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장세로 바뀌는 과도기… 방향성 보일 땐 거래량 늘 것

3월 들어 국내증시의 지루한 횡보장세가 이어지고 있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이 항상 오를 수만은 없다. 주가가 오르는 때가 있으면 내리는 때도 있는 법이고, 오르내림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일정한 추세를 만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울러 주가가 하락하거나 혹은 오르지 않는다고 하여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주가가 오르지 않는 틈을 이용하여 평소에 봐 두었던 우량한 주식을 싼 값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으니 주가가 하락할 때 오히려 쾌재를 부르는 투자자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정국면도 조정국면 나름. 증시의 움직임이 조금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즉 주가가 내려도 코스피지수 1,300선이 꾸준하게 버텨주고 있으나, 뚜렷하게 상승세를 이끌고 갈 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지루한 횡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최근의 국내 증시에서 거래량의 감소가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거래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새로운 매수세가 시장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며, 새로운 매수세가 없다면 결국 주가가 하락할 공산이 높다는 것을 뜻하기에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1월만 하더라도 코스피 시장 기준으로 거래량이 하루 5억 주를 밑도는 날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3월 들어서는 5억 주는커녕 하루에 3억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래량을 기록하는 날이 다반사이다.

그러다 보니 거래대금도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주 초반인 3월20, 21일의 경우는 특히 거래대금이 2조6천억원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는데, 주식시장이 한창 상승 열기를 내뿜던 지난 1월4일의 거래대금이 7조원에 육박하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이다. 엄청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시장의 열기가 식었다는 말이 된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증시 격언 중에서 거래량의 꼭지가 주가의 꼭지에 선행하며, 거래량 바닥이 주가의 바닥에 앞선다는 말이 있다.

즉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신규 매수세가 활발히 유입되고, 그 결과 거래량이 폭증하면 조만간 주가 상승세의 정점에 이를 공산이 높다는 것이고, 반대로 신규 매수세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그 영향으로 거래량이 줄고 바닥을 만들면 그런 연후에 주가가 바닥을 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의 경우, 코스피 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지난해 12월15일, 하루 6억8천900만주를 기록하면서 정점을 만든 바 있다. 그리고 얼마 후인 올해 1월17일, 코스피지수가 1,426.21이라는 꼭지를 기록하였다.

이후 지금과 같은 하락, 조정장세로 기운 바 있다. 따라서 근래처럼 거래량이 지지부진하고, 결국 거래량이 바닥을 만든다면 그 이후 자칫 한바탕 주가가 크게 곤두박질하여 바닥을 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환율·외국인 매도 전략은 주가에 영향

주가가 이처럼 지지부진하면서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채 횡보하고, 거래량이 감소하게 된 원인은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올해 들어 달러/원 환율이 ‘세자리 숫자’로 급락하면서 수출비중이 높은 IT관련 주식이나 혹은 자동차 관련 주식의 실적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 문제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이므로 한 마디로 규정할 수는 없다. 예컨대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기업에는 실적 악화로 이어지지만, 반면 수입 물가가 하락하는 효과를 낳기에 반드시 환율 하락이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떻든 수출기업으로서는 아무래도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실적부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게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IT기업과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지부진한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환율이 다시 상승하거나 혹은 IT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된다는 뚜렷한 조짐이 보일 때, 지지부진한 장세는 벗어날 것이지만 아직은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둘째로,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매수세를 펼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들은 우리 증시에서 매도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통계에 의하면 외국인들은 2월 중,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는 주식을 사들였지만 한국에서만 4억3,700만 달러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 태도는 3월 들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인은 3월 초부터 지난주 초반인 21일까지도 여전히 3,5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매도 전략을 펴는 것에 대하여 ‘셀 코리아(Sell Korea)’, 즉 주식을 팔고 한국을 떠나는 것으로 판단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작년에 우리나라의 주가가 워낙 많이 올랐으므로 이에 따른 차익실현의 차원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작년에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대만 등도 주가가 올랐지만 유독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집중된 것은 환율하락 등으로 인하여 기업실적 악화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셋째로, 지금은 증시의 수급이 다소 바뀌는 과도기이기에 거래량이 감소하고 주가가 지지부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작년에 붐을 이루었던 간접투자 열풍은 올해에도 여전하다.

그런데 펀드로 대표되는 간접투자의 구체적인 내역을 살피면 다소 성격이 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주식형 펀드의 잔고가 34조원을 돌파하는 등 날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적립식 펀드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오히려 거치식 펀드로서는 감소하는 경향을 드러낸다.

이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적립식 펀드와 거치식 펀드의 잔고가 서로 역전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는 적립식 펀드의 잔고가 거치식 펀드의 잔고를 넘어서게 된 것이다.

적립식 펀드는 한 달에 얼마라는 식으로 정해두고 꾸준하게 적립하는 자금인 만큼 중장기 투자자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반면, 거치식 펀드는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식이므로 단기투자 자금의 성격이 강하다.

결국 적립식 펀드와 거치식 펀드의 잔고가 서로 역전되었다면 그런 과정에서 거치식 펀드의 자금이 환매되고, 그 자리를 적립식 펀드의 자금이 메꾸면서 시장이 지지부진하게 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작년에는 거치식이건 적립식이건 모두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였기에 이들 자금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끄는 견인차의 역할을 하였지만 지금은 증시의 견인차가 다소간 장기 투자자금으로 바뀌면서 과도기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전환

넷째로, 올해 초까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금융장세의 성격을 가졌다.

즉 ‘돈의 힘’으로 주가를 밀어 올리는 장세라는 말이다. 그러나 주가가 어느 정도 고점에 이르자, 이제는 마냥 종목 불문하고 돈의 힘만으로 주가를 밀어올리기에는 한계에 왔다.

결국 앞으로는 철저하게 종목을 선별하여 실적이 좋고 우량한 주식은 추가로 상승하지만 반면에 실적이 부진한 주식은 상승장세에서 탈락하는, 소위 실적 장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지금은 금융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접어드는 과도기에 있기에 주식시장이 횡보하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 것이냐”에 있다. 지금은 거래량이 줄고 주가가 방향성을 보이지 않으나, 거래량은 주가가 방향성을 보이기만 하면 언제건 늘 수 있다.

따라서 오히려 지금과 같은 지루한 장세일수록 거래량 감소를 탓하기보다는 주식의 저점 매수 기회로 노리는 것이 더 현명한 전략이 아닐까?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