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이통사에 컬러링 등 수익 배분 재협상 요구 일부 업체선 이미 음원 공급 중단… 이통사들 곤혹

‘앞으로 휴대폰 벨소리나 컬러링 등에서 유명 가수들의 히트곡이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이 휴대폰 MP3 음악서비스 수익배분을 두고 가요계와 벌이고 있는 갈등이 좀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자칫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앞으로 메이저 기획사 소속 가수들의 최신 유행 히트곡들이 모바일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휴 할인카드(멤버십카드)의 재원 분담을 놓고 극장협회와 마찰 중인 이동통신사들은 또 다시 휴대폰 MP3 음악서비스 수익배분을 두고 가요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컬러링, 벨소리 다운로드 등 각종 모바일 음악서비스 수익 배분을 둘러싸고 가요계가 이동통신업체들에 조정을 요구했지만 양자 간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

한국연예제작자협회 소속 김광수(GM기획), 강승호(캔 기획), 홍승성(JYP), 조대원(웰메이드), 김남희(베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달 27일 저녁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06 I 콘서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7일부터 모바일 음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들은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SG워너비 등이 속한 GM기획부터 음원 공급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지난달 계약 기간이 만료된 만인에미디어는 이미 음원 공급을 중단한 상태. 5만8,000여 곡을 보유한 음원 대리중계업체인 만인에미디어는 이 부문 매출 1위 업체다.

이에 앞서 GM기획, 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반 기획사·권리단체들은 지난달 25일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이동통신 3개사와 만나 휴대폰 디지털 음원 수익 배분에 대해 1차 협상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모바일 음원 시장에서 음반기획사 등 제작자는 모바일 음악 서비스 수익의 25%를 몫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이동통신사가 32.5%, 서비스사업자(CP) 18.95%, 서비스 대행업체(ASP)업체 10%, 그리고 저작권 및 실연권자가 12% 정도가 주어진다.

협회에 따르면 ‘배분율로 따지면 이동통신사만으로는 32.5%의 수익을 갖지만 사실상 대행업체인 CP와 ASP 수익까지 합하면 수익률이 약 60%에 달한다’는 것이다. 연예제작자협회는 “이동통신 관계사의 수익에 반해 음반제작사의 수입이 너무 적다”며 가요계에 수익의 45%선을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매출이 1억이면 2,500만원밖에 수익이 안 되는 겁니다. 나머지는 다 어디갔나요?” 강승호 캔기획 대표는 “모바일 시장에서 가수들이 수익을 거둬야 다시 좋은 곡을 만들어내기 위해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가요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통신사업자들이 가져가는 수익을 줄이고 음반제작자들에게 돌려줘야 된다고 그는 힘줘 말한다. 또 음반기획사들에게도 CP에 참여할 수 있게끔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도 각을 세우며 대응하고 있다. “통화대기음(컬러링)의 경우 벨소리와 달리 한 번 휴대폰에 저장해 쓰면 그만인 것과는 다릅니다. 서버와 교환기를 통해 계속 서비스를 제공해줘야 하기 때문에 관리 비용과 그만큼 투자 및 증설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음반제작자에게 할애되는 25% 배분율을 45%로 올리게 되면 설비 운영과 마케팅 비용 충당이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또 이동통신사도 모든 음악에 대해서 32.5%의 수익을 갖는 것이 아니라 곡에 따라 8.6~32.5%를 가져간다고 반박한다.

이처럼 양자가 한 치의 양보없이 대립하고 있는 것은 가요에서 모바일 시장이 커지고 있는 환경변화에도 기인한다.

“지금 가요 시장에서 상위 5%만이 모바일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많지도 않은 숫자인 이들 가수가 모바일에서 수익을 얻어야만 다시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SG워너비, 씨야, 엠투엠을 제작한 김광수 대표는 “수익을 늘리려는 욕심이 아니라 가요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인기 가수들의 주수입원은 모바일이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의 음반(30%)이나 공연(10%) 보다 비중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불법 다운로드 시장이었던 디지털 모바일 가요 시장을 이동통신사들이 살려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적잖은 투자를 통해 유료화 시장을 형성해낸 그간의 과정에 대한 평가 없이 당장의 수익률 배분을 논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2일 또 다시 협의를 가진 양측은 우선 유관기관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수익배분과 불법음반 근절, 디지털 음악 활성화 문제를 협의하자는 데 합의를 한 상태. 하지만 협의가 제대로 안 될 경우에는 이후 이효리와 SS501, 김종국, 버즈, 장혜진, 몬데이키즈, 이정 등의 음원이 잇달아 모바일 시장에서 한동안 사라질 지도 모른다.

인터뷰 / 강승호 캔기획 대표
"이대로는 음악 시장이 공멸합니다"

▲ 강승호 캔기획 대표

“이대로는 음악 시장이 공멸합니다”

“이동통신사가 많이 가져간다고 문제 삼는다거나 막무가내로 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를 살려달라는 것입니다.”

장혜진, 먼데이키즈 등의 음반을 제작한 강승호 대표는 "수익 배분율 조정을 3년 전부터 이통사에 꾸준히 요구했는데 이번에 불거진 것"이라며 “이전에 음반 제작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가 이제사 뒤늦게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음원 서비스가 중단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야 당장 큰 불편은 없겠지요. 하지만 양질의 콘텐츠가 줄지어 모바일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강 대표는 “문제 해결이 더디게 되면 앞으로 유명 히트곡들이 잇달아 모바일 시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좋은 곡을 만들고 가요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으로 이해해 주세요.” 강 대표는 “일단 양자 간에 협의체를 구성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며 “이동통신사들이 여느 때보다 이 문제에 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인 것은 큰 성과”라고 평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