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종목 중 5개 원금 날려… 풋 상품 등장 · 기초자산 다양으로 참여자 늘면서 성장 가속

주식워런트증권(ELW)이 등장한 후 지난 3월 20일 처음으로 8개 종목이 만기를 맞았다.

ELW는 소액으로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첫 성적표는 초라했다. 만기된 8개 종목 중 5개에서 투자원금을 모두 날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는 ELW 발행증권사와 투자자 모두가 시장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기된 8개 종목은 모두 주가가 올라야 수익이 날 수 있는 ‘콜(call)’ 상품이었지만 발행 후 증시는 조정을 거쳐 박스권에 묶이면서 주가는 주춤대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이 나는 ‘풋(put)’ 상품도 많이 등장하고 있으며, ELW의 기초자산도 다양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또 시장 참여자가 꾸준히 늘면서 하루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각각 1억증권,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 ELW를 편입해 주식투자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투자기회는 없는 법. ELW 투자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은 꼭 짚어봐야 한다.

희비 엇갈린 첫 만기 성적표

ELW는 어떤 주식을 미래의 특정 시점(만기)에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으로 매매할 권리가 부여된 증권이다. 콜 ELW의 경우 만기까지 해당 주식의 가격이 행사가격 보다 높아야 행사가격에 주식을 산 후, 이를 시장에서 팔아 차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일 만기가 돌아온 8개의 콜 ELW 가운데 현대차와 KT,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5개 종목은 기초자산 주가가 행사가격에 미치지 못한 채 거래가 끝났다. 결국 만기까지 팔지 않고 이 종목들을 보유한 투자자는 원금을 모두 날린 것이다.

‘우리5254현대차콜’의 경우 행사가격은 8만9,000원이었으나 권리행사 평가가격(만기일 이틀 전부터 5거래일의 종가를 거슬러 낸 평균값)은 8만3,320원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전력과 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3개 종목은 기초자산의 권리행사 평가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높았다.

‘우리5260하이닉스콜’의 행사가격은 2만1,600원이었던데 반해 만기 기준가격은 2만8,570원에 달했던 것. 만기까지 이 ELW를 보유한 투자자는 만기 기준가격과 행사가격의 차액인 6,970원에다 전환비율 0.5를 곱한 3,485원을 받았다.

이 ELW가 첫 거래된 지난해 12월 1일 종가 1,605원에 산 투자자라면 1,880원을 벌어 117.13%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중간에 3,485원 이상의 값으로 매수한 투자자는 손해를 봤다. 실제로 올해 1월 4일 이 ELW는 8,790원까지 올랐다. 결국 행사가격을 넘긴 3개 종목도 매매 시점에 따라 손익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그래도 투자해 볼 만하다

첫 만기 성적표는 부진했지만 그렇다고 ELW를 외면할 필요는 없다. ELW의 상품구조를 이해하고 큰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투자해 볼 만한 상품이다.

ELW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개별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가가 비싼 대형 우량주에 적은 금액으로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또 ‘풋ELW’의 경우 주가 하락시 이익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증시가 불안할 때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주식을 보유한 상황에서 당분간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 해당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풋ELW를 매입해 주식을 팔지 않고도 주가 하락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종목 선정을 잘해서 향후 주가가 많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은 콜ELW를 사고, 반대로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경우 풋ELW를 매입한다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투자금액이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적고 증권거래세가 면제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시장 급성장에 상품도 다양해져

이 같은 이점 때문에 ELW 시장은 참여자들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3월 들어서는 일평균 거래대금 978억원, 거래량 1억1,636만증권을 기록하고 있다.

상장종목수도 개장 당시 34종목으로 출발해 3월23일 현재 279종목으로 8배 가량 증가했다. 기초자산 종류 역시 코스피200지수와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에 집중됐던 것에서 벗어나 53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해지고 있다. 또 콜ELW 일변도에서 탈피해 풋ELW 상품도 많아지고 있다.

투자시 유의사항

무엇보다 ELW는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잘못했다가는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다. 특히 ELW의 특성상 만기에 근접할수록 시간가치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하락한다는 점에 유의하자.

주식과 달리 장기투자보다는 단기적인 매매를 하는 것이 더 낫다. 또 투자자금 전액을 ELW에 투자하기보다는 분산해 주식투자의 보조수단 정도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일한 기초자산을 대상으로 발행된 ELW라도 행사가격이나 만기까지의 잔존기간 등 다양한 변수들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또 ELW 매매의 제도적인 특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ELW의 최종거래일은 만기일 이틀 전이다. 또 만기 권리행사를 위한 평가가격은 최종거래일 종가가 아닌, 최종거래일을 포함한 5거래일의 종가 평균으로 정한다.

만기 한 달 전부터는 유동성공급자(LP)의 매매호가 제시 의무가 사라져 유동성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노희영 서울경제 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