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시장DTF 기술 개발로 '기가의 100배' 시대 진입 토대… 플래시토피아 공식 선언

“35년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새 역사를 썼다"

삼성전자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이 지난 11일 세계 최초로 신개념 CTF(Charge Trap Flash) 낸드 기술 개발을 발표하고, ‘테라 시대’를 향한 강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CTF는 미래 반도체 개발의 당면 과제인 '초미세화', '고용량화', '고성능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1971년 비휘발성 플래시 메모리가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사용된 '플로팅 게이트(Floating Gate)' 기술과 완벽한 단절을 선언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전하를 도체가 아닌 부도체에 저장한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셀 간 간섭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삼성전자는 또 이날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40나노 기술을 이용한 32기가 낸드플래시를 발표, ‘황(黃)의 법칙(메모리 신성장론)'을 7년 연속 입증했다. ‘메모리 용량(집적도)이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 이론은 황 사장이 2002년 2월 국제반도체학회(ISSCC) 총회 기조연설에서 발표하면서 반도체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1.5년 만에 반도체 용량이 2배가 된다'는 기존 `무어의 법칙'은 용도 폐기됐다.

삼성전자는 1999년 256메가 낸드 플래시를 개발한 이후 2000년 512메가, 2001년 1기가, 2002년 2기가, 2003년 70나노 4기가, 2004년 60나노 8기가, 2005년 50나노 16기가 낸드 플래시를 개발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2001년 100나노에서 올해 40나노까지, 6년 연속 최첨단 나노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에 문을 처음으로 연 40나노 32기가 제품은 기존 기술에서 탈피, 타노스(TaN) 등 신물질과 신구조의 CTF 기술로 상용화됐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들과 차별성을 갖고 있다. 기존 기술로는 셀(cell)과 셀 사이의 간섭 현상과 공정 수(數)증가에 따른 비효율 때문에 반도체 기술의 초미세화 및 대용량화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 CTF 기술과 40나노 32기가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출시는 '플래시 메모리로 만드는 유토피아(Utopia)'를 예고해 준다. 삼성전자도 엄지 손톱 크기의 플래시메모리로 소비자 생활의 낙원을 만드는 '플래시토피아(Flashtopia)를 공식 선언했다.

40나노(1나노는 1억분의 1m)는 머리카락 두께의 3,000분의 1에 해당하는 굵기다. 32기가는 세계 인구 65억 명의 5배에 해당하는 328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손톱만한 칩 안에 집적한 용량이다. 이 제품 8개를 이용해 32기가바이트(GB) MP3 플레이어를 만들 경우, MP3 음악파일을 최대 8,000곡까지 저장할 수 있다.

64기가바이트(32기가비트 X 16개) 메모리 카드로도 제작 가능한데, 고해상도 사진 3만6,000장이나 영화 40편을 저장할 수 있다. 전 세계 지리 정보를 네비게이션에 담아낼 수 있고 이 메모리카드 열 장만 갖고 있으면 국회도서관 장서도 마치 ‘손 안의 도서관처럼’ 무려 220만 권을 저장할 수 있다.

특히 128기가 바이트 SSD(Solid State Disk)로 기존 1.8인치 HDD(Hard Disk Drive)를 완전히 대체함으로써 하드디스크 없는 컴퓨터의 시대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5대양 6대주의 대륙과 해양 지리 정보를 네비게이션에 저장하면 이론적으로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혼자서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

황 사장은 "CTF 기술에 대한 5년간의 연구 활동을 통해 155개의 원천 특허와 개량 특허를 확보하면서 업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면서 "삼성 독자 기술로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경쟁사와 기술 격차도 더욱 벌릴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CTF 기술 개발에 착수, 2002년 기본 특허를 출원했다. 2003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反도체학회인 국제전자소자회의(IEDM)에 관련 논문을 세계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 황 사장은 40나노 기술이 본격 도입되는 2008년부터 5년간 약 500억 달러 규모의 40나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 사장은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현재 4위권인 노어플래시 부문도 이르면 2007년 1위에 등극, 명실상부한 플래시 메모리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한편 D램 시장의 강세로 올해 3ㆍ4분기 반도체 매출이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며, 특히 D램 시장은 향후 2009년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 사장은 특히 “CTF 기술 개발로 2010년 이후 테라(기가의 1,000배) 시대 진입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안정적이고 싼 가격에 낸드플래시를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세트 업체들이 공급을 예측할 수 있게 돼 플래시메모리 산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은 시설 투자와 연구 개발에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에만 반도체 연구 개발에 2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황 사장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CTF 기술만 보더라도 5년 전에 개발에 착수해 3년 전에 개발팀을 꾸렸고 이런 개발팀이 30~40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5~10년 내에 어떤 개발을 해낼 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고 덧붙였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