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대성그룹 이어 KT·하나로 텔레콤 등 속속 가세콘텐츠 질 향상 등 긍정적 전망 속 중소업체들 "枯死 할라" 우려

KT는 지난달 초 자사의 TV포털 서비스인 ‘홈엔’의 브랜드 명칭을 ‘메가패스TV’로 바꿔 새로운 얼굴로 고객들에게 다가섰다. 메가패스TV는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를 TV나 컴퓨터와 연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다.

KT는 아울러 메가패스TV의 서비스 내용도 적잖이 보강했는데 최신영화, TV드라마, 교육용 콘텐츠 등 영상 콘텐츠의 확충이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교육용 콘텐츠의 보강. KT측도 “오락 위주의 콘텐츠 구조에서 벗어나 수험생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보강한 게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밝혔다.

KT는 앞으로 ‘메가패스TV’의 논술 강의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유명 논술학원과 제휴를 하는 한편 소설가와 영화감독, 시사평론가 등 명사들의 영상 강의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TV포털 시장에서 KT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은 온라인 교육업체 아윌패스와 제휴를 통해 지난 8일 TV과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TV포털 ‘하나TV’를 통해 제공되는데 교육방송 출연 경력자 등 유명 학원강사 180여 명의 인터넷 동영상 강의가 핵심 콘텐츠다.

강의는 초등, 중등, 고등부, 수능 특강 등 초중고 교육과정을 모두 망라하며 총 강의 편수는 무려 1만여 편에 달한다. 덕분에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 그리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유명 강사로부터 ‘사이버 과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나로텔레콤은 앞으로 인터넷 동영상 강의업체 등과 추가 제휴를 맺고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이러닝(e-learning)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이러닝은 인터넷 등을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쌍방향으로 진행하는 교육 방식. 2000년대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정보기술(IT)의 발달과 교육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 그리고 참여 업체의 확대에 따라 이러닝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 이러닝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KT나 하나로텔레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업의 진출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껏 주로 중소기업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이러닝 시장에 공룡의 경쟁자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이미 SK그룹 계열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와 대성그룹 등이 이러닝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바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물론 자명하다. 바로 이러닝 시장의 무한한 성장성 때문이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의 이러닝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러닝 수요(기업, 정부, 교육기관, 개인 등)는 2004년 1조2,920여 억원에서 2005년 1조4,520여 억원으로 12.4% 성장했다. 공급(솔루션, 콘텐츠, 서비스 등) 역시 같은 기간 1조2,980여 억원에서 1조4,700여 억원으로 늘어나 13.3%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향후 시장도 장밋빛이다. 산업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께 이러닝 시장 규모는 최소 약 4조4,000억원, 최대 6조8,000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더욱이 정부의 이러닝 산업 육성 의지도 강하다. 정부는 올 초 2006년을 ‘이러닝 산업 확산 원년’으로 삼고 이러닝 산업에 대한 최초의 종합지원 시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이러닝 시장 확대에 대한 ‘민관 공감대’ 기류를 타고 이러닝 참여 기업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자거래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러닝 관련 매출액을 발생시킨 이러닝 사업자는 총 381개사. 2004년 258개사에 비해 123개나 새로 늘었다.

특히 솔루션, 콘텐츠, 서비스 등 3대 사업 분야에서 서비스 사업자의 증가율은 100%를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사설학원 사업자들이 대거 이러닝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닝 업계에서도 최근 이러닝 시장의 확산이 전통적인 학원 기업과 교육 기업의 가세에 크게 힘 입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YBM어학원, 대성학원 등 유명 학원들이 이러닝 사업을 크게 확충하고 있고 대교, 능률교육 등 출판ㆍ교육기업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대기업들의 잇단 진출은 이러닝 시장을 키우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와 관련, 한국이러닝산업협회 이광세 사무국장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이러닝 사업을 펼치면 아무래도 콘텐츠나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며 “기존 중소기업들의 영역을 잠식해 나가는 것보다는 시장 크기를 키우는 견인차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이러닝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금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공세가 전방위로 향하다 보면 언제 어디서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이러닝 업계의 실정을 감안하면 이 같은 걱정은 기우만은 아니다. 2005년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27개 사업자가 전체 이러닝 시장 매출액의 58%를 차지한 반면 매출 1억원이 채 안 되는 사업자는 100개사에 달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국민성에 힘입어 갈수록 커지는 교육 시장. 그중에도 이러닝 시장은 큰 투자비 없이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이 담보되는 디지털 시대의 신천지이다. 돈이 많다고 하여 패자가 되는 분야는 아니다. 과연 대기업의 이러닝 사업 진출은 성공을 거둘까, 그리고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을까. 지금 이러닝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