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일간지 등 100여 개 신문사에서 인터넷 뉴스 서비스, 수익모델 · 영향력에 한계… 특화된 콘텐츠 개발 절실

올해는 국내에 인터넷 신문이 선보인 지 11년째다. 1995년 3월 중앙일보가 국내 최초로 자사의 뉴스 콘텐츠를 웹 사이트에 서비스한 이후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인터넷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온라인 시장에 진입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종합일간지 11개를 비롯 스포츠신문, 경제신문, 지역신문 등 약 100개 이상의 신문사에서 인터넷으로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독립형 인터넷 신문 364개, 전문지, 잡지 등을 합치면 인쇄 매체의 웹 뉴스 사이트는 4월 기준 수천 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문기업들이 만성적인 종이신문 경영위기 구조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온라인 비즈니스에 주목, 과감히 투자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100여 명이 넘는 인력을 운영하는 대규모 조직이 잇따라 탄생했고, 쇼핑몰, 게임, 부동산, 교육, 프렌차이즈 등 다양한 사업에도 손을 댔다.

뉴스 신디케이션 등 콘텐츠 유료화 논의도 이뤄지면서 최근 30여 개 신문사들이 아카이브 구축사업에 합류했다. 기존 독자들이 온라인 뉴스 이용을 더욱 선호하고 있어 저작권을 강화하면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2000년 2월 시민기자제 모델을 적용한 오마이뉴스가 창간되면서 신문 기사 이외의 인터넷 뉴스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드 미디어인 신문, 방송도 CBS 기독교방송의 ‘노컷뉴스’, 국민일보의 ‘쿠키뉴스’ 등의 경우처럼 온라인 전용 브랜드 뉴스를 만들었다.

또 중앙일보의 탐사 뉴스, 조선닷컴의 ‘갈아만든 이슈’, 동아닷컴의 ‘동아eTV’ 등처럼 동영상 콘텐츠를 신문기업이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기존 신문기자와는 별도로 새로운 인력을 투입, 콘텐츠 생산 방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DMB, TV포털 및 IP-TV, 와이브로(Wibro) 등 뉴미디어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디지털 데이터 방송과 T-뱅킹에, 매일경제와 한겨레는 DMB,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IP-TV 등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신문기업이 이렇게 블루오션을 찾기 위해 공을 들이면서 나타난 현상은 첫째, 자원의 디지털화 등 DB 관리 둘째, 고객관리(CRM)의 강화 셋째, 지식네트워크 구축 등 지시관리시스템(KMSㆍKnowledge Management System)의 도입 등이다.

이에 따라 웹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과 기능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종이신문 편집국은 인터넷 뉴스 전담 부서를 두거나 닷컴 기자들을 동원 뉴스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24시간 뉴스 생산이 필요한 인터넷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겨레신문은 아예 온ㆍ오프라인 뉴스조직을 공간적으로 통합했다. 큰 규모의 신문기업은 기자, 논설위원 등이 인터넷 뉴스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보편화하고 있으며, TV 스튜디오 구축, 방송인력 영입 등을 통해 비디오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조인스닷컴이 전액 출자한 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JES) 기획운영팀 김태균 씨는 “신문기업에서 비디오 뉴스 서비스는 상당한 모험이다”라면서 “비록 콘텐츠 퀄리티는 떨어지지만, 인터넷의 젊은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신문사 닷컴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모델 부재와 영향력 약세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뉴스를 공급하면서 언론사 사이트의 영향력이 급격히 추락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모든 신문사 닷컴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를 합쳐도 대형 포털사이트 한 군데에도 턱없이 모자를 정도다. “무조건 뉴스를 팔고 보자”는 수익 지상주의가 낳은 결과다. 이같은 미디어 전략의 오류는 사실상 ‘온라인 저널리즘’ 방치와 연결돼 있다.

미디어오늘 선호 기자는 “신문기업이 웹 사이트를 단순히 기존 기사의 온라인화를 위한 공간으로 보는 한 독자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오히려 인터넷으로 유입된 독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재구성하는 등 특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스태프가 함께 일하는 통합뉴스룸으로의 전환을 공식 발표한 뉴욕타임스 인터넷 페이지의 초기화면.

사실 국내 신문기업 내부에서 온라인 저널리즘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의 일이다. 뉴욕타임스를 비롯 세계적인 신문사들은 10여 년 전부터 ‘통합 뉴스룸’과 ‘디지털 스토리 텔링’ 등 콘텐츠와 저널리즘 자체를 고민해왔다.

이들은 웹 사이트를 통해 기사의 형식과 내용을 고급화, 개인화, 다양화하고 있으며, 멀티미디어 뉴스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면서, 이용자 참여 공간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국내 신문기업은 그간 인터넷을 통해 기사 생산 속도와 양은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차별화가 부족했다”면서 “오마이뉴스 등 독립형 인터넷 신문과의 경쟁에도 뒤지는 등 스스로 도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기업은 닷컴을 수레의 한 축으로 활용하지 않은 채, 기존 뉴스 조직도 여전히 고전적인 업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결과 신문기자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 온라인 뉴스 종사자들이 신문기업에 비전이 없다고 보고 이직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이러한 뉴스조직의 불안정성은 결국 신문기업의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연결된다. 기자와 독자 블로그도 개점 휴업 상태이거나 형식적인 경우가 많고, 인터넷과 새로운 독자의 특성을 이용한 뉴스도 거의 양산되고 있지 않는 등 온라인 저널리즘의 토양이 척박하다.

선 기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뉴스 조직 간 과도한 기대나 요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편집국의 철학과 전략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업무와 기능을 체계적이고 정확히 인식시키는 일”이라고 조언한다.

현재 신문사 닷컴은 뉴미디어 시장 환경에서 요구되는 콘텐츠 생산 기반과 문화를 갖추고 있지 못한 편이다. 생존과 미래를 위한 핵심은 뉴스 조직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등 지속적인 재교육 및 콘텐츠 프로그램이 수반돼야 독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와 협력이 절실한 때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