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산업생산 증가율 13개월 만에 최저치 추락 충격

지난달 17일, 재정경제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7월 산업생산은 현저히 나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처럼 정부의 경제 통계치가 중구난방으로 발표되고 발표시기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았을 때 같았다면 정부가 사전에 경제지표 통계의 내용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미리 예고한다고 하여도 그리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선진국처럼 이제 우리나라의 경제통계도 사전에 정해진 스케줄에 의하여 정해진 시간에 정확히 발표되고, 통계가 발표되기 전에는 금융시장에 그 내용이 유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통계의 내용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양상을 띠고 있다.

예컨대 시장의 예상보다 통계의 내용이 좋다면 그것이 호재로 작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통계의 내용이 악화되었다면 금융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는 식이다.

통계의 내용, 발표 시기, 혹은 보안 등에 관심이 커지면서 이제 통계의 신뢰성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이며 그로 인하여 경제통계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따라서 정부 당국자가 사전에 경제통계의 내용에 대하여 사전에 경고한 것은 꽤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생각하면, 재정경제부의 사전 경고는 이를테면 ‘예방주사’인 셈이다. ‘7월 산업생산동향은 상당히 나쁠 것이니 각오하고 있으라’는 신호를 금융시장에 미리 던짐으로써 정작 경제 통계가 실제로 발표되었을 때의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의도는 적중하였다. 정말로 8월29일에 발표된 7월중 산업생산동향 통계는 그 내용이 좋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의 반응은 ‘이미 알고 있던 일’인 것처럼 덤덤하였던 것이다.

소비 18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그러나 금융시장의 반응이 덤덤하였다고 하여 통계 내용이 놀랍지 않을 것은 아니다. 국내 산업활동이 7월에 상당히 침체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산업생산 증가율이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고 소비는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경제지표가 상당히 악화되었는데 이를 어찌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을까?

아울러 향후의 경기를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서 일부에서 거론하고 있는 것처럼 경기가 추세적인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저 일부의 쓸데없는 걱정으로 치부하기에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숫자를 들여다보면 심각성은 더하다. 7월 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하여 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작년과 비교하여 ‘플러스’였다는 것이지 사실상 7월에 산업생산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셈이다.

7월 산업생산지수의 증가율 4.4%는 6월에 기록되었던 전년 동월비 10.9% 증가에 비하여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수준으로 크게 둔화된 것이다. 증가율이 그야말로 반 토막 이하로 추락한 상태인데, 이로 인하여 산업생산은 작년 6월에 3.7% 증가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나타낸 모습이다.

아울러 전년 동월비가 아니라, 전월과 비교한다면 더 구체적이다. 산업생산은 7월에는 전월비 3.9%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바로 마이너스 성장인 것이다. 소비재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5.0% 감소했고 전년 동월에 비해서도 0.5% 줄었는데, 소비재 판매가 전년 동월에 비해 감소한 것은 작년 1월에 4% 감소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이번의 통계에서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은 설비투자와 건설수주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비 4.2% 늘어나 지난달의 3.0%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건설부문의 경우, 국내 건설수주가 전년 동월비 7.3% 늘어나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앞날의 경기전망을 알리는 경기선행지수는 여전히 좋지 못하다. 경기선행지수(전년 동월비)는 4.3%로 6월보다 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하여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2월부터 7월에 이르기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의 특성상 한번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들면 좀처럼 그 추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경기의 둔화양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태세이다. 또한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6월보다 0.7포인트 하락하여 역시 4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건설수주 증가에 다소 위안

▲ 산업생산 증가율이 반 토막 이하로 추락했지만 건설수주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쌍용건설의 인도네이사 건설 조감도.
▲ 산업생산 증가율이 반 토막 이하로 추락했지만 건설수주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쌍용건설의 인도네시아 건설 조감도.

설비투자나 건설부문에서 약간의 호조세가 나타난 것을 제외한다면 7월 산업생산은 대단히 좋지 못하였던 터.

그런데 이처럼 7월 산업생산이 부진한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미 재정경제부가 사전에 ‘7월 산업생산은 나쁠 것’으로 경고한 것도 그 때문인데, 바로 파업과 폭우가 주된 원인이다. 자동차 생산이 전체 산업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7월에 현대차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빚어졌으니 산업생산이 둔화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7월에 단 4일을 빼고는 한 달 내내 비가 내릴 정도로 길고도 지루했던 장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폭우로 인하여 제조업체는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고, 또한 소비자들로서도 외출하기 꺼려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중심으로 매출도 감소한 것. 거기에다 통계의 영향도 7월 산업생산 부진을 한 몫 거들었다. 하필이면 작년 7월의 산업생산 증가율(7.0%)이 높았으니 그 달과 비교해본 올해 7월이 부진해 보이는 통계의 영향(기저효과)도 작용하였다.

알려진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증시 격언처럼 이미 통계치가 나쁘리라고 사전에 경고되었기에 금융시장은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7월의 동향이 나쁘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제 8월의 산업생산에 기대하고 있다. 어차피 일시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7월의 산업생산이 부진하였다면 그런 요인이 제거되면 8월에 강한 반등을 예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7월에 파업과 폭우로 인하여 생산이 차질을 빚었으니 그 때 생산하지 못하였던 물량이 상당부분 8월로 이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소비의 경우도 이제는 더 이상 날씨 핑계를 댈 수 없는 상황인데다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세로 나타나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7월의 일시적인 산업생산 차질로 인하여 8월에는 되려 산업생산이 일시적으로 폭증할 가능성도 엿보이는 것이다. 그러기에 보다 정확한 판단을 위하여서는 7월 산업생산과 8월 산업생산을 평균해보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성급하다. 7월 산업생산이 부진한 이유가 명백하고, 8월 산업생산은 증가하리라 예상된다고 하여 하반기 경기가 마냥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대내외적인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재해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8월10일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금리인상의 영향이 어떠하였는지도 불투명하다. 당장 8월 산업생산동향이 시장의 기대와 동떨어지며 부진한 양상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만약 그럴 경우, 일각에서의 하반기 경기둔화론은 더욱 더 힘을 낼 수밖에 없을 터. 거기에다 10월 초 징검다리 휴일로 길게 늘어나는 추석연휴의 영향도 신경 써야 할 대목이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유가가 다소 안정되고는 있으나 만약 미국 카리브만 지역에 작년처럼 강력한 허리케인이라도 몰아닥친다면 유가가 지금처럼 마냥 안정적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고, 또한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의 경기가 어떻게 될지도 우리 경제로서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간연구소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경기가 더 둔화될 것이고, 내년에는 심지어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일관되게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될지라도 절대로 경기가 둔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하간 일단 ‘예상된 악재’는 사라졌으니 이제 시장의 관심은 9월에 발표할 8월의 산업생산동향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8월 산업생산동향을 살피면 어느쪽의 주장이 옳은지 좀 더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


김중근 매버릭 코리아 대표 jayk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