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 상반기 결산 및 하반기 전망주식형 펀드 마이너스 수익률 불구 수탁액은 급증, 주가 박스권 지탱

수년 전만 해도 일반인에게는 낯설던 ‘펀드’라는 단어가 겨우 1~2년 만에 ‘적금’마냥 익숙한 단어가 됐다. 저축을 지상 제일의 과제로 알던 알뜰 주부도 요즘은 적립식 펀드에 다달이 ‘투자’한다. 이제 신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하고 가입하는 건 상식이 됐다.

상반기 주가 하락 불구 주식형 펀드 40조원 돌파

이렇게 투자자들이 똑똑해졌기 때문일까? 올해 상반기 펀드 수탁액 동향을 살펴보면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 ‘묻지마 투자’로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다가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환매를 해서 수탁액이 급감했다.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주식시장이 정보기술(IT) 버블 열기로 급등하자 주식형 및 혼합형 펀드 잔액이 겨우 1년여 만에 10조원에서 70조원으로 60조원이나 불어났으나, 2000년 버블이 꺼지자 6개월 만에 20조원이 빠져나갔다.

‘바이코리아’ 열풍 때 유행한 대표적 펀드는 ‘스팟 펀드’로, 목표 수익률이 달성되면 바로 환매되는 방식이었다. 주가가 수직 상승할 때는 겨우 보름도 안 돼 목표 수익률에 도달한 상품도 나왔지만, 일단 추세가 꺾이자 환매 요청이 급증해 주가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그러나 올해 주식형 펀드 자금은 4월 주가가 사상최대치를 경신하자 환매가 늘면서 오히려 증가 속도가 둔화됐고, 5월 주식시장이 200포인트 넘게 급락하는 와중에는 다시 큰 폭으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3일에는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2000년 주식형과 혼합형 분리 집계 이후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주식형 펀드 40조원 시대를 이끈 주역은 스팟 펀드와는 정반대 성격을 지닌 적립식 펀드다. 단기간 대박을 노리는 스팟 펀드와 달리 적립식 펀드는 주가 등락과 큰 상관 없이 장기간 일정액을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어서 주식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5~6월 미국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세계 경제 위축 우려로 신흥시장 증시가 폭락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례 없는 매도 공세를 펼친 와중에도 국내 증시가 1,200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장기 간접투자 문화의 확립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식형 수익률은 마이너스, 삼성관련 펀드 선전

이제 구체적인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자.

한국펀드평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형 펀드(주식 편입비 60% 이상)의 수익률은 평균 -7.79%를 기록, 코스피지수 등락률인 -6.11%보다도 성과가 나빴다. 주식 편입비가 30~60%인 주식혼합형의 수익률은 -3.83%, 주식 편입비가 10~30%인 채권혼합형의 수익률은 -0.73%였다.

스타일별로는 중소형주 펀드보다는 대형주 펀드가, 성장주 펀드보다는 가치주 펀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나았다. 특히 주식형 펀드 수익률 상위 1~4위를 모두 한국운용의 삼성그룹 관련 펀드가 차지해 눈길을 끈다.

삼성그룹 주식에만 집중 투자하는 이들 펀드는 모두 상반기 수익률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 삼성엔지니어링(48.42%) 삼성테크윈(44.32%) 삼성중공업(23.38%) 삼성물산(20.60%) 등 일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위를 기록한 삼성투신의 삼성우량주장기ClassA 펀드는 1분기에 -3.09%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주식시장이 급락한 2분기에는 2.80%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상반기 -0.37% 수익률로 선방했다. 이 상품은 최근 조정장에서 주식 비율을 82%까지 낮추고 코스닥 종목을 20% 미만만 편입하는 등 철저히 대형 우량주 위주로 운용했다.

주식형 펀드들이 부진한 수익률에도 수탁액은 급증한 반면 채권형 펀드는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보였는 데도 오히려 수탁액이 줄었다.

상반기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2.46%(연환산 4.94%)로 2005년 연 수익률 1.86%를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정기예금 금리가 5% 가까이 치솟는 등 대체 투자상품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면서 수탁액은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3% 가량 줄어들었다.

이중 수익률 상위권을 차지한 펀드들은 회사채나 장기채 편입비중이 높은 펀드들이다. 이들 펀드들은 수익률이 높은 반면 금리 동향이나 신용등급 변화에 따라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올해 큰 인기를 큰 해외펀드는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 증시가 2분기에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1분기에 워낙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해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이번 하락장에서 주식시장의 낙폭이 적어 가장 좋은 성과를 나타냈다.

해외 펀드 중 외국 운용사가 운용하는 수입펀드 중에는 피델리티FDA차이나포커스펀드가 상반기 31.7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세계 광업주에 투자하는 메릴린치월드마이닝A펀드가 25.70%로 2위였다.

채권 펀드 중에는 하이일드(고위험)채권과 단기채권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는데, 프랭클린 하이일드(EUR) A dis 펀드는 채권펀드로서는 이례적으로 11.8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해외투자펀드들도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의 봉쥬르차이나주식1 펀드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주1ClassA 등 중국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우수한 성과를 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주식시장도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주식형 펀드를 목돈으로 투자할 경우 큰 재미를 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장세일수록 적립식 펀드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으므로,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펀드매니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