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로 시장 전망 '우울'… 미 금리 상승 지속 땐 하락세 이어질 듯

▲ 뉴욕증권거래소 주식중개인이 주가가 종잡을 수 없이 변하자 심각한 표정으로 시황을 주시하고 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이 있다. 불행한 일은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나쁜 일은 꼭 한꺼번에 몰려오는 법. 사람에게도, 기업에게도 그리고 주식시장도 그러하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연신 상승세를 뽐내던 전 세계의 이머징 마켓이 급전직하,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더구나 불행한 일은 혼자만 당하기 싫어서인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이 일제히 약세로 접어드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사실, 과거에 해외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가 자유롭지 않고 또한 국내 증시 역시 개방되지 않았던 시절만 하더라도 미국의 주식시장 혹은 인도며 브라질의 주식시장이 오르건 떨어지건 국내 투자자들로서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다른 나라 주식시장이 하락하건 말건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멀찌감치 쳐다보는 것으로도 족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전 세계가 한 동네로 좁혀져 다른 나라의 증시 움직임이 즉각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며, 또한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직접 해외 주식시장에 혹은 해외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이제는 결코 다른 나라의 주가가 하락한다고 하여 ‘강 건너의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의 주가가 하락한다면 이는 바로 직접적인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세계 주요 증시 대부분 하락세

그런데 정말 세계적인 이머징 마켓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의 동향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이머징 마켓 지수는 5월 들어 10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약세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그 결과 1998년8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두루뭉실한 ‘지수’가 아니라, 개별 국가의 주식시장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살피면 하락의 정도는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특히 친디아(ChIndia), 혹은 브릭스(BRICs)로 일컬어지면서 상승세를 자랑하던 인도, 브라질, 러시아 주식시장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인도 증시는 한때 전날보다 10%나 급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되기도 하였으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닌 셈.

인도 뭄바이 주식시장의 센섹스(SENSEX)지수는 지난 52주간 61%나 급등하며 이머징 마켓 증시 중에서 최고의 상승률을 자랑해온 바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고평가의 우려 속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지자 아연 투매양상이 전개되었다.

현재 인도의 센섹스지수는 5월 중순에 기록한 최고치에서 단기간에 13% 정도 하락한 상황이다.

또한 브라질 증시 역시 고점에서 10% 이상 내려와 있는 실정이며, 고유가에 대한 수혜 기대감과 모건스탠리 이머징 마켓 지수 내에서의 비중 확대로 인하여 상승세를 이어가던 러시아 증시도 최근 들어 단기간에 11% 이상 하락하며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5월15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세계 주요 증권시장 41개 가운데 중국의 상하이 증시가 그나마 0.9% 오른 것을 제외하면 모두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브라질 증시는 10.1% 떨어졌고, 싱가포르는 6.2% 하락했다. 또한 나스닥지수, 다우지수 혹은 영국의 FTSE지수 등도 죄다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주식시장이 급전직하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럴당 70달러 언저리에서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를 비롯하여 동, 아연,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인플레 우려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인플레 우려가 커질 경우,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는 금융긴축 정책과 달러 금리 인상 정책을 견지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그동안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해온 주된 요인을 밑바닥에서부터 송두리째 뒤흔드는 결과를 낳는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를 위시한 선진국 증시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인도, 브라질 등과 같은 이머징 마켓 주식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상승세의 붐을 탔던 것은 미국 경제와 기업의 순익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지만, FRB는 현재 5% 수준으로 올라와 있는 기준금리의 인상 행진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기대감으로 인하여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탔고, 저금리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이머징 마켓으로 집중 투입되면서 증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 생산자 물가지수 등은 미국의 인플레가 전혀 안심할 상황은 아니며, 오히려 FRB가 금융긴축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미 금리 상승이 주식시장의 결정적 악재로

그러기에 만일 미국의 인플레를 우려하여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 미 경제의 성장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길 경우, 의당 기업 순익은 떨어지고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 일본 증시 폭락을 알리는 일본 도쿄 전광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의 주가가 흔들리고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지에서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도 결국은 미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주식시장에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우려하는 매도세가 앞질러 시장에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과연 FRB가 앞으로도 달러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통화위원회처럼 미국 FRB에서 달러 금리의 인상여부를 결정하는 기구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인데, 현재 가장 가까운 공개시장위원회는 오는 6월 28과 29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그 다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8월8일 개최된다.

지금 상황에서 각국의 주식시장은 인플레 압력으로 인한 금리 상승. 그로 인한 경기 상승세 둔화, 기업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으니만큼 주식시장으로 보아 최선의 시나리오는 시장의 투자자들이 FOMC가 달러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

공개시장위원회는 회의가 끝난 다음에 회의 결과 및 FOMC의 입장에 대한 발표문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기에 금융시장은 FOMC의 회의 결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또한 발표문에 무슨 내용이 담겨있는지 주의깊게 살피고 있다.

즉 6월말의 FOMC에서 달러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혹은 발표문에서 8월8일 FOMC에서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만 보내더라도 투자가들은 이를 주식시장에는 대단한 호재로 받아들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반대로 미국 중앙은행이 인플레 압력을 줄이기 위하여 앞으로도 계속 달러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긴다면 주식시장은 지금보다 더 아래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FOM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 심지어 버냉키 FRB의장을 비롯한 FOMC 위원들조차도 달러 금리의 향방에 대하여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아직까지 FOMC 회의가 열리려면 시간이 꽤 남았는데, 그동안 발표되는 미국의 성장지표, 물가지표 등 경제지표들이 어떤 양상을 보일 것인지가 6월 FOMC 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여러 경제지표를 검토하여 인플레 압력이 심하다고 판단된다면 주식시장에 대한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으로서는 금융긴축 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고, 반면 인플레 압력이 경감되는 상황이라면 굳이 달러 금리를 인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6월 말로 예정된 FOMC가 각국 이머징 마켓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그때까지 증시는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으니만큼 상승세는 아무래도 주춤거려질 공산이 높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