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광풍 피해 미뤘던 건설업체, 신규 물량 대거 분양

‘포스트 판교’를 잡아라. 판교 중소형 청약 당첨자가 발표됨에 따라 그동안 판교 청약을 피해 사업을 미뤄왔던 건설업체들이 알짜 신규 물량을 쏟아내면서 유망 분양 단지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8월에 판교 중대형 평형 분양이 남아있지만 당첨 확률이 ‘하늘의 별따기’인 만큼 판교가 아니더라도 다른 유망 단지 청약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5월에만 전국에서 분양 3만5,044가구(재개발, 재건축, 지역조합 조합원분 8,532가구 포함), 임대 4,073가구 등 총 3만9,117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선보인다.

청계천 주변, 화성 향남지구 등에 주목

우선 서울에서는 중구 황학동 롯데캐슬과 종로구 숭인5구역 현대아파트 등이 6월께 선보인다.

경기지역에서는 의왕 청계지구, 김포신도시 장기지구, 화성 향남지구와 용인시 성복동 등이 돋보인다. 의왕 청계지구는 서울 도심에서 가깝고 청계산, 백운호수 등으로 둘러싸여 자연환경이 뛰어난 게 강점이다. 안양~의왕~성남을 연결하는 수도권 남부 핵심 축에 위치하고 있다.

화성 향남지구도 노려볼 만하다. 이곳에선 화성산업과 우미건설 등 11개 업체가 5월 하순 모델하우스를 열고 5,800여 가구를 동시에 분양할 예정이다. 용적률이 160~180%로 낮아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파주 운정신도시도 이르면 6월부터 분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판교와 가까운 성남 도촌지구는 오는 11월로 분양 일정이 연기됐다.

하반기에는 용인 구성ㆍ동천ㆍ신봉지구 등에서 알짜 물량이 잇따라 선보인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성복동과 신봉동이 최대 관심지역으로 꼽힌다.

성복ㆍ신봉동은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의 중간에 위치해 있고 중대형 공급 물량이 많아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한국토지공사가 시행하는 흥덕지구도 5~6월부터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공급 물량이 나온다.

지방에서도 아산신도시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아산시 일대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에서 건설업체들이 지역 실수요자들을 잡기 위한 분양 대전에 들어간다.

쌍용건설을 비롯해 롯데건설과 코오롱건설, 신일 등이 이달 초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 2,200여 가구를 동시에 내놓고 분양 대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 정관신도시에서도 7개 업체가 6월 중순께 모델하우스를 열고 7,500여 가구를 동시분양한다. 이어 7월에는 광주광역시 수완지구에서 현진 등 9개 건설업체가 동시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는 의왕 청계지구를 비롯해 양주 덕정2지구, 고양 일산2지구, 울산 구영지구 등에서 서민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통장별 청약전략 어떻게?

8월 판교 중대형 분양에 다시 도전해볼지, 아니면 서둘러 다른 택지지구 아파트를 노려볼지 고민하는 예비 청약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내가 가진 청약통장으로 어디에 청약이 가능하며, 통장별 청약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 것인지 살펴보자.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8월 판교 청약에서 공급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주공 분양 물량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물론 3월 청약 때와 마찬가지로 가입한 지 오래되고 저축 총액과 납입한 횟수가 많을수록 당첨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장기 무주택자이고 성남시 거주자인 청약저축 가입자와 납입액과 납입횟수가 많은 가입자라면 청약통장을 변경하지 말고 갖고 있는 청약저축 통장 그대로 활용하는 게 낫다.

무주택 기간이 짧고 납입액과 납입 횟수가 적은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청약예금으로 변경해서 8월 공공분양 및 공공임대, 민간임대 등에 청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청약예금으로 바꾸게 되면 다시 청약저축으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단, 6월말께 주택 청약제도가 공공택지 내 모든 중소형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배정하거나, 기존 추첨제 방식에서 가구주 연령, 가구 구성원수, 무주택 기간 등을 고려한 가점제를 통해 당첨자를 가리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면 굳이 청약예금으로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무주택 기간이 길지 않거나 저축 총액이 짧은 가입자들은 6월로 예정된 청약제도 변경을 지켜본 뒤 청약예금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약부금 가입자들은 전용 25.7평 이하의 민영주택에만 청약이 가능하므로 8월 판교 청약에는 신청을 할 수 없다.

판교 청약은 포기하더라도 청약예금으로 전환해서 향후 중대형 신규 물량을 노리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다. 청약통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포스트 판교로 불리는 유망 택지지구에서 공급되는 전용 25.7평 이하의 민간 아파트를 골라볼 수도 있다.

▲ 김포 신도시 개발 예정지.

청약예금 가입자들은 8월 판교 중대형 청약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 서울 300만원짜리 청약예금 가입자들은 8월에는 청약하지 못한다.

전용 25.7평까지만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증액하더라도 1년 뒤에나 큰 평형에 청약할 수 있는 1순위 자격을 얻게 된다. 서울 300만원 가입자들은 파주 및 광교(이의) 신도시 등 2기 신도시나 화성 향남지구에서 공급되는 25.7평 이하 물량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낫다.

판교 중대형의 경우 무주택 우선공급 물량이 없기 때문에 수도권 청약자들이 청약할 수 있는 물량이 3월 중소형 청약 때에 비해 많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성남시 지역우선 물량(30%)를 빼고는 나머지 70%가 수도권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공급된다. 판교 외에 5월 시작되는 화성 향남지구 동시분양 물량과 용인시 성복동 일대 등 유망 지역들에서도 분양이 봇물을 이루는 만큼 이들 지역 청약에 적극 나서는 것도 지혜로운 선택이다.

자금규모, 입지 등 염두에 둬야

전문가들은 “무작정 청약하거나 반대로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자금 규모와 내 집 마련 시기, 원하는 지역 등을 미리 감안해 청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금의 경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금뿐 아니라 담보대출을 통해 향후 대출이자나 원금을 갚아나갈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최근 도입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는 투기지역 내 6억원 이상 고가아파트는 대출비율이 전보다 급격히 줄어들어 보다 많은 자기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대출을 끼고 집을 구입할 경우 향후 시세차익 정도도 예측해야 한다. 자칫 입주시점에서 집 값이 좋지 경우 누릴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타인 자본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것)가 없어 계약자의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상승기라면 레버리지 효과는커녕 오히려 수익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입지 선별도 체크 대상이다. 발전성, 분양가, 교통, 자연환경 등이 모두 객관적인 요건이지만 여기에 청약자가 어떤 곳을 선호하는지의 주관적인 요건도 지역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 요소가 된다.

발전성은 신도시나 택지지구, 지하철 개통 예정지 등을 중심으로, 교통은 학교나 직장과의 대중교통 연계성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면 좋다. 이 외에 자신이 살아 온 연고 등도 지역을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선호도만 따지다 보면 집값 상승에 따른 재테크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