과”라면서 “국가사이버안전센터의 수장이 오래된 윈도우 98 버전의 패치 생산 기간 연장을 간청하다시피 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기술지원 팀장

공개SW 확산이 경제력 제고 지름길

리눅스의 앞날은 무슨 빛일까.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은 대체적으로 ‘낙관적’이다. 하지만 리눅스가 계속 발전하면서 윈도우를 대체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리눅스의 앞날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공개소프트웨어지원센터 이영재 팀장으로부터 들어본다.

“지난해 12월 SoftExpo 기간 중 노무현 대통령은 IT강국에서 소프트웨어(SW)강국으로 도약할 것을 언급했습니다. SW산업이 IT 및 여타 산업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분야임을 강조한 것이죠.”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의 도약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 팀장은 짧은 시간내에 국내 SW기술을 향상시키고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소스가 공개되고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공개SW 확산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여기서 말하는 공개 SW는 다름아닌 리눅스다. 다른 SW의 근간을 제공하는 OS다.

“지난 한해 동안 정보통신부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은 소프트웨어 독립국가 및 강국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공개SW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NEIS에는 공개SW의 대표격인 리눅스가 사용되고 93%의 SW들이 국산 제품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올해엔 각 부처의 37개 프로젝트가 공개SW를 기반으로 구축될 계획이라고 이 팀장은 전했다.

그는 또 “영국 경찰청, 독일 뮌헨시는 데스크톱의 운영체제를 리눅스로 전환하거나 전환을 계획하고 있고, 중국의 장수성은 학교에 14만대의 리눅스 데스크톱 설치를 결정하고 추진 중”이라면서 “심지어 미국의 인디아나주에서도 30만명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리눅스 데스크톱을 보급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외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각국 정부들도 자국 SW산업 육성과 예산절감을 이유로 리눅스 PC 보급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미국까지도 공개 SW에 눈을 돌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윈도우를 대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윈도우 나름의 특장점은 이용하되, 자국 기업들의 SW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많은 국가들이 공개SW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것입니다.” 공개SW 확산은 이미 세계적인 대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확대된 공개SW 시장에 적극 대응하고 IT 제품의 핵심 솔루션인 공개SW OS와 응용프로그램 개발력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리눅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리눅스의 앞날이 궁극적으로 핑크빛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