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2002년에 이어 올해도 美 금리 인상 등 악재 첩첩

월드컵이 한창이다. 전 세계인의 관심이 월드컵으로 몰리고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독일 현지에서 전해오는 열기는 여름 날씨만큼이나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이 월드컵으로 쏠릴수록 그로 인한 그늘도 적지 않다.

특히, 단적으로 말하여 자본주의 경제활동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 도무지 원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우리나라의 증시는 하필이면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 유독 하락세를 면치 못하였던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흥미를 끈다.

물론 징크스라는 것은 인간의 나약한 심리를 반영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경우, 나약한 인간은 그 원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돌리려는 경향을 보이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징크스라는 것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들이 징크스라고 말하는 것 대부분이 얼토당토 않은 것들이 많다.

예컨대 증권회사의 어떤 직원은 자기가 파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한 날이면 어김없이 주가가 하락하는 징크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냉정하게 말하여 그가 넥타이를 무슨 색으로 매든 그게 주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여하간 핑곗거리 만들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그럴듯한 핑계를 모아 징크스라고 이름지었고, 급기야 월드컵과 우리나라 증시와의 관계에서도 징크스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월드컵의 역사를 돌아보면 1998년에는 프랑스에서 열렸으며, 그리고 2002년에는 붉은악마들의 외침이 메아리치던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그리고 지금은 독일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1998년, 2002년에 각각 우리나라 증시는 꽤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였다. 그러기에 이런 징크스를 떠올린다면 올해 우리나라의 증시도 하락의 수렁에서 허덕이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감돌기도 한다.

월드컵의 해 큰 폭 하락 반복

1998년은 우리나라가 IMF 긴급 금융지원을 받던 시기였으니 주가가 오르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굳이 월드컵과 연관지어 본다면, 주가가 당시 월드컵을 전후로 하여 추락한 것은 사실이니 징크스를 거론할 법도 하다.

1997년 말 IMF의 금융지원을 받게 된 우리나라는 그 영향이 주식시장에 미쳐 주가가 내내 하락하기는 하였던 터. 그러나 주식시장이 1998년 초에는 약간 반등하여 코스피지수가 590선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둔 초여름에 접어들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번지자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하였고, 결국 코스피지수는 심지어 300선마저 하회하는 봉변(?)을 당하게 된다. 이러한 주가의 하락세는 월드컵이 열리던 여름 내내 이어졌고, 결국 10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바닥에서 탈출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4강에 오르는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던 2002년도 월드컵의 열기와는 정반대로 주식시장이 하락세의 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한 해로 기록된다.

당시 주식시장은 한때 금융장세의 기대감으로 코스피지수 1,000포인트를 눈 앞에 두기도 하였으나 ‘네 자리 숫자’의 벽을 넘지 못하자 결국 하락세로 돌아서고 말았던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 당시 주식시장을 망가뜨린 원인은 정부의 내수 부양책 실패, 그리고 카드 사태로 대표되는 과다한 민간신용 확대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월드컵을 전후하여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빨리 주식을 팔면서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촉발되었다고 보는 편이 옳다. 월드컵이 계기가 되었다는 뜻이다.

당시 경제상황을 살피면 내수경기는 다소 부진하였던 터. 그러기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하여 정부는 금리를 낮추는 데 주력하였고, 이 정책은 얼핏 효과를 보는 듯하였다.

특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과잉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주가는 내내 상승세를 거듭하였던 것이다.

2001년9월에 463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는 증시로 몰려드는 자금 덕택으로 유동성 장세의 성향까지 드러내며 1,000포인트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주식시장이 과열되는 기미를 보이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고점에서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는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그 시기가 하필이면 월드컵을 전후한 때였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기대감이 한창이던 4월부터 주가의 급락세가 두드러졌고, 월드컵이 열리던 여름에도 코스피지수는 내내 추락하였던 것이다.

한때 코스피지수 1,000을 눈 앞에 두었던 국내증시는 한일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이던 때에도 내내 하락하기만 하여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만들더니, 10월에 이르러 600선 언저리에서 겨우 정신을 차려 다소나마 반등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인데···. 월드컵을 앞두고도 이미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진작에 1,465의 고점에서 한참이나 내려와 있는 상태이지만 향후의 전망도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결국 올해에도 어김없이 월드컵의 징크스가 재현되는 것일까?

최근에는 인플레가 전 세계 경제의 화두가 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인플레 억제를 위한 달러 금리의 추가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사실, 5월 말 이전에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에서는 대체로 달러 금리가 5% 선에서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할 것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5월 말 미국의 인플레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아연 돌변하였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을 비롯한 미국 금융 당국자들이 달러 금리의 추가 상승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미국 증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일본, 인도, 브라질 등 전 세계 증시가 하락폭을 늘려가며 그동안의 급등에 따른 조정장세로 접어들고 있다.

달러 금리 인상 멈출 경우 상승세 예상

금리가 오르면 그것이 주식시장에 악재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금리가 올라 채권의 수익률이 높아지면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을 빠져나와 비교적 안전한 자산인 채권으로 몰리기 때문에 주식시장은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아울러 기업의 입장으로는 금리 상승이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실적이 악화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 경제적인 측면으로도 금리가 올라가면 소비자들이 소비지출을 줄이게 되므로 결국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래저래 주식시장으로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특히 FRB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상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어느 정도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이를 감수한다는 입장이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을 말한다면, 정말로 우연하게도(!)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시기와 월드컵이 열리는 시기가 서로 일치하면서 월드컵 징크스가 생겼을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월드컵과 증시가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그러나 나약한 인간은 무언가 핑곗거리를 만들게 되는데, 자칫하면 역시 올해에도 월드컵 징크스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여러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국내 경기가 상반기에 정점을 찍었고, 하반기에는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는 상황이므로 역시 주식시장에는 그리 좋은 뉴스가 아니다. 월드컵 징크스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경기의 둔화, 미국의 달러 금리 인상,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 등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설령 미국의 금리가 올해 추가로 오른다고 할지라도 상승폭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미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까지 상승한 상태이므로 여기서 급격하게 더 올리기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두 차례 정도의 달러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5.50% 정도가 지금으로서는 예상되는 달러 금리의 꼭지인 셈.

과거의 예로는 달러 금리가 오르다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주식시장도 다시 상승세를 되찾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결국 이번에도, 어느 정도 달러 금리의 상승세가 한계에 부딪칠 때, 그때가 국내외 증시가 월드컵 징크스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