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연일 "팔자" 일관… 주가 하락세 불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주식시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460선 언저리에서 고점을 형성한 이후 하락세이다. 이를테면 상승세가 이어진 연후에 조정 국면을 거치는 양상인데, 보기에 따라서는 단순한 조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면 결국 주식시장이 아예 하락 추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감도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주 초반, 코스피 지수는 사흘 동안 거의 90포인트나 추락하는 등 소위 ‘블랙 먼데이’의 공포감을 안겨주기도 하였던 터. 이와 같은 급락세는 과거와 같은 상승장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동안 환율 하락, 유가 급등에다 IT기업을 필두로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 등 온갖 악재를 무시하고 오르던 주식시장이었기에 이처럼 상승분위기가 순식간에 꺾이고 주가가 하락하자 갑자기 시장의 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코스피 지수가 고유가, 고환율에다 고금리 등 소위 ‘신 3고’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거듭한 것은 소위 ‘유동성’의 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증시로 몰려드는 돈의 위력으로 주가는 별 조정 없이 오름세만을 거듭하였던 것.

별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자금이 증시로 몰릴수록 주가는 막강한 매수세 덕택으로 손쉽게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유동성의 힘이 한계에 부닥친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런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증시 투자 비중 줄이는 움직임

주가가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선 데는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의 매도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사실 요즘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도무지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 증시로 몰려드는 자금의 한 축에는 외국인들의 막강한 매수세가 자리잡았던 것이 사실이고, 이로 말미암아 우리 증시가 유동성 장세 속에서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은 지난달 24일부터 매도세로 돌아선 이후, 5월 들어서는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연일 매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5월 중순까지 이어진 외국인들의 순매도 공세는 벌써 물량만으로도 2조5000억원 이상에 이른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중간 중간 매도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달처럼 많은 물량을 단기간에 매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소 성급할지 모르나 지금의 태도로 미루어보아 외국인들은 사실상 우리나라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이라고 판단해도 무리한 해석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만 연일 매도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증시와 비슷한 투자 환경을 가지고 있는 대만에서도 매도세로 돌아서고 있다. 즉 외국인들은 이제 글로벌 증시, 혹은 구체적으로 이머징 마켓에서 슬슬 발을 빼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는 주가대로 상당히 오른 데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여 환차익마저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차익실현 욕구가 마땅히 나타날 수 밖에 없고, 그런 와중에 갑자기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고 다소 긍정적으로 해석하고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해 보인다. 우선 미국의 경기가 좋지 못하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버냉키 신임 FRB의장은 전임 그린스펀 의장과는 달리 달러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 우려감도 고려하여야 할 것이지만, 동시에 지속적으로 달러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칫 미국의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잇달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나라 등 이머징 마켓에서 위험 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헤지 펀드 혹은 이머징 마켓 펀드 등 국제 금융자본에서 주식과 채권 간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전문가 '금리 인상 가능성' 제기

그런데 유독 다른 이머징 마켓도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특히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가 과도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5월의 금융통화위원회는 달러/원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지자 자칫 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더욱 더 환율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여 콜 금리를 올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환율이 안정되기만 하면 다시금 콜 금리 인상 가능성은 고개를 들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과거 경험으로 콜 금리가 인상될 경우, 주가가 하락하였던 쓴맛을 본 외국인들이 미리 매도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기가 2분기 중에 고점을 찍고, 이후 상승세가 둔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만든 이유일 수도 있다.

주식시장은 경기의 선행지표로 일컬어지는데,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주가는 그것에 한참이나 선행하여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경기의 고점 논쟁은 성급한 일이지만,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사실만으로도 외국인들은 충분히 매도할 이유를 가지는 것이다.

거기에다 이제 한국이나 대만 등에 집중 투자하던 국제 금융자본의 이머징 마켓 펀드가 러시아, 인도를 비롯한 다른 여러 나라로 투자처를 늘리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와 연관지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외국인들이 주로 참고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주가지수(MSCI지수)에서 러시아 국영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의 편입 비중이 상승하였으니 이머징 마켓 펀드로서는 투자처를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로 옮기는 명분을 얻은 셈.

러시아의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에 비길 수 있을 정도로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업이고, 매출액 규모도 거의 삼성전자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러시아의 비중이 높아지면 의당 우리나라의 투자비중이 낮아질 수밖에 없으니, 외국인들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매도세를 강화하는 이유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거기에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 불확실성을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즉 최근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를 필두로 하여 까르푸 등이 한국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거액의 차익을 얻었고, 이에 대한 과세 가능성이 논란에 휩싸이자 혹시 다른 외국계 펀드마저 과세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감돌고 있다는 것.

결국 이로 말미암아 과세 논란에 휘말리기 전에 얼른 주식을 팔고 나가자는 판단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을 자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증시 상승 랠리까진 시간 필요할 듯

여하간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환차익을 노리는 것이건, 혹은 차익실현이건 아니면 미국의 경기둔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편이건 또는 이머징 마켓 간의 투자비중 조절 과정이건, 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 투자차익에 대한 과세논란에 휩싸이기 전에 재빨리 빠져나가려는 시도이건 ‘왜 팔고 있는지’가 사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동안 주식시장의 유동성 공급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외국인들이 우리 증시에서 슬슬 발을 빼고 있다는 점이며, 그로 말미암아 주가가 현 수준에서 재차 이전과 같은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공산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