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새 풍속도일반인 접근 어려운 특정 전문분야 지식·정보, 네티즌 상대 강좌 개설

#1. - 정보통신업체에 근무하는 김도형(29) 씨는 4년 전부터 사진 찍는 취미를 갖게 됐다. 처음엔 단순히 여가를 활용하자는 차원이었지만 점점 사진 촬영의 오묘한 맛에 빠져들었다. 수동 카메라를 요모조모 조작하면서 피사체를 담아내는 작업이 꽤나 매력이 있었던 것.

실력이 어느 정도 붙자 뜻이 맞는 사람들과 동호회 활동도 하게 됐고 스튜디오로 모델을 불러 사진을 찍는 횟수도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아마추어 사진작가 소리를 들을 정도의 전문가가 됐다.

그런 김 씨는 얼마 전부터 한 가지 새로운 일을 구상하고 있다. 인터넷에 온라인 개인 강좌를 개설해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독학으로 사진을 익히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던 데다, 그 속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혼자만 갖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막상 배울 만한 곳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래서 내가 직접 강좌를 개설하면 어떨까 하는 궁리를 하게 된 거죠. 인터넷을 통하면 쉽고 빠르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장점도 있잖아요.” -

#2. - 웹 디자이너인 김옥진(31ㆍ여) 씨는 오래 전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스스로가 식도락가인 데다 사람과 친해지는 데 음식을 함께 먹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는 나름의 철학 때문이다. 물론 요리 솜씨도 상당한 수준이다. 탕이나 밑반찬 등 한식 요리에 특히 일가견이 있다.

김 씨는 요리를 테마로 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할 뿐 아니라 직장에서는 요리 동호회 회장까지 맡고 있다. 그는 평소 동호인들과 함께 소문난 음식점을 순례하며 음식을 시식, 품평하거나 요리법에 대한 의견을 자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음식 사진과 요리 방법에 대한 자료 등도 꽤 많이 축적됐다.

그는 조만간 인터넷에 요리 강좌를 열 계획이다. 예전부터 인터넷 웹사이트 구축과 관련된 사업을 구상해 오던 터에 시험 무대 삼아 인터넷 개인 강좌를 개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요리 실력을 널리 알릴 수 있어 기대감은 더욱 크다. -

인터넷 개인강사 등장

개인들의 지식, 정보 생산과 유통이 인터넷의 거대한 흐름으로 등장한 지는 오래다. 네티즌들은 미니 홈페이지, 개인 블로그, 포털 사이트 댓글 등 다양한 사이버 매체를 통해 자신의 사상과 감정, 가치관을 정보의 바다에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인터넷 개인 강사’들이 서서히 정보의 바다 위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하고 전문적인 노하우를 ‘강의’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전달’을 주로 하는 일반 네티즌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그중에는 상업적인 온라인 교육 사이트처럼 유료 강좌를 개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제 ‘온라인 지식 상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과거 일반 개인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창업할 수 있었던 점에 비춰, 이제 특정 분야 전문가들도 ‘온라인 교습소’를 통해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파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서울 지역 모 대학교에 출강 중인 심리학 박사 김태진(40) 씨는 얼마 전 인터넷에 자신의 이름을 딴 ‘김태진적성연구소’를 열었다. 지난해 한 학원의 요청을 받고 일부 대학에서 채택하고 있는 수시전형 적성검사 과목에 대한 특강을 해오다 향후 시장성을 보고 아예 자신의 강좌를 개설한 것이다.

그는 “이미 적성검사에 대한 교재를 출간했지만 아무래도 인터넷이 학생들의 접근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판단해 온라인 학원을 차렸다”고 밝혔다. 또한 비용이나 인력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고객을 최대한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인터넷 강좌의 큰 장점으로 꼽았다.

김 씨의 강좌는 지난 7월 초 개설됐지만 3주 만에 회원 숫자 1,000명을 돌파하고 하루 방문객만 400여 명에 이를 만큼 벌써부터 인터넷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현재 적성검사에 대한 동영상 강의와 자료 제공 등을 무료로 운영 중이지만 조만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다.

한국역술인협회 학술 위원인 김교현(52) 씨는 최근 건물, 대지 등 부동산 감정에 탁월한 적중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현공 풍수’를 전파하기 위해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 김 씨에 따르면 현공 풍수는 1에서 9까지의 숫자 조합으로 좋은 양택(陽宅)을 골라낼 수 있어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국가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에서도 유행 중인 풍수 이론이라고 한다.

원래 중국에서 오래 전부터 비기(秘記)처럼 내려왔으나 거의 알려지지 않다가 국내에는 2년 전쯤 소개가 됐다. 현공 풍수의 가장 큰 장점은 간단한 방식으로 이뤄져 있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씨는 “현공 풍수와 함께 부동산 강좌를 병행하기 때문에 공인 중개사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본다”며 자신이 개설한 ‘현공풍수연구회’ 강좌 운영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인터넷 개인 강사의 출현을 가능케 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수요가 적잖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어떤 분야든 관련 서적과 전문가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북아트’(book artㆍ책의 형식을 갖춘 시각미술 작품)와 관련된 온라인 강좌 개설을 준비 중인 한 30대 여성 직장인은 “북아트의 경우 일반인 사이에 배움의 욕구는 있는데 공식 교육기관은 잘 안 보이는 데다 전문가를 찾아가면 비용 부담이 크다”며 “그런 점에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는 온라인 강좌를 계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러닝 시장에 개인들 도전

또한 인터넷이 정보 생산과 유통의 최대 거점으로 떠오른 점과 함께 정보기술의 발전이 개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 일부 정보기술 업체들이 이러닝(e-learningㆍ온라인 학습) 환경을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급하는 데 나섬으로써 대형학원, 학교, 기업 위주로 편중된 이러닝 시장에 개인들이 도전할 여지를 제공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이러닝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이러닝은 콘텐츠 제작과 학습 진도 관리 프로그램만 해도 수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자본력을 갖춘 대규모 교육기관이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가격을 크게 낮춘 개인용 이러닝 솔루션이 시장에 등장함으로써 전문 지식인들의 이러닝 시장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이 열어 제친 신세계로 온라인 지식 상인들이 몰려들 날이 멀지 않은 셈이다.

혁신적 이러닝 솔루션 등장

인터넷 도메인 등록 및 호스팅 전문기업인 가비아(www.gabia.com)는 '이러닝 호스팅'이란 서비스로 이러닝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학습 사이트 구축 및 운영에 필요한 하드웨어(서버, 전용회선), 소프트웨어(웹사이트 저작 도구, 콘텐츠 제작 및 관리 도구, 결제관리 및 학습 진도 솔루션) 등을 통합 제공함으로써 손쉽게 온라인 학원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직접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 없이 이 회사의 솔루션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자신의 온라인 학원을 운영할 수 있다. 웹 호스팅이나 서버 호스팅과 기본 원리는 같은 셈이다. 무엇보다 매월 일정액의 저렴한 사용료만 내면 손쉽게 학습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는 데다 동영상 콘텐츠 등 저작 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유료 운영을 위한 결제 정산 시스템이 제공되는 것도 편리한 대목이다.

이 회사 이택연 과장은 "자금력이 별로 없는 개인이나 동호회, 소규모 학원 등이 아주 손쉽게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또한 고객은 가입 신청 후 하루 만에 자신의 학습 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고 홈페이지를 자신의 취향대로 편집, 변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닝 호스팅은 학습형 콘텐츠의 생산, 유통을 원하는 개인들에게 효과적인 솔루션이자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도 타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이러닝 시장 현황

국내 이러닝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정부에서는 교육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각급 학교에 PC 보급을 크게 늘렸고, 민간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급속히 확충하면서 온라인 학습 환경 구축의 기반을 마련했다.

정부 당국은 또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방편으로 EBS 수능 강의를 실시했는데 이것이 이러닝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는 견인차 구실을 했다. 수능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기업 메가스터디는 이를 계기로 초고속 성장을 했고, 여타 입시학원들도 온라인 학습 시스템 도입에 발벗고 나섰다.

대학이나 민간 기업들의 이러닝 도입도 활발하다. 특히 전문대학의 경우 이러닝 도입 비율은 90%을 훌쩍 넘었다.

사이버교육학회가 추산한 2004년 국내 이러닝 시장 규모는 5조원 대. 업계에서는 이러닝의 연 평균 성장률을 20% 안팎으로 보기 때문에 조만간 10조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