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등 글로벌 통화 가치 불안, 투기 자본 금으로 이동

“번쩍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라는 영어 속담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중학교 시절 영어시간에 부분 부정문의 용법으로 외었던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속담이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한다면 번쩍이는 것을 죄다 금으로 여길 만큼 금이 매력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사실 금은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발견된 이래 인류 역사에 나타난 가장 오래된 귀금속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처럼 매력적인 금의 가격이 요즘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실 지난해 말, 금 가격이 온스 당 500달러를 넘길 때부터 이런 조짐이 나타나기는 하였다. 그러기에 필자도 지난해 말, 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을 이 자리에서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금 가격이 그저 단순한 ‘상승세’ 정도가 아니라,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 금 시장에서는 금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연일 25년래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금은 완연한 상승세라는데 시장 참여자들은 동의하고 있는 상황. 더구나 이런 추세라면 금 가격이 온스 당 30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은 ‘만약 (국가 채무가 늘어나)미국이 국가 디폴트 상태에 이른다면’이라는 가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여하간 그만큼 금이 가지는 안전 자산으로서의 매력, 혹은 높아진 위상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달러 대체 투자수단으로 금 선호

이처럼 금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로 무엇보다도 올해 달러화의 가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 가격은 달러 가치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즉 투자수단으로 본다면 서로 상대적이라는 말이다.

지난해엔 전임 그린스펀 FRB의장이 달러화의 금리를 꾸준하게 인상해온 덕으로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하여 상대적인 강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올해 1월 말로 그린스펀 의장은 퇴임하고 신임 버냉키 의장이 취임하였는데, 금융시장에서는 버냉키 FRB의장이 전임 그린스펀 의장처럼 강력하게 달러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금리 인상을 꺼려서가 아니라(버냉키 의장 역시 인플레이션 위협에는 과감하게 금리 인상으로 맞설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지금의 달러 금리 수준이 너무 많이 올라 있는 상황이어서 현 상태에서 더 이상 오르기가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되는 연방금리는 4.75%인데,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 5.0% 정도에 이르면 거기에서 더 이상 상승하기에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달러 환율은 작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까지는 재정적자며 무역적자라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에도 불구하고, 금리 상승을 매력으로 하여 달러 환율이 강세였는데, 앞으로 달러 금리가 더 이상 오르기 어렵다면, 달러 환율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익히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달러의 대체 투자 수단인 금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둘째로,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진 영향도 금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안에 다소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엔화, 유로화 등의 금리는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낮은 수준의 금리를 이용하여 국제 투자 자본들은 수익률을 쫓아 부동화되는 경향을 드러냈는데, 특히 이들 부동 자금은 변동성이 큰 외환보다는 안정적인 금 투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오해하기 쉬운 것이 금은 실물 자산이므로 이자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는 않다.

헤지펀드들은 투기의 목적으로, 그리고 금 광산업자들은 향후 생산될 금으로 상환할 예정으로 금을 빌리기도 하는데, 실물 금을 보유한 국제 자본들은 이들에게 금 대출(골드 론)을 해주고 금리 수익을 얻는다.

결국 낮은 금리에 기대고 있는 글로벌 유동성 자금은 금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이익이므로 안정적인 금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되려 금 가격의 급등을 초래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국제 유가 강세 등이 급등 부채질

셋째로, 미국의 경기회복 심리로 인하여 올해는 미국 내 인플레 발생 우려도 커지는 상황. 그런데, 인플레 심리가 커지면 의당 실물 자산인 금의 투자수단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라크의 핵 문제를 둘러싼 불안, 그리고 나이지리아의 정정 불안 등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하여 국제 유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것도 금 가격의 급등세를 불러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의당 인플레 압력을 증가시키므로 실물 자산인 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국제 금값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시중 금은방의 금 거북 · 금 돼지 등도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 / 이호재 기자

아울러, 일반적으로 금 시장에서는 금과 국제 유가와의 상관관계를 따져 거래하기도 하는데(예컨대 금 1온스와 유가 1배럴의 가격을 서로 비교하는 식), 지금의 금-원유 비율은 낮은 수준이다.

과거의 경우, 금-원유 비율이 20대1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즉 금 1온스로 원유 20배럴을 살 수 있었다는 말. 그러나 최근에 금 가격이 꽤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금 1온스로는 원유 10배럴도 채 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금 가격이 원유가격에 비하여 아직도 저평가되었다는 의미이다.

넷째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 관련 파생상품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금 가격의 상승세를 유도하는 요인이 된다.

이제까지는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실물 자산인 금을 매수하는 방식이 아니면 금에 투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에 투자하는 펀드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그 과정이 훨씬 간편해졌다. 즉 일반인들은 이제 번거롭게 직접 금을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금에 투자하는 간접상품을 매수하는 것만으로도 금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이들 상장지수펀드는 시장에서 언제건 현금화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로서는 더욱 금 투자가 간편해졌다. 이들 금 관련 투자펀드가 늘어난 만큼 금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으로 금 목걸이나 금 팔찌 등 금을 이용한 장신구 수요가 많은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금 가격이 상승한 이유이다.

이들 국가에서의 경제성장에 따라 개인 소득이 늘어나면서 장신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였다. 이는 투자 대상으로서의 금이 아니라, 바로 개인의 실제 수요에 의한 것이므로 금 가격의 단기적인 등락에 관계없이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다.

온스당 600달러 돌파 시간문제

4월 초 현재 금 가격은 현물기준으로 온스 당 589달러를 기록하며 1980년대 초반 이후 최고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온스 당 600달러 수준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금 가격은 앞으로도 더 올라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현재 금 가격은 추세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고, 이런 흐름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계속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온스 당 600달러 수준에 이르면 다소간 저항이 있을 것이지만 금 가격의 종착역이 온스 당 600달러에 그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최근의 금 가격 상승을 가져온 요인을 앞서 살펴보았는데, 이런 요인들이 금세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렇다면 금 가격은 더 오른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달러화의 가치는 올해 다소 불안하며, 글로벌 유동성의 금 선호 태도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의 인플레 우려감은 가중되고 있고, ETF 덕택에 금 투자는 간편해졌다. 아울러 소위 ‘친디아’의 경제성장은 올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고스란히 금 수요로 이어질 터.

현재 우리나라의 일부 은행에서도 금에 투자하는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포트폴리오의 다양화 차원에서 금 펀드에 대한 투자도 이 시점에서 고려해볼 수 있겠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