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다크호스로 부상… 23일께 우선협상대상자 판가름

▲ 마갑 앞둔 대우건설 본입찰. 9일 서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서 두산그룹측이 마감시간(12시)를 앞두고 입찰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곧 성사된다. 연초부터 M&A 시장을 바짝 달궈온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대우건설 지분 매각 작업이 23일쯤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근 유출된 인수 희망 업체들의 입찰 가격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몸값은 최대 6조6,000원(금호컨소시엄 제시)에 이른다. 예비 입찰 단계에서 기록한 3조원 대 가격에 비하면 거의 두 배나 폭등한 것. 여기에는 캠코의 지분 매각 확대 방침과 참여 업체들의 과열 경쟁이 한몫했다.

대우건설 인수전 판도는 지난 수개월 동안 몇 차례나 출렁였다. 처음엔 두산, 금호 등 대기업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유진, 프라임 등 두 중견그룹이 중반에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가장 최근에는 최고 인수가격를 써낸 금호가 낙찰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뚜껑이 열려봐야 아는 법. 그런 까닭에 ‘다윗의 반란’을 노리던 유진과 프라임은 아직 희망을 놓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말을 삼가고는 있지만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로 일약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두 중견그룹은 과연 특혜 의혹까지 받고 있는 금호를 누르고 대어를 낚을 수 있을까.

유진그룹… 종합건설업체 도약 야망

/ 김주성 기자

건빵 군납업체 영양제과를 모태로 하는 유진그룹은 1980년대부터 건설 시장의 활황을 업고 레미콘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주력 사업이 소비재가 아니다 보니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레미콘 시장 1위 업체인 유진기업이 모체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디지털미디어 분야에도 진출하는 등 사업구조를 본격적으로 다각화했다. 미래 방송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주목해 97년 설립한 드림씨티방송은 단기간에 케이블TV 업계에서 손꼽히는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유진은 올 초 3,300억원의 돈을 받고 드림씨티방송을 CJ그룹에 매각했다. 신 성장엔진으로 키워오던 계열사를 포기한 것은 역시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였다.

유진은 2004년에는 유진기업보다 덩치가 큰 고려시멘트를 인수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계열사인 유진기업과 유진종합개발을 통합하는 등 계열사 합병 작업을 진행해 세간의 궁금증을 불렀다.

이 같은 일련의 구조조정은 그룹 경영전략의 중대한 변화를 반영했다. 유경선 회장이 그룹의 미래를 ‘강한 경쟁력을 갖춘 건설전문 기업’으로 설정한 것이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기존 레미콘, 시멘트 사업과 수직 계열화를 이뤄 종합건설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 때문이다. 유진이 대우건설 인수에 올인하는 것은 그 청사진의 출발점인 셈이다.

유재필 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유 회장은 유진의 도약을 앞장서 이끌어온 견인차다. 그는 재계 인사로서는 드물게 ‘터프한’ 취미를 가진 최고경영자로도 유명하다. 유 회장의 취미는 다름 아닌 철인 3종 경기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의지에서 시작한 철인 3종 경기처럼 그는 유진의 미래 앞에 놓인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프라임그룹…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재계 주목

1998년 국내 최대 전자제품 쇼핑몰인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를 개장하면서 단숨에 주목받는 기업으로 떠오른 프라임은 부동산개발 사업이 그룹의 뿌리다.

테크노마트 성공 신화를 쓰며 이름을 알린 프라임은 이후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인수해 알짜로 돌려놓는 M&A 활동을 통해 지금의 그룹 외형을 갖추었다. 외환위기 이후 그룹에 편입한 주요 계열사로는 한글과컴퓨터, 프라임상호저축은행 등 업계에 잘 알려진 회사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설계 및 감리 전문업체인 삼안은 그룹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98년 부도 직전 상황까지 내몰렸던 삼안은 프라임에 인수된 후 경쟁력을 회복해 현재 수 년째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안은 각종 개발프로젝트 입찰에 나서는 그룹의 점수를 올리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평가다. 설계, 감리 업계의 1등 업체를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프라임에 대한 심사 때 상당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경기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이른바 ‘한류우드’ 조성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도 삼안이 가진 경쟁력 덕을 많이 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신도림역 테크노마트는 지하 7층, 지상 23층 규모로 동양최대 규모로 지어지는 복합전자유통센터이다. 첨단 IT제품으로 분장한 모델이 휴대폰, 노트북 모양의 상량식 떡을 자르고 있다. / 조영호 기자
▲ 신도림역 테크노마트는 지하 7층, 지상 23층 규모로 동양최대 규모로 지어지는 복합전자유통센터이다. 첨단 IT제품으로 분장한 모델이 휴대폰, 노트북 모양의 상량식 떡을 자르고 있다.
/ 조영호 기자

프라임은 시행사인 프라임산업과 설계 및 감리업체인 삼안을 투톱으로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을 인수한다는 것은 곧 그룹의 뼈대에 화룡점정의 의미를 지닌다. 건설업의 3대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시행-설계ㆍ감리-시공을 모두 품 안에 안기 때문이다.

프라임은 수 년 전부터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등지에는 이미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공략 분야는 항만,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테크노마트 같은 상가 운영 사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해외 사업에서 높은 지명도를 가진 대우건설 인수에 집착하고 있다.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은 84년 소형 주택건설업체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크노마트의 성공이 실질적인 재계 신고식이었다. 이후 그에게는 ‘테마상가 개발의 원조’라는 별명이 늘 따라붙는다.

유진과 프라임의 ‘고래 사냥’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이번 주에 그 결과가 드러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