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원료로 사용… 인체 유해성 아직 검증 안 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내놓은 플라스틱 피라미드, 플라스틱 유해물질 발생 기준을 5가지로 구분해 놓았다. 여러 재질 중 PVC가 가장 위험한 위치인 맨 위에 표시돼 있다. PC는 그 다음 단계에 위치해 있고 PP도 4번째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PC(폴리카보네이트) 제품에서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가 검출된다는 것은 꾸준히 제기돼 온 주장이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비스페놀A가 검출되고 그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 정부·기업ㆍ학계와 일반을 통틀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검증된 것은 없다.

비스페놀A는 1891년 러시아 화학자 디아닌(A. P. Dianin)에 의해 처음 합성됐다. 일반적으로 PC제품은 환경호르몬의 주범인 ‘페놀’과 아세톤, 염소 등으로 구성되어 비스페놀A가 검출될 수밖에 없는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강력한 세제를 사용하거나 산성 또는 고온의 액체 속에 비스페놀A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제품을 넣으면 적은 양이나마 녹아 나올 수 있다.

현재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나 에폭시수지 같은 플라스틱 제조의 원료로 사용한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투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CD의 재료나 음식 용기로 사용되며 젖병으로도 애용된다.

1930년대에 난소가 없는 쥐에 비스페놀A를 주사한 실험을 통해 비스페놀A가 합성 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후 세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매우 낮은 농도에서 내분비계교란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인간에게도 정자 수의 감소나 여성화 같은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플라스틱을 만드는 업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해서 주장해 왔다. 실제 최근 11가지 이상의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주 적은 양에서도 비스페놀A가 신경 발달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비스페놀A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분비계의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로 잘 알려진 비스페놀A는 소량이라도 몸 안에서 축적 되는 특성이 있어 국내외 저명한 대학 교수, 그린피스 등 환경 단체 등은 비스페놀A의 유해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용기가 낡았거나 끓는 물에서는 더 많은 양이 검출될 수 있어 우리나라의 ‘뜨거운 국물’을 선호하는 음식문화에서 그 유해성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