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 사이에서 "비만원인" 입소문 급속도로 확산, 정제당류 등이 주성분, 업계선 "헛소문일 뿐" 일축

“초코파이를 많이 먹으면 살찐다는 소문 들어봤어?”

“그게 뭔데”

“초코파이 안에 들어 있는 하얀 크림 같은거 있지! 머쉬멜로란 건데 칼로리가 진짜 높아서 많이 먹으면 비만을 부른대. 그걸 먹고 찐 살은 지구를 세 바퀴 돌아도 빠지지 않는다고 누가 말하던데…”

“그러면 그 살이 평생 안 빠진다는 거야?”

‘과자의 제왕’ 초코파이를 둘러싸고 몇 해 전부터 항간에 나돌고 있는 루머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떠돌고 있는 이 확인안된 루머는 특히 매점이나 편의점을 즐겨 찾으며 간식을 즐기는 초ㆍ중ㆍ고생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최근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때문에 이 소문을 들은 일부 청소년들은 초코파이를 더 이상 먹지 않거나 대신에 머쉬멜로가 들어있지 않는 비슷한 종류의 다른 과자를 찾는 경우까지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청소년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된 이 루머는 초코파이 생산업체에게는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다. 직접 나서서 이를 해명하기도, 그렇다고 쉬쉬하면서 가만히 수수방관하기도 힘든 입장이다.

루머의 속성상 해명을 하더라도 일정한 한계가 있는 데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되레 알려주는 역효과도 있으므로 자칫 잔불을 끄려다가 오히려 불을 더 지피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앓이하는 제과업체에게는 그야말로 ‘초코파이 괴소문’ 혹은 ‘머쉬멜로 괴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속수무책인 업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코파이와 머쉬멜로를 둘러싼 소문은 진정되기는커녕 학생들을 중심으로 더 퍼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머쉬멜로는 도대체 무엇이며 정말로 평생 살이 안 빠질 정도로 몸에 해로운가.

초코파이 안의 머쉬멜로

‘초코파이 괴담’의 핵심은 머쉬멜로다. 용어가 낮설어 아직까지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초코파이를 즐겨 온 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식품이다.

머쉬멜로는 초코파이를 구성하는 크게 세가지 요소 중 가장 핵심적인 성분이라 할 수 있다. 가장 겉에 씌워져 있는 초콜릿과 머쉬멜로를 둘러싼 중간에 있는 파이가 나머지 두 부분이다.

새하얀 색깔에 크림처럼 부드럽고 촉촉한 듯하면서도 찹쌀떡처럼 쫄깃쫄깃한 야릇한 맛의 조화. 초코파이의 한 가운데 가득 들어 있는 하얀 머쉬멜로의 특징이다.

배가 출출할 때 한 입에 먹기에 편할 뿐만 아니라 물컹물컹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식감에 달콤함이 더해져 빚어내는 맛에 매료돼 초코파이를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세 바퀴 돌아도 살 안빠진다"는 과장

머쉬멜로에는 비만의 주요 원인인 지방 함량이 0%다. 적어도 성분에서 만큼은 머쉬멜로를 먹으면 평생 빠지지 않는 살이 찐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인 셈이다. 그럼 칼로리(열량)에서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살이 찐다, 안 찐다는 얘기에는 좀 더 과학적인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살이 찌는 원인은 몸에 흡수된 열량보다 운동 등으로 소모된 열량이 적을 때 지방으로 저장하는데 이럴 경우 살이 찌게 된다. 때문에 열량이 높은 제품을 먹어도 활동량이 많으면 살이 찌지 않고 열량이 낮은 제품을 먹더라도 활동량이 적으면 살이 찌게 되는 것이다.

초코파이 한 개에 있는 머쉬멜로의 열량은 18kcal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는 2,000kcal. 초코파이의 머쉬멜로는 하루 기초 필요대사량의 1%정도에 지나지 않는 열량이다. 때문에 초코파이를 먹는다고 해서 살찌는 데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되지 못한다.

지구 세 바퀴를 돌아도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과학적으로 검증해보면 황당하다고 할 수 있다. 지구 세 바퀴를 몸무게 60kg인 사람이 조깅할 때처럼 지속적으로 뛴다고 가정하면 소모되는 열량은 1,008만kcal. 초코파이 한 개의 열량이 140kcal이고 이 중 머쉬멜로는 7g으로 18kcal 열량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구 세 바퀴를 뛰는데 소모되는 머쉬멜로의 양은 400kg 넘게 필요하다. 초코파이 개수로 따지면 7만2,000개를 먹어야 지구 세 바퀴를 돌 수 있는 열량이 나온다는 얘기다.

오리온의 이중탁 과장은 "그 만큼 머쉬멜로의 칼로리가 높지 않으며 지나치게 먹지 않는다면 살찌는 것과 무관하다"며 "단지 소비자들이 머쉬멜로의 외형에서 오는 이미지 때문에 하얀색 크림 정도로만 생각해 살이 많이 찌겠지 하는 오해에서 발생된 잘못된 추측"이라고 말했다.

머쉬멜로의 성분

일반적으로 머쉬멜로는 계란 흰자 단백질, 콩 단백질, 젤라틴 등을 이용 거품을 낸 후 설탕 등을 첨가해 먹기 좋고 부드럽게 만든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만의 주원인이 되는 성분 중 하나는 지방이다. 초코파이에 들어 있는 머쉬멜로가 비만의 원인이라면 지방 함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오히려 지방함량이 0%다.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오리온과 롯데, 크라운 등 업체측에서는 머쉬멜로의 주 성분이 단백질과 탄수화물, 물(수분)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표기에는 약간의 함정이 숨어 있다.

탄수화물이라고 적혀진 부분인데 이는 엄밀히 말해 정제당류 덩어리를 가리킨다. 포도당이나 과당 등 당류는 녹말이나 전분류 등과 함께 다 같이 탄수화물로도 분류된다. 따라서 당류를 탄수화물이라고 표현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를 눈가림하는 것이다.

이 정제당류는 설탕과 정제물엿 등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머쉬멜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 분량의 물(수분)이 들어가야 되는데, 특히 촉촉한 맛을 내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하지만 수분 함량이 높을수록 부패 확률은 더 높아진다. 그래서 머쉬멜로가 상온에서 쉬 상하지 않고 수개월간 유통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 주는 것은 정제당류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머쉬멜로에 들어 있는 주성분인 당분이 살을 찌게 하거나 빠지지 않게 하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일부 학생들과 시중에 알려진 ‘머쉬멜로에 들어 있는 지방이 비만의 주원인이며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는다’는 루머는 사실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머쉬멜로에 정제당류(설탕)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가 궁금한 사항이다. 최고 함량이 90% 정도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는데 제과업체 연구소에서는 그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또 일반 과자류에 비해서 그리 높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함량비율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지만 경쟁사에서 같은 제품을 내고 있는 관계로 공개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머쉬멜로 제품은 뭐가 있나

국내에서는 머쉬멜로가 초코파이의 주재료로만 사용될 뿐 다른 제품엔 흔하지 않다.

▲ 여고생들은 비만에 관련된 소문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세대다 / 임재범 기자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머쉬멜로의 수요가 많다. 머쉬멜로만을 섭취하기도 하는데 러시아인들이 특히 즐겨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가 러시아인들에게 크게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도 머쉬멜로가 들어있기 때문으로 분석될 정도다.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머쉬맬로 캔디, 머쉬멜로 초콜릿 등 다양한 형태의 머쉬멜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단백질이 주성분인 것으로 알려져 건강식으로까지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코파이류와 머쉬멜로 캔디 등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머쉬멜로 자체만으로는 그리 시장이 크지 않다.

머쉬멜로 이외의 초코파이 부분은?

머쉬멜로가 비만 논란에 휩싸인 것은 초코파이의 전체 성분과도 무관치 않다. 머쉬멜로에 지방이 없다고 ‘비만의 원인 제공’ 혐의를 완전히 벗을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성분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선 초코파이 제품 전체의 당도가 높다는 점은 무시될 수 없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겉을 둘러싸고 있는 초콜릿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정제가공유지는 유해 성분의 하나인 트랜스 지방산을 함유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파이 또한 부드러운 촉감을 유지하기 위해 쇼트닝을 사용하는데 쇼트닝 역시 트랜스 지방산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초코파이에 들어있는 트랜스 지방산의 양이 인체에 어느 정도 유해한지는 의견이 갈려 논란거리다.

머쉬멜로와 크림 중 어느 것이 더 비만 부를까

"머쉬멜로가 들어 있는 초코파이를 먹으면 살이 찌기 때문에 크림이 들어 있는 다른 제과업체의 파이를 먹어요"

'초코파이 괴담'에 겁먹은 일부 학생들이 말이자 요즘 과자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과연 실제로 머쉬멜로 대신 크림이 든 파이를 먹는다면 살이 찌지 않을까?

답은 "글쎄요"다. 오히려 정반대라 할 수도 있다. 즉 머쉬멜로가 비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보다 크림이 살찌는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크림의 주원료는 생크림과 식물성 유지다. 우유에서 지방 성분만을 추출해 만드는 생크림까지 들어가니 당연히 지방 성분이 더 함유돼 있다. 또 크림에는 화이트 초콜릿이나 크림쇼트닝, 분유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때문에 지방성분이 0%인 머쉬멜로와 비교하면 표면적으로는 크림 파이에 살찌는 성분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도 "물론 크림의 당분 함량이 머쉬멜로보다 적을 순 있지만 지방까지 추가되니 굳이 따지자면 머쉬멜로보다 비만에 영향을 줄 확률이 더 높다"고 평했다. 물론 제과업체들이 성분을 더 상세하게 공개해야만 정확하게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