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선행지수 · 동행지수 하락으로 우려 확산 '저성장 국면 진입' 분석도… 5월 경기지표가 관건

통계학자들이 즐겨 쓰는 말 중에, “세상에는 세 가지의 거짓말이 있는데, 하나는 ‘그냥 거짓말’이요, 하나는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나머지 또 하나의 거짓말은 ‘통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통계는 작성하는 사람에 따라 조작할 우려가 높다는 뜻이며, 아울러 같은 통계 수치라도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결론을 만들어낼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통계는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를 쉽게 믿지만, 통계 수치는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의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최근 나라 경제의 안팎을 밝히는 각종 경제통계를 둘러싸고 경기침체의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관심이 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경기침체는 아니라는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고, 채권시장,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분위기도 아직은 경기침체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경제통계도 경제통계려니와 그간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여러 가지 변수들이 경기에 다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각종 경기지표가 흔들리는 것을 일컬어 “더블 딥”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블 딥(double deep)이란 경기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는 침체기에서 일시 회복하는 듯하다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고꾸라지는 경기 재침체 현상을 뜻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짧은 불황과 호황을 거듭하면서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분석과 함께 이 같은 더블 딥 논쟁이 수차례 이어졌다.

가깝기로는 작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한국경제가 더블 딥 국면에 들어섰다”는 우려를 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가장 최근에 또다시 국내 경제의 더블 딥 가능성을 제기한 곳이 있어 주목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말 발표한 ‘경제주평’을 통해 “경기 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월 100.7에서 2월 100.4로 하락하고, 선행지수도 7.6%에서 7.3%로 떨어졌다”며 “더블 딥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월 경제지표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이다. 과거 지표추이로 보아 동행지수는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는 경향이 있으나, 반면 경기선행지수는 한번 하락세로 꺾이기 시작하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염려를 자아낸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소비재 판매 증가율이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8.9%였다가 2월에 1.1%로 급락했으며, 2월 설비투자 추계도 2.3%에 그치고 있어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2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조업일수를 감안할 때, 1월의 12.2%에서 2월에 6.7%로 하락했다”며 더블 딥을 우려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 "성장률 상승" 더블 딥 부인

여기에 대하여 정부 당국자는 즉각 이를 부인하였다.

7일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방송에 출연하여 “설 연휴가 지난해에는 2월, 올해는 1월에 들어가 통계들이 불규칙하게 나타났다”며 “1, 2월 두 달을 묶어 비교하면 산업생산활동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소비도 5% 늘어났다”고 말했다.

즉 설 명절 등의 영향으로 올해 여러 경제지표들이 불규칙하게 발표되고, 일부 지표는 상승세가 꺾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더블 딥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설 연휴가 속한 1, 2월의 특성으로 발생한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아직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 그리고 한국개발연구원에서도 “더블 딥을 판명할 가장 기본적인 지표는 성장률인데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아주 좋게 나올 전망인 만큼 더블 딥을 우려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원은 2월 경기지표가 1월에 비해 부진하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경기는 확장 국면에 놓여 있으므로 더블 딥은 아니라고 진단하면서 현대경제연구소의 분석을 비판하고 나섰다.

삼성경제연구소는10일 내놓은 '경기 회복세, 꺾였나'라는 보고서에서 "대다수 지표들이 2월 들어 전월비 기준으로 감소했으나 재고-출하 순환, 경기동행지수, 부도업체 감소 등으로 미뤄 경기 회복세가 꺾인 것이라고 속단하기 어렵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 논거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첫째로 경기가 올해 1분기나 작년 4분기에 정점을 지났다면 출하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거나 재고 증가율이 다시 높아져야 하는데, 지난 1~2월의 출하증가율(9.9%)은 작년 4분기의 8.6%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고, 2월 말 재고 증가율 역시 2.4%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이라는 점, 둘째로, 또 1~2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0.6에 불과, 2001년 이후 경기정점에서의 평균값인 101.5를 밑돌 뿐 아니라 작년 1분기 이후 아직 한 번도 101을 넘어서지 못한 점을 지적하였다.

더블 딥이라면 다시 경기가 하락하여야 하므로 작년 혹은 올해 초가 경기정점이어야 하는데, 과거의 경기정점과는 달리 작년 말이나 올해 초의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01을 넘어서지도 못하였고, 또한 그 수준을 최소한 5개월 이상 지속하지도 못하였기에 최근 상황을 경기정점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부도업체가 줄고 창업 활동이 활발한 사실도 경기 회복세가 저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하였다.

경기 '추락' 없어도 하강국면 지속될 듯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더블 딥은 아닐지라도 2월에 경기 선행지수의 전년 동월비 증가율이 1월에 비해 낮아진 것은 경기 모멘텀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이므로 올해 경기의 ‘상고하저’ 형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은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경기가 상반기에는 좋다가 하반기에 접어들수록 상승세가 둔화되는 상고하저 양상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외환위기 이후 경기 사이클이 깨지면서 경기확장 국면이 2년 이상 이어진 경우가 없었다는 것도 부담이다.

작년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GDP 성장률 추이를 살피면, 1분기 2.7%, 2분기 3.2%, 3분기 4.5%, 그리고 4분기에 5.3%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기에 올해 1분기에 정부 예측대로 6.5%의 성장률을 달성하고, 2분기에 6%의 성장률을 거두게 된다면, 정작 올해 3분기부터는 경기둔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설령 경기가 다시 추락하는 ‘더블 딥'까지는 아닐지라도 올해 안에 경기가 정점을 찍고 다시 내려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런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대외적인 경제여건이다. 예컨대 이제까지 우리 경제는 저금리, 저유가, 저환율의 소위 3저의 덕택을 많이 입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금리 역시 상승기조에 놓여있는 데다 유가가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고, 아울러 달러/원 환율의 경우, 수출업체들이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는 950원조차 한때 무너지는 등 연일 원화 평가절상의 길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런 요인들이 경기 회복세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자칫 경기침체를 알리는 경제통계 지표가 더욱 더 침체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를 자아낸다.

보수적인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은 지금이 더블 딥인지 아닌지 논란에 참여하기보다는 일단 물러서서 다음달에 발표될 경제지표를 보고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다음달의 경기지표도 다시금 저조하다면 그때는 정말 경기후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터.

물론 다음달의 경기지표가 다시 호전된다면 지금의 걱정은 자칫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다음달의 경제지표가 기대된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