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위협 상존 언제라도 추가 인상 가능성… 한국경제 불안요인

지난 8일, 전 세계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일손을 멈추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과연 이번에도 또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대체적인 시장의 예상대로 FRB는 이번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동결하기로 결정하였다.

사실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는 전임 그린스펀 FRB 의장 시절이던 2004년 6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하여 현 버냉키 의장 시절에 이르기까지 무려 17차례나 인상되었던 터. 그 결과 1% 수준이었던 연방기금 금리는 이제 5.25%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그런데 미국의 금리가 처음부터 낮았던 것은 아니다. 1999년 말 무렵에는 IT업의 호황 등으로 인하여 연방기금 금리가 6.5%의 꽤 높은 수준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FRB는 금리를 조금씩 인하하여 1.0% 수준으로까지 떨어뜨렸다. 그후 다시 경기가 회복되고, 반면에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려는 조짐이 보이자 이에 대응하여 금리를 인상해온 것이다.

결국 중앙은행인 FRB는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금리를 활용하고 있는 셈. 거꾸로 말하여 FRB의 금리정책을 살펴보면 FRB가 가지고 있는 미국의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금리, 오를 만큼 올랐다" 인식

그런데 지난번까지 FOMC회의가 개최되었다 하면 어김없이 인상되었던 연방기금 금리가 이번에는 동결된 배경에 대하여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리가 동결된 배경은 일단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첫째로는 지금의 금리가 적정수준이라는 주장이다.

각국마다 금리 수준이 다른 것은 각국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적정금리는 잠재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의 합으로 정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예컨대 잠재성장률이 5%이고 인플레이션이 3%라면 그 나라의 적정금리는 8% 수준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적정금리보다 금리가 높거나 낮을 수는 있으나 그만큼 중앙은행의 금융정책 운용에 부담이 된다. FRB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경기와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응한다지만 금리가 무한정 인상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3% 내외,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2.5% 내외라고 본다면 대략 5.5% 수준이 미국의 적정금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에 미국 연방기금 금리가 5.25% 수준에서 동결된 것도 이제는 미국의 정책금리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쪽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경제성장률의 둔화 우려가 금리 상승 중단의 배경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과거 2000년대 초, FRB가 미국의 경기둔화 조짐에 대처하기 위하여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였던 것처럼 이제 FRB의 관심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기둔화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되고 있는 일련의 미국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경기둔화의 조짐이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29일에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은 투자와 소비가 동반 감소로 말미암아 시장의 예상치보다 한참 낮은 2.5%로 급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2분기의 부진한 경제성장률은 1분기 경제성장률 5.6%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미국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거기에다 8월 초에 발표된 7월 미국의 고용지표도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15만 명보다 훨씬 적은 11만5,000명에 그쳤고, 반면 실업률은 4.6%에서 4.8%로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고용시장 부진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FRB가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던 터. 경제지표상으로 확실하게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FRB라도 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이번의 금리 인상 중단이 앞으로 지속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아울러 미국의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양상이 심화되고 이로 말미암아 FRB가 금리인상을 중단할 정도라는 데서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미국으로서 가장 바람직한 상태라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경제성장도 안정궤도에 올라서고, 그 결과 금리도 적정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우선, 인플레이션이 다소 진정되긴 하였으나 최근 경제지표상에 인플레이션에 대하여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노동비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 인플레이션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지난 6월에는 전년비 3.9% 상승해 5년 만에 최고의 증가세를 보였었는데, 7월에도 0.4%의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4개월 동안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01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둔화조짐이 뚜렷한 데 비하여 임금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외의 다른 요인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거기에다 물가지수도 연신 상승폭을 늘리고 있다. 2분기 GDP디플레이터가 3.3% 상승하여 1분기의 3.1%를 상회한 데다 2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도 2.9% 올라 FRB의 목표치인 1~2%를 크게 웃돌고 있다.

FRB도 인플레이션 위협이 살아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달 의회 증언에서 "FRB가 금리결정을 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반영하는 핵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 2.25~2.5%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플레, 경계" 문구 이례적 삽입

특히 이번에 FRB가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면서 내놓은 발표문에도 인플레이션 위협에 대한 문구가 전례 없이 들어가 있어 눈길을 끈다.

FRB는 발표문에서 경기둔화를 우려해 금리인상 사이클을 중단했으나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혀 언제건 추가로 금리를 올릴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거기에다 이번에 내려진 금리 동결 결정이 다른 때와는 달리 위원 전원의 찬성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주목할 거리이다. 이번 회의에서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홀로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금리가 동결되는 데 반대표를 던졌다. 그런데 숫자로는 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다른 FOMC 위원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으로 분석되고도 있다.

모든 것을 종합해본다면 이번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동결한 것은 금리인상 행진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잠시 쉬는’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인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에는 금리가 동결되었지만, 당장 9월의 FOMC 회의에서라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는 비단 미국 한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금리는 미국의 경제는 물론이요, 나아가 전 세계 경제, 전 세계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우리나라의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같은 이머징 마켓에 투자되었던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전 세계가 미국의 금리인상을 주목하고 FOMC의 결정이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였지만, 그것이 당장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그리 좋은 소식이 되기는 어려울 듯 하다.

왜냐하면 금리는 동결되었지만 앞으로도 금리가 인상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가 동결된 것이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인 결과로 나타난 것이기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하여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