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기업들 개발사업 눈독, 정부도 연구센터 설치 등 적극적"2010년께 1조원 시장 현성" 음식료·화장품 등 시제품 잇따라

수심 200m 이상의 바닷속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이른바 ‘해양심층수’가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전혀 도달하지 않는 심해(深海)의 매우 차가운 바닷물. 유기물이나 병원균 등이 거의 없는 반면 각종 영양 물질은 매우 풍부한 청정 해수 자원이다. 이처럼 저온성, 청정성, 부(富)영양성 등의 여러 가지 특성을 지닌 해양심층수는 그 쓰임새도 무척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용도는 먹는 물이다. 해양심층수는 탈염과정을 거쳐 소금기만 제거하면 최상의 청정 식수로 탈바꿈한다. 천연 미네랄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몸에도 좋은 기능성 음료가 된다. 일본에서는 탈염 해양심층수를 원료로 만든 각종 미네랄워터와 음료, 맥주 제품 등이 시판되고 있다.

해양심층수로 만든 음료 제품은 국내에도 수년 전부터 수입 시판되고 있다. 가격이 일반 생수보다 5~10배 가량이나 비싸지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부유층 등을 중심으로 적잖이 팔려나가고 있다고 한다.

항상 2℃ 이하의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해양심층수는 자연 냉방이나 냉장, 또한 해수 온도차를 이용한 발전(發電)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영양 물질이 풍부한 특성 덕분에 수산물 양식을 위한 용수로도 안성맞춤이다. 일본에서는 특히 저수온 어종인 가자미류와 전복류의 치어 양식에 해양심층수를 적극 활용해 오래 전부터 쏠쏠한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해양심층수는 화장품이나 식품을 만들 때도 첨가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소금과 같은 유용한 물질도 추출할 수 있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후 해양심층수는 주변 해역으로 배출되는데, 이 배출수에도 적잖은 영양 물질이 포함돼 있어 어장 형성에 일조를 하게 된다. 이밖에 해양심층수를 목욕 용수로 활용해 건강과 피부 미용을 돕는 ‘타라소테라피’(해양 요법)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버릴 게 없는 물이 바로 해양심층수인 셈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로의 활용성 덕분에 해양심층수는 곧잘 21세기 해양개발 시대의 ‘최후의 바다 자원’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해양심층수의 자원적 가치를 처음 주목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이다. 특히 1970년대 중반부터 해양심층수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일본은 일찌감치 실용화에 성공해 상당한 규모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고우치현 등 18개 지방자치단체 권역 내에서 해양심층수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시장 규모도 연간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해양심층수 개발 지역으로 알려진 고우치현 무로토시에서는 74개 기업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2000년 기준 약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키나와현의 경우에는 해양심층수의 용도를 수산업, 농업, 식품제조, 자연에너지, 건강리조트, 해양환경 등으로 나눠 다각적인 산업화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2000년부터 해양심층수 개발에 뛰어들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심층수 개발을 국책 사업으로 선정해 2010년까지 10개년 계획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강원도 고성군 오호리에 해양심층수 연구개발의 전진기지인 해양심층수 연구센터를 설치했다.

통상적으로 효용성을 가진 해양심층수는 최소한 수심 200m 이상의 해역에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형적으로 수심이 깊은 동해안이 개발 적지로 꼽히고 있다.

해양심층수 연구센터는 그동안 대학, 연구기관 등과 공동으로 각종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센터로부터 시제품 생산을 위탁 받은 8개 기업은 소주(국순당), 화장품(애경산업), 간장(샘표식품), 바다녹차음료(동원F&B), 이온음료(현대약품), 두부(강릉초당두부), 청주(두산), 발효음료(경북과학대) 등의 시제품을 이미 개발 완료한 상태다.

해양심층수 시장의 성장성을 확신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투자 행렬도 본격화되고 있다.

먼저 해양심층수 개발의 메카로 떠오른 고성군은 강원도와 대교그룹, 일본의 레저개발업체 등과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관 합작법인 ㈜강원심층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강원심층수는 1단계로 생수, 농축수, 영양소금 등을 생산하고 2단계로는 타라소테라피 센터를 건립하기로 사업 계획을 잡고 있다. 고성군은 또 약 3만 평의 해양심층수 전용 농공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는데 이곳에 화장품, 장류, 음료, 주류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입주시킬 계획이다.

고성군 측은 해양심층수 관련 사업이 고용 창출, 관광객 유치, 주민 소득 증대 등으로 낙후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몫을 해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밖에 양양, 강릉, 울진, 울릉 등 여타 동해안 지역에서도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양양군에서는 한 민간업체가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생수 및 식음료 제품 생산은 물론 스파와 요양시설까지 갖춘 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울릉군에서도 현재 ‘울릉미네랄’이라는 민간업체가 해양심층수에서 추출한 소금을 시판하고 있다.

그동안 관련법 미비로 탄력을 받지 못했던 해양심층수 산업은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돼 있는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양심층수 산업이 2010년쯤에는 연간 1조원대 규모에 이르러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양심층수가 태고의 어둠 속에서 벗어나 서서히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