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수출기업 59% 환율 피해 속수무책… 선물환 약정 등 방법 많아

▲ 달러 환율이 5월 8일 장중 한때 920원대로 주저앉는 등 환율이 8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홍인기 기자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유가와 환율일 것이다.

그런데 유가의 경우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던 상태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기색이지만 환율은 그렇지 못하다. 해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연일 약세를 나타내면서 달러/원 환율은 마치 끝 없는 수렁처럼 바닥을 모른 채 하락하기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에 주력하는 중소업체로서는 속된 말로 정말 죽을 지경이다.

작년 말만 하더라도 달러/원 환율은 1,010원대에 머물러 있었으나 올해 들어 급락세를 보이며 순식간에 “세 자리 숫자”로 접어들더니, 마지노선으로 간주되던 950원 선마저 무너진 지 오래이다. 심지어 이제는 환율이 950원 선에라도 올라선다면 감지덕지할 정도.

환율의 하락세는 이어져 최근 940원, 930원 선도 차례로 하향 돌파되고 있어 이러다가는 920원대는 고사하고 800원대에 진입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지경이다.

달러 추가하락 가능성 높아

앞날의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해외 시장에서 달러화의 가치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주식투자의 현인으로 일컬어지는 워런 버핏은 일찌감치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선물환 거래 물량을 늘린 바 있으며, 최근에는 달러화 보유 비중을 대폭 축소하여 이 자금을 토대로 해외 중요기업들을 인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로서는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는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야 적극적으로 다른 나라 통화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더구나 달러화 약세론은 비단 워런 버핏만의 생각이 아니다. 올해에는 달러 기준금리의 인상 추세가 거의 막바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작년에 달러화 가치를 지탱해왔던 달러화 금리우위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마저 도와주지 못한다면 결국 재정적자와 무역적자의 쌍둥이 적자 속에서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리고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한다면, 원화가 평가절상(즉 달러/원 환율이 하락)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거기에다 중국은 중국대로 미국의 거센 압력 탓에 위안화의 가치는 평가절상을 지속하고 있고, 엔화는 엔화대로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정책 포기선언 이후, 금리인상의 기대감으로 상승흐름을 타고 있다. 이웃 국가들의 통화가 평가 절상되는 것은 원화에게도 절상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래저래 달러/원 환율로서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들은 환율 하락이 고스란히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참에 수출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는 등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수출보험공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 수출기업의 수출 손익분기점 환율은 961원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미 최근의 환율은 손익분기점 이하로 추락한 상황이다. 수출 포기를 말하는 것이 전혀 엄살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환율이 하락하고 있고, 기업의 손익분기점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대상 중소 수출기업 중 54%는 환 위험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환 위험 관리를 하지 않는 기업 중 59%는 ‘환 위험 관리 방법을 몰라서'라고 응답하여 아직도 상당수의 중소 수출기업이 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출보험공사의 조사에서처럼 ‘방법을 몰라서’ 환율 하락에 무방비로 당하고 있는 것일 뿐, 관심을 기울이고 잘 살펴보면 중소기업일지라도 환 리스크를 걱정하지 않고, 수출에만 주력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수출기업으로 환 리스크를 관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거래하는 은행과 선물환 약정을 맺는 것이다.

선물환이란 미래의 환율을 미리 확정하는 일을 말하는데, 선물환에 적용되는 환율은 현물환율을 기준으로 한다. 예컨대 지금의 현물환율이 935원이라면, 1개월 후의 선물환율을 934원으로 정하는 식이다. 이때의 934원은 미래의 환율이 무엇이건 선물환 약정을 맺는 시점에 정해지므로 확정된 것이다.

장래에 환율이 추가로 더 하락하더라도 기업으로서는 현재의 환율을 기준으로 정해진 선물환율로 수출대금으로 얻은 달러를 바꿀 수 있다. 그러므로 선물환 약정을 통해 환율을 미리 확정하는 방법으로 환율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은행과 선물환 약정을 맺으려면 일정한 신용등급 이상이어야 하고, 또한 외환 거래규모도 일정한 수준 이상의 금액이어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선물시장 활용·변동보험 가입

따라서 신용상태가 다소 낮거나 혹은 외환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는 기업이라면 우리나라 증권선물거래소에 개설되어 있는 선물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이미 선물거래소에는 미국달러 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으며 5월 말부터는 미국달러 선물 이외에 일본 엔화 선물과 유럽의 유로화 선물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엔화 선물의 경우는 엔화표시 부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물거래의 경우는 선물환 약정과는 달리 은행을 통하지 않고, 거래소에서 직접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거래를 원활하게 하도록 거래규모와 만기일을 표준화해 두었는데, 그러기에 오히려 거래하기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선물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선물거래 중개를 전담하는 시중의 선물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각 통화별로 정해진 거래이행 증거금(미국달러 선물거래의 경우, 거래증거금은 현재 5만 달러 당 145만원이다)을 납입하여야 한다.

아울러 선물거래는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불문하고 누구나 가능하며, 또한 은행을 통하지 않으므로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환율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직접 인터넷을 통하여 곧바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그리고 수출보험공사의 환 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좋은 방법이 된다. 환 위험 관리를 전담할 인력과 조직이 취약한 기업이거나 혹은 거래규모가 적을 경우 환 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간단히 환 위험을 커버할 수 있다.

환 변동보험에 가입하면 수출보험공사는 보장환율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결제일의 실제 환율과 보장환율과의 차이를 보상받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예컨대 수출보험공사의 보장환율이 929원이었는데, 수출기업이 수출대금을 환전할 당시의 환율이 925원이라면 차액 달러 당 4원을 보상받는다.

이럴 경우, 사실상 수출기업은 929원에 수출한 셈이 된다. 이때 수출보험공사의 보장환율은 사실상 선물환 약정에서 사용되는 선물환율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므로 환 변동보험은 거래기업을 위하여 수출보험공사가 선물환 약정을 대행하는 것과 같다.

물론 앞날은 누구도 모른다. 워런 버핏조차도 작년에는 달러화 가치 하락을 점쳤다가 예상대로 달러가 하락하지 않는 통에 꽤 많은 손해를 입은 바 있다. 그리고 심지어 환율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은행이나 재경부조차도 정확히 환율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지금은 모두들 달러/원 환율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외환시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환율 변동에 휘둘려 기업의 손익이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위험을 피하려면 아예 환율 변동에 따르는 환 위험을 처음부터 관리하는 것이 경영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할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