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화두, 네티즌이 콘텐츠 생산 주체…대중스타 등용문 구실도

요즘 인터넷은 ‘세자매’ 이야기로 뜨겁다.

난데없이 떠오른 ‘세자매’는 인터넷 동영상포털인 판도라TV(www.pandora.tv)에 자신들의 춤추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올려서 화제가 된 류에스더(22), 류마리아(20), 류루디아(11) 등 실제 세자매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동영상에서 집에서 미국 힙합그룹 The Black Eyed Peas의 신나는 노래에 맞춰 화려한 춤솜씨를 선보인다.

이 동영상은 2월 1일 인터넷에 게시되자마자 무섭게 퍼져나가 각 포털의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세자매는 단순히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으나 숱한 네티즌의 관심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졸지에 스타가 돼버렸다.

비단 세자매 뿐만이 아니다. ‘떨녀’의 이보람, ‘키스피아노’의 곽유니 등도 모두 인터넷에 게재된 동영상 때문에 스타가 된 주인공들이다.

이처럼 요즘 사이버 세상은 단연 동영상이 화두다. 과거처럼 게시판에 올라온 글과 사진보다는 살아 움직이는 동영상이 사이버 세상을 흔들고 있다.

IT기술의 진보가 가져다 준 인터넷 환경

동영상이 인터넷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국내 정보기술(IT)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1위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말해주듯 국내 인터넷 환경은 더 이상 속도를 논할 필요가 없을 만큼 빠르다.

무려 100Mbps에 이르는 말 그대로 ‘빛의 속도’에 비견되는 광랜이 이미 대도시 아파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전화선을 이용한 56Kbps의 느린 전송속도를 지닌 모뎀 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었던 10MB 이상의 대용량 동영상 전송은 물론이고 심지어 TV처럼 실시간으로 재생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인터넷 전송로는 넓어졌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용자들의 컴퓨터(PC) 환경도 여기 맞춰 급격히 발전했다.

1980년대 기업체 전산실을 통째로 가져다놓은 성능과 맞먹는 PC를 개인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고화질(HD)을 지원하는 LCD 모니터도 널리 퍼졌다.

또 PC뿐만 아니라 휴대폰,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엑스박스360’ 등의 가정용 게임기까지 인터넷 동영상 감상을 위한 플랫폼으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여기 어울리는 콘텐츠의 등장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좋고, 그림보다는 움직이는 동영상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활성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더 좋은 환경을 접하면 예전으로 되돌아가려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포워드 서비스는 가능해도 백워드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포워드 우세론’을 펼쳤다.

진 장관의 말마따나 이제 세상은 동영상에 빠져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전에는 콘텐츠 생산업체들이 홍보나 수익을 위해 각종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보급했으나 이제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동영상 콘텐츠 생산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동영상을 스타 등용문으로 활용할 줄도 안다. ‘떨녀’ ‘키스피아노’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보람과 곽유니씨는 인터넷 동영상의 인기를 등에 업고 각각 모바일 화보 촬영 및 가수 데뷔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인터넷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올해 초 동영상에 열광하는 네티즌을 위해 아예 동영상 서비스를 위한 스포츠팀을 신설했다.

또 네티즌이 직접 제작한 히트동영상을 케이블TV인 MTV의 ‘드림스테이션’이라는 프로그램에 내보내고 있다.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을 운영하는 KTH도 올해 초 컨버전스 사업본부에 콘텐츠 제작팀을 신설하고 방송 기획 및 제작까지 가능한 인력을 확보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스위스의 인프론트사와 2월 초 계약을 맺고 독일 월드컵의 동영상 중계권을 확보했다. 다음은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자체 제작한 ‘월드컵 뉴스’를 편성해 방송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0여명의 방송 관련 인력을 영입할 방침이며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휴대폰을 통한 모바일 중계권 문제도 협의하고 있다.

눈물의 지하철 결혼식

아닌게 아니라, 인터넷 포털이 제공하는 스포츠 중계 서비스는 무시못할 시청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얼마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온라인으로 독점 생중계한 축구 국가대표팀과 멕시코팀의 평가전은 온라인 축구중계 사상 최대인 110만명의 접속횟수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평균 시청자수가 2만~3만명 수준이었다.

22일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2차 예선인 시리아전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보여줬다.

지상파 TV는 아예 생중계를 하지 못했으며 케이블TV인 엑스포츠와 위성DMB 방송인 TU미디어, 인터넷포털 사이트인 다음, 야후, 네이버, 나우콤 등을 통해서만 생중계됐다.

나우콤은 피디박스를 통해 시범 운영하는 개인방송 서비스 ‘더블유’(www.pdbox.co.kr/w)에서 네티즌이 직접 경기상황을 해설하거나 채팅장으로 중계하는 기능을 선보여 쌍방향 스포츠 중계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영상 범람으로 악용·오용 폐해 심각

반면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의 범람이 무조건 반길 일만은 아니다. 이를 악용하거나 오용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눈물의 지하철 결혼식’으로 소개돼 감동의 사연으로 언론에까지 보도됐던 동영상은 실제로 대학생들의 연극으로 드러나면서 많은 네티즌들을 실망시켰다.

마찬가지로 모 인터넷언론은 지방 학교의 ‘왕따’ 동영상을 실제 상황으로 잘못 알고 소개했다가 비난을 사기도 했다.

숱하게 제기되는 음란 동영상의 유포는 다시 거론할 필요도 없다. 요즘은 인위적인 음란물이 아닌 일반인들의 실제 성생활이 버젓이 동영상으로 유포되기까지 한다.

과연 이런 상황이라면 인터넷 동영상 시대를 무조건 반겨야 할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비스업체의 안전장치와 네티즌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TV 등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래텍의 김영화 콘텐츠 사업부장은 “업체들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동영상을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 기능을 갖춰야 한다”며 “이용자들도 음란물 등 문제있는 동영상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차피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수레바퀴는 동영상의 힘으로 굴러가고 있다. 비뚤어진 길로 굴러가지 않도록 업계와 네티즌의 힘을 모을 때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