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물 사용량 급증… 2030년 30억 명이 '심각한 물 부족'겪을 듯

지구촌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구는 3분의 2가 물로 덮여 있지만 대부분은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전체 물의 2.5%에 해당하는 물만 염분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중 3분의 2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에 갇혀 있는 상태. 그나마 남의 물의 20%도 사용할 수 없는 지역에 있거나 홍수 등으로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한다.

결국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 지구 물의 0.08%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런데도 물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지난 20세기 세계 인구는 2배 늘어났지만 물 사용량은 6배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인구 증가에 맞춰 2030년까지 세계 식량공급이 현재보다 55% 늘어나면 물 사용량은 더 급격히 증가해 30억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경고했다.

이에 따라 식량 및 공업생산과 직결된 물을 확보하려는 국가와 지역 간 갈등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상황이 나쁜 곳은 요르단강과 나일강 유역이다.

중동지역은 '물전쟁의 화약고'

1인당 필요한 하루 최소 물의 양은50ℓ(미국은 500ℓ, 영국은 200ℓ)이지만, 아프리카 잠비아의 1인당 물 사용량은 4.5ℓ, 말리는 8ℓ, 소말리아는 8.9ℓ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물이 석유보다도 훨씬 귀중한 자원이다.

중동지역의 경우,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5%에 달하는데 반해 수자원은 1%에 불과해 가히‘물전쟁의 화약고’로 손꼽히고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의 원인이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 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중동지역은 해묵은 종교 갈등에 물 부족으로 인한 대립까지 겹쳐서 언제 다시 전쟁이 발생할지 모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웨스트뱅크 북쪽지역의 국경선이 대수층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스라엘 정부가 이 지역 유대인 거주지에 10m 높이 장벽을 설치하면서 팔레스타인의 물길을 끊어놓은 것이다.

국제구호단체 케어(CARE) 인터내셔널의 엘리자베스 심은 “이 장벽은 이스라엘인들이 물을 편리하게 구할 수 있도록 세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힌드 쿠리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장관은 “국경선과 장벽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의 거의 모든 물을 차지하고 있다”며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이스라엘은 정책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사막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웨스트뱅크 북쪽의 칼킬리야 지역에서는 장벽이 설치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 지역 20여 개 우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지역 수자원의 30%를 잃게 되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대수층을 75% 이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강수량이 매우 적은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물은 그야말로 금값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이집트 수단 등 아프리카 8개국의 나일강 쟁탈 분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프리카 북쪽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의 수단과 우간다를 상대로 댐 건설 등 치수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 지구상 최악의 물 부족 상황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 가리샤타운 인근에서 한 모자가 비닐위에 고여있는 물을 뜨고 있다. / 로이터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세네갈은 수도 다카르에 물을 대기 위해 모리타니아와 국경을 이루는 세네갈강에 운하를 건설하려다 양국관계가 급속히 악화되자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는 유프라테스강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계속 벌이고 있다. 터키와 시리아는 1998년 터키가 상류에 댐 건설을 시도함에 따라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중국과 인도는 브라마푸트라강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년간 재해 정보 공유 문제로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은 두 나라는 최근 중국이 물길을 돌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다시 갈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근5만∼30만 명의 희생자와 250만 명의 난민을 유발한 수단의 다르푸르 대학살도 바로 물 부족이 한 원인이었다.

이밖에 오카방고강의 용수 사용 문제를 두고 앙골라, 나미비아, 보츠와나가 대립하고 있으며, 히말라야의 해빙으로 인해 갠지스강의 홍수로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개국 이상을 지나는 국제 하천은 50개국에 241개에 이르고 세계 인구의 40%가 인접국의 물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 부족은 곧 국제 분쟁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구 곳곳 사막화… 물전쟁 경고

존 라이드 영국 국방장관은 최근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 20~30년 안에 물을 둘러싼 폭력적이고 정치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지구온난화로 말미암은 물 분쟁을 테러·인구·에너지 문제와 함께 지구가 당면한 최대 과제”라며 “물 분쟁이 영국군에 끼칠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물위원회위원장인 이스마엘 세라젤딘은 “21세기의 전쟁은 물로 인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설 정도다. 또 캐나다 환경 단체인 ‘캐나다 시민회의’는 지난해 12월 “산유국이 카르텔을 형성해 석유자원을 무기화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물 이 풍부한 국가들이 물을 무기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의 세계 수자원개발 보고서는 “지구의 1인당 담수 공급량은 앞으로 20년 안에 3분의 1로 줄고, 2050년까지 세계 인구가 93억 명으로 증가해 이 가운데 적게는 48개국 20억 명, 많게는 60개국 70억 명이 물 부족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차 물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리나라도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정한 ‘물 부족 국가’로, 2001년부터 이미 지역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에서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의 분류를 이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의 총량이 약 1,500㎥에 불과해 레바논, 남아프리카공화국, 체코 등과 함께 ‘물 부족(water stressed) 국가’에 속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