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엔화 차입 → 고금리통화 투자 → 환차익 투기日 금리인상 조짐에 청산 가능성 대두… 국제 금융계 술렁

금융시장에서 헤지(hedge)거래라고 하면 미래의 불확실성에 따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거래를 말한다.

예컨대 수출기업이 달러환율 변동에 따르는 손실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통화선물을 이용하여 환율을 미리 확정하는 것이 헤지 거래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즉 헤지 거래야말로 보수적인 투자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잊혀질만 하면 한 번씩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국제금융시장을 어지럽게 만드는 헤지 펀드의 경우는 어떤가?

이들도 보수적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지극히 투기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이들도 처음에는 위험을 회피하는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위험회피에만 주력하다가는 수익을 높일 수 없었으니, 점차 수익을 중시하게 되었다.

결국 헤지 펀드는 이제 당초 목적과는 달리, 온갖 파생상품 거래를 통하여 투기적인 거래를 일삼는 펀드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헤지 펀드들이 그동안 벌여놓았던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최근 들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주식시장도 직, 간접적으로 이들의 영향권에 놓여 있으니 이만저만한 관심거리가 아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일본 엔화를 차입한 뒤 이를 매도하여 뉴질랜드 달러나 아이슬랜드 크로나 등과 같은 고금리 통화로 바꾸어 투자해서 자본손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기적 행위를 일컫는다.

또한 엔 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자금으로는 고금리 통화 외에도 이머징 마켓으로 불리는 신흥 자본시장, 증권시장에 적극 투자하기도 한다. 2005년에 아시아 지역 내에서 증시가 강세를 보인 데에는 부분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의 흔적이 포착되고 있기도 하다.

투기적 확대로 문제소지 많아

하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는 앞서 살폈듯 공격적이고 투기적인 거래로 수익확대에 열을 올리는 헤지 펀드들에 의하여 주도되면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를 저금리로 빌려서 이를 매각하고, 다른 통화로 운용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환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고수익을 안겨주는 고금리 통화나 혹은 이머징 마켓에 투자하고 있을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차입하였던 엔화가 만기가 되어 상환할 때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엔화를 매도하여 운용하였기에 엔화 차입금 상환을 위하여 엔화를 재매수하여야 하는데, 이 때,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낭패이다. 마치 우리나라가 IMF 금융위기를 맞기 직전,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달러표시 외화 차입금을 빌려 설비투자에 나섰던 기업들이 IMF 금융위기 직후 달러 값이 급등하면서 곤욕을 치렀던 것과 같다.

따라서 헤지 펀드들은 엔화의 약세가 기대될 때에는 지속적으로 엔화의 저금리를 이용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이어가지만, 거꾸로 엔화의 강세가 예상된다면 즉각 엔 캐리 트레이드로 운용중인 자금을 회수하여 차입금을 상환하고 빠져나갈 것이다.

헤지 펀드들은 지극히 투기적이며, 일단 의사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는 전광석화같이 재빠르게, 그리고 무차별 공격을 취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낮은 금리의 엔화 자금을 조달하여 전 세계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3월 초의 일이다. 당시 발표된 일본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7년 만에 최대 폭인 0.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본이 그동안 유지해오던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되었다.

특히 일본은 10년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꾸준하게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 미국의 달러 금리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고, 유럽 중앙은행도 최근 금리를 인상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도 금리인상이 하나의 조류처럼 이어지고 있기에 엔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확실히 이전보다 높아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만일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하고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이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각국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거래로서는 치명적인 악재가 된다.

차입금리가 상승하므로 조달코스트가 올라가는데다, 또한 엔화의 금리인상으로 인하여 엔화가치가 상승할 경우, 차입금 상환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헤지 펀드로서는 서둘러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여야 할 압력을 받게 된 셈.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만으로도 벌써 국제 금융시장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예컨대 그동안 엔 캐리 트레이드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던 고금리 통화인 뉴질랜드 달러나 아이슬란드 크로나 환율은 이달 들어 급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매도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아시아 각국의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일본의 니케이지수는 3월 초,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두된 이후로는 도무지 전고점을 넘어설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한참이나 내려선 상태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1,400선 고지에서 잠시 물러나자 단기적인 조정을 보이는 듯 하였으나,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춤거리고, 지수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급기야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자칫 조정국면이 장기화될 우려감도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주춤거리는 것은 결국 그동안 진행되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물론 일본이 제로금리 정책을 포기한다고 하여 당장에 금리가 인상되리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아직도 일본 정부는 경기회복이 못 미더워서인지 일본은행에 대하여 제로금리 정책 철회 및 금리인상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구하는 입장이며, 또한 일각에서는 아직도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경제 회복이 가시화되고, 제로금리 정책에서 적극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러기에 최소한 올해 하반기에나 가서야 엔화 금리가 인상되리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머징 마켓 주가하락 압력 예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엔화의 금리 상승, 그리고 이에 따르는 엔화의 강세가 예상되는 것은 명백하다. 더구나 엔화는 금리상승만으로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아울러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인하여 역시 상승압력을 받을 공산이 높다.

미국 의회는 4월로 예정되어 있는 무역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미국 의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리고 중국의 위안화가 평가 절상된다면 엔화도 덩달아(우리나라의 원화도 마찬가지이다) 절상압력을 받는다. 엔화 금리의 인상과 엔화 가치의 상승이 예상되는 이상, 엔 캐리 트레이드의 수혜를 입었던 고금리 통화가 약세가 될 것은 명백한 일.

아울러 엔 캐리 자금이 투자된 우리나라 증시를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주가가 하락압력을 받으리라는 것 역시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금융시장은 어떤 현상이나 뉴스에 의하여 움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에 의하여 등락이 좌우되는 경향이 높다.

그러기에 당장, 일본의 금리인상이 따르지 않고, 올해 하반기에 가서야 비로소 일본의 금리가 오른다손 치더라도 우리나라의 주가가 단박에 급등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작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증시는 적립식 펀드로 대표되는 간접투자 물결에다 외국인들의 매수에 힘입어 상승하였는데, 올해는 자칫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내내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