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백화점 잡지들 -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걸친 트렌드 소개, 전문 매거진으로 업그레이드

▲ 갤러리아 백화점의 명품관 화장품 코너 / 임재범 기자
‘처음에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 하지만 지금은 사활을 건 경쟁자 사이로.’

‘1년간 백화점에서 2,000만원 가량은 쓴다’는 초우량 VIP고객들을 잡기위한 백화점과 기존 명품 잡지사들 간의 대결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백화점들이 1년여 전 직접 명품 잡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잡지들과 벌인 한판 대결에서 승패의 명암이 교차되고 있는 것.

당초 ‘우리(백화점)가 직접 VIP고객들을 장악할 수 있다’며 부푼 꿈을 안고 출발했던 백화점 잡지들은 지금 성적면에서 회사별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일부 백화점 잡지는 ‘광고 수익을 크게 올리고 있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는 반면 다른 백화점 잡지들은 ‘내용도 변변찮다’ ‘간들간들하다’ ‘읽을거리가 없다’ 는 지적에 심지어는 ‘저러다 곧 폐간될 것 같다’는 섣부른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와 함께 ‘명품 잡지 시장을 평정하겠다’는 백화점들의 도전에 기존 매체들도 여전히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백화점업계에 명품 잡지 바람이 본격적으로 분 것은 지난해 1월 말. 갤러리아가 ‘THE GALLERIA’, 롯데가 ‘AVENUEL’, 현대가 ‘STYLE H’ 등 백화점 업체들이 명품잡지를 경쟁적으로 발행하면서부터다. 이에 앞서 신세계 또한 ‘FIRST LADY’라는 제호로 2001년부터 발행해왔다.

‘프리미엄 잡지’ ‘VIP용 잡지’ ‘럭셔리 매거진’ 등으로도 통하는 명품 잡지는 고급 명품 브랜드의 상품 정보와 광고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매체. 구매력이 있는 상류층만을 대상으로 구독료를 받지 않고 배포하는 무가지 형태로 수입자동차와 호텔 등 일부 업종에서도 발행하고 있다.

강남 소재 백화점 중심으로 경쟁적 발행

원래 사외보를 발행하던 백화점들은 기존의 사외보보다 기사와 광고를 고급화한 형태로 독자를 VIP로 한정해 우편으로 발송하는 독자적인 명품 잡지를 만들었다.

더불어 백화점들은 종전 자사 매장들을 통해 기존의 다른 명품 잡지들을 배포해 주던 친절(?)도 중단했다. 백화점 자체가 가진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잡지를 창간, 독자 서비스에 나선 때문.

1년여가 지나며 1라운드를 치른 지금 가장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현대백화점이다. 최근 발행 부수를 대폭 줄이거나 내용을 수정하는 등 많은 백화점들이 방향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광고 유치가 활발하고 발행 부수를 늘릴 정도로 호조를 띠고 있다. 지난해엔 한 달 광고 수익만 2억~3억원에 달할 정도.

또 내용도 명품 선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활 정보를 담는 등 탄탄하다는 평가. 현대백화점의 류승렬씨는 “STYLE H는 콘텐츠에 가장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일반인들의 구독 문의도 심심찮게 들어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백화점 멤버십 잡지들은 패션과 뷰티가 전체 내용의 80% 이상을 차지, 단순한 상품소개에 그치기 십상인데 이런 핸디캡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 단순 상품 카다로그에서 탈피, 잡지 자체로서의 성격을 갖추기 위해 콘텐츠 보강에도 주력하고 있다.

반응이 좋아 발행 부수도 늘렸다. 이전엔 4만5,000부를 발행했으나 올해부터는 5,000부를 늘렸다. 이는 소비회복과 함께 작년보다 잡지를 받게 될 우수고객도 늘어났기 때문. 우수고객으로 유입될 수 있는 가망고객들에게도 배포하기 위해 6만부까지 발행부수를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STYLE H의 선전은 현대백화점이 강남권에 거주하며 구매력이 있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크게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는 다르다. 그동안 발간해 오던 월간지 ‘FIRST LADY’를 지난해 말 폐간한 것. 대신 올해부터 계간지인 ‘S신세계 스타일’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상의 축소인 셈.

3월부터 계절별로 발간되는 이 잡지는 ‘메가로그(Megalog)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잡지(Magagine)과 카탈로그(Catalogue)의 합성어로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잡지를 표방한 것. 그래서 일반 잡지처럼 기사량이 많지 않고 화보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가십이나 이벤트 기사를 빼고 제품 사진은 일일이 작가가 찍어 컨셉트를 표현해내는데 주안점을 뒀다.

신세계홍보팀 김상민 과장은 “그동안 백화점 잡지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일반 명품 잡지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며 “이런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잡지 제작에서 광고 수익보다 백화점 자체 비용 부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현대백화점의 STYLE H와 차이를 보인다.

롯데백화점의 VIP고객 잡지인 ‘AVENUEL’은 패션 등 쇼핑 정보 전달에 주력한다. 카탈로그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정보를 더 자세히 고객에게 전해준다는 모토.

롯데백화점 김선혜 계장은 “기존 명품 잡지사들이 가진 상류층 고객 데이터베이스보다 백화점 자료가 더 정확하고 신빙성이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내부적으로 ‘잡지 발간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광고 수익도 거둬 성공적’이라는 자평.

VIP 고객에 우편으로 발송

▲ 정식 개장을 앞두고 24일 프리오픈 행사를 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내부. / 최흥수 기자

한화유통의 갤러리아백화점이 발간하는 ‘THE GALLERIA’제호의 잡지도 MEGALOG (Magazine+Catalog)를 지향한다.

쇼핑 정보를 전달하는 멤버십 쇼핑 매거진을 컨셉으로 패션, 뷰티와 홈 인테리어 등 쇼핑관련 부문 60%, 여행· 요리·건강·문화예술 등을 담은 라이프 스타일 제안 30%, 기타 이벤트와 뉴스 등으로 구성된다. 광고는 명품업체에 한해 게재하고 있는 편. 독자층은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VIP고객들을 중심으로 지방점포의 VIP고객들에게도 우편으로 발송한다.

프라자 호텔 휘트니스클럽, 한화증권 PB센터, 제이드팰리스 (CC) 등 한화그룹의 VIP전용 서비스 시설에도 비치하며 강남지역의 고급 서비스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접할 수 있도록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는 ‘강남권 독자 및 고객 층이 아직 취약하다’는 평가며, 또 갤러리아는 ‘전국 유통망이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이다’는 점이 경쟁력 잠식 요인으로 지적된다.

어쨌든 백화점들의 명품 잡지 진출은 기존 시장에도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명품 잡지 럭셔리의 이인윤 광고팀장은 “똑 같은 독자들을 놓고 결국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 와중에 백화점과 기존 잡지 매체사 가릴 것 없이 강자만이 살아 남고 콘텐츠나 경영, 자본력에서 뒤지는 매체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