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우건설 예비 입찰에 인수 희망을 밝힌 컨소시엄은 모두 10개. 워낙 알토란 매물인 탓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었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옛 대우그룹 또는 김우중 전 회장과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컨소시엄이 무려 5개나 된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경남기업,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는 대우의 옛 계열사들, 대주그룹은 ‘대우그룹의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으로 알려진 김우일 씨가 사장으로 영입된 회사, 3조2,000억원의 최고 인수가를 써낸 유진그룹은 김 전 회장의 측근인 백기승 전 대우 홍보이사가 몸 담았던 기업,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고 박정구 회장의 장녀 은형씨와 김 전 회장의 차남 선협씨가 부부 사이라는 점에서 사돈기업, 모두 대우와 인연이 있는 업체들이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는 대우맨들이 회생에 성공한 대우건설을 다시 품에 안으려고 물밑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예비 입찰 결과 경남기업, 대우자판, 대주그룹 3개 컨소시엄은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오히려 일각에서는 ‘옛 대우 연고기업 왕따설’까지 흘러나왔다.

자산관리공사 등 채권단측은 엄격한 심사 기준에 의해서 탈락했을 뿐이라며 그런 의혹을 차단했다.

예비 입찰에서 옛 대우그룹과 인연이 있던 3개 컨소시엄이 떨어졌지만 대우건설 인수전에 드리워진 ‘옛 대우의 그림자’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본입찰 자격을 얻은 6개 컨소시엄 가운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금호아시아나와 유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증권가에는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막후 개입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그럴 듯한 루머까지 한때 나돌았다.

이와 관련, A컨소시엄 관계자는 “우리도 김우중 전 회장이나 옛 대우맨들이 대우건설 인수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져 봤다”며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김 전 회장 등이 개입할 여지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및 외화도피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드러난 김 전 회장의 재산으로는 3조원 안팎에 달하는 거래를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김 회장에게 돈이 어디 있나. 거기(대우건설) 넣을 돈이 있었다면 이전에 정부가 다 찾아냈을 것이다”라고 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또 “옛 대우맨들이 지금 자신이 속한 기업을 위해 뛸 수는 있겠지만 이를 옛 대우그룹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옛 대우계열사들의 잇단 매각과 관련 이에 대한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또 다른 측근은 전했다. ‘과거지사’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편 자산관리공사는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 3월까지 최종입찰 제안서를 받아 4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연내 매각절차를 매듭지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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