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카로 승부수 띄운다

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보 센터에서 개막된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공식명 북미국제오토쇼ㆍNAIAS)가 22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도쿄, 파리 모터쇼와 함께 세계4대 모터쇼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매년 1월초 개최돼 그 해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모터쇼엔 전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가 24종의 신차와 31종의 컨셉트카를 발표했다.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도쿄 모터쇼에서 화두가 된 하이브리드 차가 대거 선보이며 고유가 시대의 자동차상을 반영했다.

미국차, 하이브리드 카로 부활 시동

먼저 6종의 신모델을 내 놓은 GM이 컨셉트카 2개 모델을 모두 하이브리드 차로 출시, 눈길을 끌었다.

포드의 '리플렉스'

2007년형 ‘새턴 뷰 그린 라인 하이브리드’와 세계 최초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투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2008년형 시보레 타호 투모드 하이브리드’가 바로 주인공.

투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란 전기모터 1대와 내연기관 엔진(가솔린 또는 디젤) 1대를 사용하는 기존의 하이브리드와 달리 전기모터 2대와 엔진 1대를 사용하는 것.

가속도와 연비에 있어 기존 하이브리드에 비해 25%이상 효율이 향상된 데다가 승용차는 물론 트럭에도 적용할 수 있어 주목된다.

GM은 사실 투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하이브리드의 세계 표준으로 정착시킨다는 전략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함께 투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공동 연구하고,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직전 BMW까지 투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진영에 끌어들인 것도 이런 포석에 기인한 것이다.

하이브리드 승용차의 상용화 면에서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업체들에 밀린 GM은 투모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표준을 앞세워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겠다는 각오인 셈이다.

GM은 한편 이번 모터쇼에 럭셔리 SUV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ESV’와 ‘EXT’ 등 추가 버전을 선보였다.

포드는 양산차 3대와 컨셉트카 2대를 내 놓았다. 특히 컨셉트카인 ‘리플렉스’는 작지만 강한 소형차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차다.

현대차의 'HCD-9 타러스'

뒤쪽에 경첩을 달아 문이 위로 열리는 형식을 취했지만 후드 아래 있는 디젤 엔진이 전기모터와 연동하게 돼 있는 하이브리드 차다.

또 다른 컨셉트카인 ‘에지’는 배기량 3,500㏄의 8기통, 250마력 엔진에 6단 자동 변속기를 갖췄다. 승용차와 SUV의 영역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시장을 겨냥한 차로 미국적인 디자인에 V6 3.5L 250마력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갖춘 모델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컨셉트 카인 ‘닷지 2006 챌린저 컨셉트’를 선보였다.

자동차 수집가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인 1970년형 오리지널 챌린저의 컨셉트와 닷지의 브랜드를 합쳐 놀라운 힘과 순수성, 전형적인 바디라인과 과감한 컬러 등을 갖춘 미국적인 근육질의 ‘머슬카’(performance muscle car)다.

유럽업체들도 빠질 수 없다. BMW그룹은 신 모델 ‘뉴 Z4 M 로드스터’와 ‘뉴 Z4 로드스터‘를 미국 대중에게 처음 공개했다.

아우디의 '로드젯'

또 컨셉트카인 ‘Z4 쿠페 컨셉트 스터디’와 하이브리드 모델인 ‘X3 이피션트다이내믹스’,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미니의 ‘컨셉트 디트로이트’ 등을 전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고급 대형 SUV인 ‘GL-클래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S-클래스의 AMG 모델인 ‘S 65 AMG’도 함께 선보인다.

아우디는 ‘로드젯’이라는 컨셉트카로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이 차는 높아진 의자 위치와 넓어진 레그룸 및 헤드룸을 구현, 새로운 공간 개념을 선보였다.

특히 ‘카-투-카 커뮤니케이션’(Car-to-Car Communication)은 운전자가 다른 차량과 정보를 주고 받는 신기술로 평가됐다.

운전자에게 교통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전송, 안정된 주행을 유도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닷지 2006 챌린저 컨셉트 카

아우디는 또 ‘A6’에 더욱 강력한 성능과 역동성을 부여,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고성능 모델 ‘S6’도 발표했다. 배기량 5,200㏄의 10기통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 회전력(토크) 55.1Kg·m를 자랑한다.

볼보는 2도어 컨버터블 컨셉트카인 ‘C30 디자인 컨셉트’를 전세계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것을 비롯, 11개 모델을 전시한다.

일본차가 휩쓴 '올해의 차'

그러나 미국 업체들의 안방 잔치에서 정작 최고의 영광은 일본차들에게 돌아갔다. 혼다의 신형 ‘시빅’과 픽업 트럭인 ‘릿지라인’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각각 승용차와 트럭 부문 최고의 차로 선정돼 ‘2006 올해의 차’ 상을 수상한 것.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한 브랜드가 승용차와 트럭 부문에서 모두 ‘올해의 차’로 선정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승용차 부문에서 최고의 차로 선정된 혼다의 신형 ‘시빅’은 사실 새로운 차는 아니다. 혼다의 대표적 모델로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각종 자동차 상을 휩쓴 차다.

'2006 올해의 차'로 선정된 혼다의 '시빅'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새 모델이 선 보였다. 최고의 트럭으로 뽑힌 ‘릿지라인’은 지난해 3월 혼다의 첫 픽업 트럭으로 출시돼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올해의 차’ 상은 49명의 자동차 전문 언론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디자인, 안전, 기술, 성능,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용차와 트럭 부문의 최고의 차를 선정, 매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그 결과를 발표한다.

또 다른 일본 업체인 도요타도 4세대 신형 LS와 2007년형 신형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 등을 내 놓았다. 캠리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베스트셀링카로 새 모델은 첨단 이미지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캠리 하이브리드’는 베스트셀링카에 경제성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국 시장의 반응이 주목되는 차다. 이미 도요타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차인 ‘프리우스’는 계약을 해도 3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신형 LS는 지난해 선보인 신형 IS에 이어 도요타의 패밀리룩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우리나라에도 들어온다.

제3의 길을 제시한 모델도 있다. 사브는 9-5 에어로 바이오 파워 컨셉트카인 ‘에스테이트’를 출품, 주목을 받았다. 바이오 파워 자동차는 가솔린이나 디젤이 아닌 ‘E85 바이오 에탄올’ 연료로 가동하는 대체연료 차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출력은 20%, 토크는 25% 높아졌고, 가속 성능도 가솔린 엔진에 비해 좋다. 이산화탄소를 70%까지 저감시켜 디젤과 하이브리드에 이어 제3의 환경차 대안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현대, 최첨단 SUV 컨셉트카 공개

현대차는 330평의 전시 공간에 신형 ‘싼타페’와 컨셉트카인 ‘HCD-9’을 비롯, 모두 19종의 차를 전시한다. 현대차는 이번에 미국 캘리포니아 연구소가 독자 개발한 첨단 컨셉트카 ‘HCD-9 타러스’를 전격 공개했다.

현대차의 스포티 쿠페와 SUV의 특성을 결합시켜 탄생한 최첨단의 4인승 복합 스포티 SUV 컨셉트카로, 차체자세제어장치(ESC), 무선 인터넷, 10인치 크기의 중앙 LCD 모니터, 야간 운행에도 시야를 확보해 주는 나이트비젼(Night Vision), 크루즈 콘트롤 등 첨단장치와 배기량 4,600㏄의 8기통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 등이 탑재됐다.

‘HCD-9’은 현대차의 미국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 디자인센타(Hyundai California Design)에서 독자설계, 디자인한 컨셉트카 HCD 시리즈의 9번째 모델로 지난 1991년부터 개발되고 있는 HCD 시리즈는 이 중 두 개 모델이 티뷰론과 싼타페로 개발, 양산된 바 있다.

기아차도 250여평의 공간에 컨셉트카 ‘소울’(Soul)과 신차 ‘로체’를 포함, 모두 12종의 차를 내 놓았다. ‘소울’은 전세계에서 처음 공개되는 차로 역동적이면서 대담한 외관을 갖춘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