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시민연합, 시판 6개사 제품 실험… 현대모비스 제품만 합격

▲ 에어컨 필터 사용 후(왼쪽)와 사용 전
미세먼지와 배기가스를 걸러준다며 시판되고 있는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항균 필터)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항균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운전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10년타기 시민운동연합’(대표 임기상)은 최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유명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의 항균성 적합 여부를 실험한 결과, 6개사 제품 중 5개사 제품이 항균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자동차시민연합은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바 있다. 실험 대상은 현대모비스, 불스원, 보쉬, 두원, 은나노카필터, AC델코 등 6개사 제품이었으며, 이 가운데 항균 효과가 입증된 것은 현대모비스가 유일했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은 진균성장시험(세균을 투여하지 않는 대기 중 개봉 상태)과 정진균효과시험(가혹 조건의 세균 투여 상태)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항균성 적합 여부를 실험했다. 에어컨 필터가 항균 필터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두 가지 실험에서 모두 4주 동안 곰팡이 생성이 관찰되지 않아야 한다.

곰팡이 성장 확인… 세균 온상

하지만 실험 결과 현대모비스 제품만 4주후 곰팡이 성장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 4개사는 1주차 때부터 곰팡이가 성장해 4주 후에는 전체 시료 면적의 절반 이상이 오염됐으며 1개사는 4주 후 시료 전체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제품이 말로만 항균 효과를 자랑했지 실제로는 세균의 온상이었던 셈이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요즘 에어컨 필터는 운전자의 건강을 위해 그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에어컨을 켜지 않더라도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하고 차량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필터링 기능을 가지고 있어 여름철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필수 부품으로 떠올랐다.

▲ 에어컨 필터 개념도

운전자가 주행 중 들이마시는 공기 속에는 타이어 분진, 꽃가루, 석면입자, 박테리아 등 악성 미립자상 물질 외에도 오존, 벤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 기체상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 특히 이 가운데 0.3마이크론(1마이크론은 1/1,000 mm) 이하의 크기를 가진 미립자들이 떠다니는 환경에 운전자가 장시간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 피부 알레르기 등 각종 질병의 발생 위험성이 크게 높아진다.

에어컨 필터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미세 입자(0.01~50마이크론)를 걸러주고 곰팡이 등 기타 이물질의 유입을 완전 차단함으로써 위생적인 차량 내부 환경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에어컨 필터는 과거에는 대형 승용차에 주로 장착됐지만 요즘에는 대부분의 승용차에 필수품으로 장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로 인해 많은 운전자들은 에어컨 필터의 항균 기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에어컨 필터 제조와 유통 과정에 대한 당국의 지도와 단속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자동차시민연합측은 “이번 실험 결과 대부분 운전자들이 그동안 세균이 번식하는 불량 필터를 장착하고 운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는 데다 세균이 번식하기 알맞은 조건이기 때문에 항균성을 의무화해야 하지만 현재는 아무런 기준 없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