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통상압력에 굴복 않을 것" 불구 대세는 평가절상美, 환율 조작국 지정 시사… 후진타오 방미전 절상 기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가14일 폐막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중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잇달아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우 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은행(PBOC) 은행장은 11일 전인대에서 행한 연설에서 "중국은 환율에 대해 미국이 아닌 중국 '스스로의 원칙'을 따를 것"이며 "현재 달러-위안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따라 위안화 환율 제도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역시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경제 문제를 언급하며, 미국의 통상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중국이(작년 7월의 경우처럼) 한꺼번에 환율을 조정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환율의 결정은 순전히 "시장 기능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환율과 관련해서는 "환율 변동폭에 융통성을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현재 상하 변동폭이 0.3%로 되어 있는 환율 변동폭을 언제쯤 확대할 것인지 등에 대한 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원자바오 총리는 다음날의 기자회견에서는 "정부가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현행 환율시스템에서 위안화는 시장의 힘에 따라 등락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밝혀 위안화의 절상 가능성에 약간의 숨통은 열어두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연일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대하여 입장을 밝히고,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거꾸로 말한다면 그만큼 외부적으로 위안화 절상에 대한 압력이 강력하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외부의 압력은 당연히 미국으로부터의 평가절상 압력이다.

지난해 7월21일, 중국정부는 위안화 환율을 2.1% 전격 절상하였으나 동시에 그때부터 환율의 결정 시스템을 복합통화 바스켓 제도로 변경하였다. 복합 통화 바스켓에는 달러, 엔, 유로 등에다 우리나라의 원화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기에 복합 통화바스켓에 위안화가 연동되어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환율이 하락할수록 위안화는 강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달러화의 움직임이 위안화의 환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정부는 그 당시 위안화의 하루 환율 변동폭을 상하 0.3%로 제한했기 때문. 그 결과 거듭된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환율을 급격하게 조정하는 대신에 조금씩, 완만하게 평가절상해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7월에 평가절상이 단행될 당시 8.09위안 수준이던 달러-위안의 거래기준 환율은 6개월이 지난 현재, 8.0388위안으로 소폭 하락한 상태에 불과하다. 아울러 제도상으로는 위안화의 하루 변동폭이 0.3%이므로 하루에 최대한0.3%까지도 절상될 가능성도 있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위안화 평가절상 조치 이후 올해 1월까지를 평균한다면 위안화는 1주일에 평균 0.02% 절상되는데 그쳤다.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올해 들어 평가절상의 속도가 조금 빨라져 2월부터는 주당 평가 절상폭이 평균0.06%로 높아지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미국의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

중국과의 무역적자폭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무언가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무역적자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정도에 이른 것이니 사정은 급박하기만 하다. 그러나 중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니 속이 탈 지경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가 전체 무역적자의 4분의 1이 넘는 2천20억 달러에 달하고 값싼 중국산 수입품으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회의 정치적 압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니 부시 행정부로서는 중국에 대해 무언가 좀 더 강력하게 밀어 붙여야 할 것이나,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절상은 시간문제 인식

미국 재무부는 4월15일께,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는 있다. 하지만 한 해 두 차례 발간되는 환율 보고서에서 이제까지 중국이나 일본 등 특정한 나라를 지목하여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사례는 없다.

특히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여야 하므로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은 ‘엄포’에 불과하고 실제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즉 미국 내부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하여 중국에 대한 엄포용으로 환율 조작국 운운하는 것이지 실제로 ‘칼’을 빼들기는 어렵다는 것.

아울러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도 조건이지만, 정작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였을 경우, 대외적으로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비칠 우려가 크다.

그럴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주춤할 수도 있으나 거꾸로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만만치 않아 미국 정부로서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 미국 동부 뉴저지 항구의 컨테이너 부두. 미국이 대 중국 무역적자폭이 갈수록 ?q어나자 위안화 평가정살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로이터
▲ 미국 동부 뉴저지 항구의 컨테이너 부두. 미국이 대 중국 무역적자폭이 갈수록 ?q어나자 위안화 평가정살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 로이터
하지만 이러한 엉거주춤한 상황이 중국으로서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위안화의 절상은 대세라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즉 ‘시간’이 문제일 따름이지 ‘방향’은 위안화 평가절상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위안화의 평가절상의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중국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해외 직접투자를 무턱대고 반길 수만도 없는 것이 문제이다.

해외투자 중에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노리거나 혹은 부동산 투기를 획책하는 단기적, 투기적인 자금도 숨어 있어, 그런 자금이 나중에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자칫 혼란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해외 직접투자자금이 중국으로 몰리면 몰릴수록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더욱 늘어나는 셈이므로 무역흑자와 함께 위안화 절상압력을 더욱 가중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중국 당국을 압박하게 된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 2년간 연속해서 매년 2천억달러 이상 늘었다. 또한 올해 들어서도 중국은 1, 2월 합하여 모두 12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였고,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직접투자는 86억달러로 집계되었으니 결과적으로 두 달간 중국의 외환보유규모는 200억달러 이상 증가한 셈.

늘어나는 무역적자폭, 중국도 부담

거꾸로 미국은 나날이 무역적자폭이 늘어나고 있고, 무역적자폭을 메우기 위한 해외자본유입규모(TICS)는 되려 무역적자폭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무언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그게 뚜렷하게 손이 잡히지 않으니 답답하다.

지금 국제금융시장에서는 4월로 예정되어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무언가 ‘선물’을 하지 않겠냐는 예상으로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을 상정하는 것. 그러나 중국의 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행한 연설은 결국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없다는 것을 선언한 셈.

이제 미국의 입장이 미묘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환율조작국으로 덜컥 지정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이래저래 미국의 고민은 크다.

중국이 자진하여 위안화의 환율을 대폭적으로 절상하지 않는 한, 다른 방법은 없다.

미국으로서는 그저 ‘구두탄’이나 쏠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결국, 위안화는 지금까지 그러하였듯 앞으로도 완만한 평가절상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는 편이 현명하겠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