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에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자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원 환율도 950원 선을 상향 돌파하더니 지난주 초반부터는 960원 선에 안착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월 초만 하더라도 달러/원 환율은 930원 대를 무너뜨리고 920원 선으로까지 주저앉기도 하였으니 외환시장의 변화가 그야말로 천지개벽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920원대에서 한 달만에 960원대로

사실 환율이 이렇게까지 상승할 것이라고는 정책당국자를 포함하여 그 누구도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랬으니 심지어 환율로 말미암아 한국은행이 콜 금리의 인상결정까지 늦추기도 하였던 것이다.

실제로 금융시장에서 환율과 금리는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특히 금리가 변동될 경우,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한 나라의 금리가 상승하면 그 통화를 매개로 하는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통화의 금리가 상승할 경우,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서는 그 통화에 투자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수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어서 환율이 강세(즉 평가절상)되는 경향이 많다.

반면에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인상폭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혹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그 통화에 투자하였을 때의 수익률이 높지 않다면,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반드시 통화가 평가 절상되는 것만은 아니다.

금융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 같아서 수학공식처럼 1+1=2의 논리가 성립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좌우되는 바가 크다.

여하간, 따지고 보면 한국은행이 5월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국 콜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였던 것은 당시 920-930원대로 내려와 있던 환율이 금리상승으로 인하여 더욱 하락(즉 원화 강세)할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달 들어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달러/원 환율은 하락하기는커녕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급기야 960원을 돌파하고 있으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환율과 금리의 연관성이 무너진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원래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외환시장에 반영되어 달러/원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하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지난달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려다 말았기에 어느 정도 금리의 인상 가능성이 금융시장에 반영되었던 터.

그러기에 다소 뒤늦은 한국은행의 콜 금리 인상이 시장에 그리 충격을 주지 못하였고, 그 결과 달러/원 환율에도 그다지 하락 압력을 미치지 못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콜 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였을 당시, 우리나라만 금리를 인상한 것은 아니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화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였으며 아울러 인도, 터키 등 이머징 마켓 국가들도 금리를 동반 인상하였던 터. 그러므로 금리 인상만을 놓고 본다면, 국제 금융자본이 유독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일 이유는 없었고, 그 결과 원화가 과도한 평가절상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달러/원 환율의 강세는 콜 금리의 인상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무엇보다도 달러 금리의 인상 기대감으로 인한 달러화의 상승 행진이 달러/원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된다.

소위 버냉키 쇼크로 불리는 것처럼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전 세계의 주가가 크게 추락한 이후, 달러화의 가치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버냉키 의장도 의장이려니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른 위원들도 미국의 잠재적인 인플레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하여서는 달러 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매파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6월28일, 29일 양일에 개최될 예정인 FOMC회의에서 달러의 기준금리가 재차 0.25% 포인트 추가로 인상되어 5.25%가 될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번 6월말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의 금리 상승세가 마무리될지는 또 두고 보아야 할 일.

6월 말 전후 환율 한풀 꺾일 수도

예컨대 6월28일에 달러 금리가 오를지라도 그 이후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달러의 강세 행진은 끝날 수 있겠으나, 만일 그렇지 않다면 사정은 바뀌게 된다.

물론 6월 말의 FOMC 회의를 앞두고도 미국의 생산자 물가지수, 소비자 물가지수 등 인플레이션 통계들이 속속 발표되기에 앞으로 변수는 남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달러 금리가 인상될 것이 거의 확실한 6월28일, 29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까지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리고 그 이후 달러의 향방은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 통계와 6월29일 회의를 끝내고 나올 미 연준위의 발표문 내용에 따라 정해질 터. 발표문에서 만약 추가적인 달러 금리의 인상을 시사하는 문구라도 포함된다면 달러환율은 더 치솟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6월 말을 전후하여 달러 환율의 흐름이 일단 꺾일 공산도 있다.

국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콜 금리 인상이 예전처럼 원화 강세 요인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6월의 금통위에서 콜 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인플레 위험에 맞서기 위하여 중앙은행의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 발언은 결국 우리나라 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의 콜 금리가 만약 여기서 더 오른다면, 주식시장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콜 금리의 추가 인상으로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는다면 더욱 더 손을 뺄 공산이 크고, 이는 결국 국제 금융자본의 국외유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달러/원 환율로는 달러 매수세가 이어져 원화의 약세가 이어지는 요인이 될 것이다.

외국인 주식 매수 땐 달러화 약세

그러나 지금이야 국내 증시도 불안하여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앞으로 콜 금리의 추가 인상이 단행된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리고 6월 말의 미국 달러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화의 가치가 국제 외환시장에서 연일 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이러한 작금의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물론 최근 달러/원 환율이 960원에 이르기까지 이를 정확히 예상한 전문가들이 없었듯 환율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오르고는 있으나 이러한 환율의 상승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고 달러/원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하여 환율 위험의 헤징을 서두르지 않거나 느슨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위험한 일일 것이다.

예컨대 작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달러/원 환율은 1,000원 위에서 유지되고 있어 수출기업의 경우, 아무런 환율 위험이 없는 것처럼 간주되기도 하였으나 올해 초 갑자기 환율이 급락하면서 커다란 혼란을 초래하였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6월 말까지야 환율이 오를 수 있다지만 그 이후 외환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 특히 중국 위안화나 일본의 엔화가 여전히 상승압력을 받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원화가 마냥 약세를 보일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증시가 어느 정도 바닥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여 우리 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면, 환율은 즉각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할 것이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