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RB 버냉키 의장 금리 인상 중단 시사로 세계 증시 훈풍, 하반기 주가 상승요인 많아

지난 7월19일(한국시간),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 의장은 상원의 은행·주택·도시문제 위원회에 출석하여 증언하였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폭등하기도 하고 폭락하기도 하는 만큼 전 세계 금융시장은 숨을 죽이고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의회 증언이 있기 전, 대체적인 시장의 의견은 그가 의회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리라고 전망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입에서는 시장의 예상을 깨는 충격적인 발언이 쏟아졌다. 그는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던 것. 아울러 그는 "미국의 소비가 둔화되고 있으나 경기침체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하였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꾸준히 이어져오던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곧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았고, 즉각적으로 주식시장의 급등을 불러왔다. 물론 그가 직설적으로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라고 말한 것도 아니며, 또한 매번 그러하였듯 “인플레이션 위험이 남아있고, FRB는 물가 상승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발언을 생략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과거 비유, 은유법을 동원하여 뭐가 뭔지 모르게 발언하던 그린스펀 전임 FRB의장에 비하여 다소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버냉키 현 FRB의장의 스타일에 이제 적응되는 상황인데, 그가 이런 정도로 발언하였다는 것은 사실상 금리 인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버냉키 쇼크에서 버냉키 랠리로

그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전 세계 주식시장은 급등함으로써 환영의 뜻을 표시하였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212.19 포인트(1.96%) 상승하였고, 이를 비롯하여 나스닥지수(37.49포인트, 1.83%)와 S&P500 지수(22.95포인트, 1.86%)도 각각 큰 폭으로 올랐다. 또한 같은 날, 유럽증시도 급등세를 보였으며, 아시아 증시도 상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버냉키의 발언이 있은 다음날,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36.65포인트, 3.21%)와 코스닥지수(14.10포인트, 2.61%)가 올랐으며 대만의 가권지수(2.65%), 싱가포르의 ST지수(1.83%) 등도 죄다 상승세를 기록하였다.

금리가 오르면 그것이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수익률도 오르기 마련.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안전한 채권으로 갈아탈 공산이 높고, 그런 움직임이 주가에는 하락과 매도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시장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금융비용이 증가하게 될 터이니, 기업실적 둔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당연히 주식시장에는 강력한 호재가 될 수 밖에 없는 노릇.

다만, 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만일 그 이유가 경기둔화에 따른 것이라면 다소 문제가 복잡하다. 경기가 둔화된다면 기업실적이 부진할 것이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되기 때문.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소비가 둔화되고 있으나 경기침체에 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덧붙여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버냉키의 발언에 힘입어 전 세계 주가가 크게 오르자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를 일컬어 ‘버냉키 랠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지난 6월 초, 주식시장을 한바탕 하락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뜨린 전력이 있다. 이른바 ‘버냉키 쇼크’로 일컬어지는 발언 때문인데, 당시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하였고, 그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 한국, 일본 등의 주가가 크게 추락한 바 있었던 것.

버냉키 쇼크가 있은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이번에는 버냉키 랠리로 급등하고 보니 그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위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새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버냉키 랠리이건 버냉키 쇼크이건 어차피 그것은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천하 없는 호재라고 할지라도 증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하락 일변도라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반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버냉키 랠리를 빌미삼아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다는 것은 주가가 하락할 만큼 하락하여 반등의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오르지 못하면 내리는 것이 주가인 것처럼 더 이상 내리지 않는다면 오르는 것 역시 주가이다.

따라서 증시 일각에서는 이제 버냉키 랠리를 계기로 여름 내내 주가가 오르는 소위 서머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온갖 악재에 내성 생긴 증시

원래 주식시장은 한여름인 7월과 8월에는 하한기라고 하여 거래가 한산하였다. 더운 여름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생각은 모두 휴가 떠날 생각으로 가득하므로 주식투자에 등한하기 쉽고, 혹은 실제로 정작 휴가를 떠나 잠시 주식투자를 쉬는 투자자들도 많기 때문.

그러기에 7, 8월의 주가는 대개 부진하다가 ‘찬바람 불어오는’ 9월이나 돼야 주식시장이 원기를 차리는 것이 보통이었던 터. ‘봄 랠리’ 혹은 ‘윈터 랠리라는 말은 없어도 유독 ’서머 랠리‘라는 말이 만들어진 것도 역설적으로 말하여 그만큼 여름에는 주가가 오르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1990년 이후 7월과 8월에 주가가 급등세를 기록하여 소위 서머 랠리가 나타난 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드물며, 심지어 1993년이나 1999년의 경우는 잘 올라가던 주가가 7월과 8월을 맞아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였던 터. 그만큼 서머 랠리가 나타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이번에도 서머 랠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으나 그 실현 가능성은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다. 하지만 증시 내부나 외부를 돌아볼 때, 서머 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은 확실히 이전보다 높아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증시 내부적으로는 무엇보다도 가격에 대한 메리트를 들 수밖에 없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 11일 1,464.70으로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후 3개월째 조정을 받아왔다. 그러니 이제는 시기적으로도 반등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 중론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코스피지수 1,200선을 지지선으로 하여 증시는 하방 경직성을 뚜렷하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또 기업실적이 2/4분기에는 바닥을 만들 것이고, 3/4분기 이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주가 상승의 좋은 원동력이 될 것이다.

거기에다 증시 외적으로는 그동안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인 이유가 되던 요인들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는 것도 서머 랠리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예컨대 달러/원 환율은 과거 한때 920원대로 처박히기까지 하였으나 현재는 950원대에서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 중단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이제는 어느 정도 사라진 상태이다.

아울러 2004년의 차이나 쇼크처럼 중국의 금융 긴축정책이 우리나라에 대형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되었으나, 그것도 중국이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이나 금리 인상 같은 과격한 정책보다는 지준율 인상, 부동산 투자 억제 등의 다소 유연한 정책으로 대처하면서 우리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덜해질 전망이다.

권투선수가 펀치를 자주 맞으면서 맷집을 길러 가듯이 주식시장도 그동안 3개월간의 조정을 통해 온갖 악재들을 만나면서 내성을 키워 온 셈이다.

물론 아직도 중동의 정치 불안 같은 지정학적인 위험, 국제 유가의 상승세 등의 악재는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악재들이 새로운 악재가 아닌 만큼 주식시장을 지금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제 어느새 7월은 다 지나갔고 8월 증시가 시작됐다. 초여름부터 시작된 랠리는 아닐지라도 ‘늦여름 랠리’는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